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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묵직한 사업 하는 崔주영”

“내 꿈은 묵직한 사업 하는 崔주영”

▶196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경영학과·한양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수료. 88년 한성자동차 영업사원. 91년 롯데호텔 인턴사원. 96년 SK그룹 신규사업개발팀 인턴사원. 98년 SK유통 대리. 99년 SK글로벌 과장. 2000년 쉐라톤워커힐호텔 과장. 2001년 SK글로벌 IT 신규사업개발팀 부장. 2002년 SK글로벌 IT 사업총괄 신규사업개발 TF팀장(상무). 2002년~현재 마이트앤메인 대표이사. 2005년~현재 엠앤엔링스(M&M Lynx) 대표이사 사장

국내 3위 재벌인 SK가(家) 2세 기업인의 코스닥 입성이 재계의 화제다. 고(故) 최종건 창업주의 조카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4촌 동생인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 사장은 지난 4월 디질런트FEF를 인수,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게는 처음부터 창업의 피가 흘렀다”는 최 사장에게서 사업과 멘토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5월 16일 오전 서울 충정로의 한 건물. 한눈에 보기에도 묵직한 뉴콘이며, 캐딜락 같은 고급차량 6대가 미끄러져 나왔다. 6대의 차량은 마치 한몸처럼 움직인다. 본부 차량인 3호차에서 “마포로가 막히니 남산으로 가겠습니다” “이제 1차선 잡습니다”라는 무전이 오면 곧바로 “수신 완료”하면서 방향을 트는데 마치 TV로 군사작전을 중계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양복 입은 군인’이거나? 이내 하늘이 흐려지자 1호차를 운전하던 스포츠 머리의 조항철 과장은 “(비를) 정지시키겠다”고 보고한다. 이들의 행선지는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 사령본부, ‘지휘관’은 최철원(38) 마이트앤메인 사장이다. 민간 기업으로는 드물게 해병대 사령부와 자매결연 행사를 하러 가는 길이다. 이날 마이트앤메인과 해병대사령부는 ‘1사 1부대’ 활동에 합의했다. 김태은 해병대 공보관은 “해병대와 민간기업 최초의 교류”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장남 근(6)군을 “미래의 해병”이라고 소개하면서 해병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강군(强軍)이 있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지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고 하잖습니까. 사실은 소방관, 경찰, 군인 이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안심하고 사는 것이죠. 마이트앤메인은 기업으로서 이런 분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의 충정로 사무실은 온통 ‘국방색’이다. 책장 곳곳에서 탱크·미사일·수중파괴반(UDT) 모형이 ‘경계’를 서고 있고, 벽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이오지마 섬에 성조기를 꽂는 ‘이오지마 상륙작전’이 걸려 있다. 달력에도 ‘조국이 부르면 우리는 간다’고 적혀 있다. 나중엔 공지기동해병대(상륙장갑차·기동헬기 등 독자적인 장비를 갖추고 전시 작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해병 전력) 얘기까지 꺼낸다.

-솔직히 말해 회사인지, 군부대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저는 구성원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해병대의 ‘상승(常勝) 정신’에서 찾습니다. 훈련병까지 일치단결하는 것이 해병대입니다. 마이트앤메인의 기업정신과 일치합니다. 나중에 회사를 훨씬 더 키울 건데, 구성원들이 회사의 ‘감독’이 되려면 진짜 프로페셔널리즘이 필요합니다. 그런 기본을 해병 정신에서 구하는 겁니다.” 마이트앤메인은 이런 회사다. 회사 이름도 ‘전력을 다해서’ ‘힘껏’이라는 뜻의 ‘위드 마이트 앤 메인(with might and main)’에서 따왔다. 베트남전에서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임상준 반장이 “현역보다 더 강한 해병대 정신으로 뭉친 회사”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 사장도 이런 사람이다. 해병대 690기, 키 178㎝의 거구, ‘탱크맨(Tman)’이라는 별명이 그를 대변한다. ‘정리정돈’과 ‘반공’이라는 가훈 역시 시대착오적(?)이지만 그와는 어울린다.

▶5월 16일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 사령부에서 자매결연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최철원 사장(오른쪽)과 이상로 해병대 사령관(중장).



“해병대 정신으로 뭉친 회사” ‘해병대 사나이’ 최 사장을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일단 그는 지난 4월 코스닥 시장 상장회사인 디질런트FEF를 인수했다. 마이트앤메인은 조만간 디질런트FEF와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 사장은 SK 집안의 2세 경영인이다. 2002년 7월 독립해 ‘창업 세대’가 된 지 5년 만에 시장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최 사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조카다. 최종건 회장의 막내동생인 최종관 전 SKC 부회장이 그의 아버지다. 최태원 SK㈜ 회장과는 4촌간이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이 그의 매형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는 스무 살 때부터 ‘딴짓’을 많이 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벤츠 영업사원으로 취직하는가 하면, 롯데호텔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너보고 돈 벌어오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 아들’이었다. 오죽했으면 매형인 김 총장이 ‘이제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자필 편지까지 썼을까. “일단 항복”하고 SK그룹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것이 96년. 그룹 신규사업개발팀에 배치됐는데, 당시 팀장이 최태원 회장이었다. 27개 계열사 공부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을 소개하던 최태원 회장이 “이 회사에 콘텐트를 얹을 거다. 그러면 유공(현 SK㈜)보다 더 커질 거다. 두고 보라”고 했던 것이 두고두고 새롭다. 나중엔 워커힐호텔 파견도 나갔고 정보기술(IT) 유통 일도 해봤다. 물론 그의 뜻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입사하자마자 독립한다”고 하니까 과·부장 시절엔 “임원 되고 나서 나가라”고 하더란다. 그렇게 6년을 싸웠다. 막상 상무가 돼서 나간다고 하자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또 말렸다. 나중엔 “여기서(그룹에서) 해보라”고 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나 있었다. 그는 “아마도 (재벌가 2세가)망하면 어떻게 수습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을 겁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런 점에서 SK 집안은 쓰디쓴 전력이 있다. 최 사장의 숙부이자 최종건 회장의 막내동생인 최종욱씨 얘기다. 최씨는 선경마그네틱을 가지고 분가해 동산유지를 인수하고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면서 SKM을 키웠으나 2000년 부도를 내고 말았다. 집안 형님들의 반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형님들이 “노(No)”할 때마다 그는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을 찾아갔다.(상자기사 참조) 그들은 늘 그의 후원군이 돼 주었다. 두 명의 외국인 매형도 “노 매터 왓 유 두(No matter what you do·무엇을 하든 상관없다)”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마침 회사에 비업무용 부동산이 나왔다. 그룹 계열사 중에 SK창고라는 비상장 회사가 있었는데, 인천과 경기도 용인에 창고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부실이 심각해 SK유통과 합병시킨 상태였다. 최 사장 생각은 달랐다. ‘여기(창고업)에 해운선사를 더하고 트럭을 달리게 하자!’ 곧바로 사직서를 썼다. 모시고 있던 김재균 상무(현 마이트앤메인 공동대표), 이용구 상무(현 마이트앤메인 전무)와 함께였다. “SK창고는 SK유통과 합쳐도 문제 덩어리였어요. 매각하고 싶어도 마땅히 주인이 없었어요. 저는 거꾸로 생각했지요. 주류 아이템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이다, 내 일처럼 하면 얘기가 다르다고 봤어요.”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3억5000만원을 증여받았다. 퇴직금까지 보태 5억원을 자본금으로 마이트앤메인을 세웠다. 인천과 경기도 용인 창고 두 개를 빌려 보관 물류사업을 하는 작은 회사였다. 설립 첫해 매출은 52억원. 지금은 440억원대로 키웠다. 물류 사업도 지도를 넓히는 중이다. 최근엔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러시아~일본~중국을 오가면서 유조선을 움직이는 일이다. 최 사장은 “재미가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군수사업을 얹었다. 엠앤엔링스가 그 일을 맡는다. 이 회사는 전자전(電子戰) 대응 장비를 만들고 있다. 올해 100억원 매출에 10억원가량의 흑자도 예상한다. 한편으론 SK텔레콤의 통신건설 소모성자재(MRO) 사업을 따왔다. SK㈜와 손잡고 매연 저감 장치 사업도 시작했다. 독립했다고 했는데, 자꾸 SK 얘기가 나왔다. 거슬렸다.


-너무 SK그룹에 의존하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 최 사장은 “그렇다고 (SK의 경쟁사인) 현대모비스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라면서 웃었다. 이내 표정이 바뀌었다. “SK가 그렇게 간단한 회사는 아닙니다. 아는 얼굴이니까 (거래물량) 팍팍 준다? 그런 거 없습니다. 철저하게 비딩(bidding·입찰)해야 합니다. SK텔레콤과의 거래는 사실 저도 몰랐어요. 기획업무 맡았던 차장이 따온 겁니다. (경쟁할) 실력이 돼야 하고, 저는 마이트앤메인이 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거예요. 마이트앤메인은 1등, 2등 하는 것만 합니다. 특히 특장차 물류에서는 대한민국 1등입니다. 화주의 물류 비용을 줄여주는 데 경쟁력 1등이라는 말이지요.”

-비즈니스가 안정적이네요. 그런데도 코스닥 상장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기업 공개(IPO) 안 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사실 IPO가 리스크가 있습니다. (기업 공개가)몸 팔고 얼굴 파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꾸로 생각해 주세요. ‘자신 있으니까 하는 거다’ 라고 말입니다. 단기차익이 목표 아닙니다. ‘먹튀’ 않겠다고 보호예수 2년도 걸었습니다.”

“1,2등 할 사업만 손댈 생각” 디질런트FEF는 조만간 유상증자를 통해 수백억원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돈으로 신사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의 욕심은 무엇일까. 돈이 아니란다. 오로지 사업이란다. 그것도 굳이 정의하자면 ‘정주영 사업’이다. 최 사장은 “자동차 움직이고 배 띄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울산 가서 배 만드는 것 보고 트럭 굴러가는 것 보면 그냥 흐뭇해요. 좋아하는 일로 사업하면 베스트 아닙니까. 이런 게 제 달란트(talent)더군요. 1, 2등 할 자신이 있는 일만 할 겁니다. 1등 해운선사를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 도전하는 겁니다.”

-왜 거기에 맞나요?
“직관입니다. 중앙아시아 가서 자원 개발하는 것도 적성에 맞았을 것 같은데 기회가 없었어요. 하드웨어 산업이 저한테 맞아요. 배 만들고 그 옆에 물류와 창고를 붙이는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잠이 안 와요. 정주영 회장님의 현대 같은 회사 만들고 싶습니다.” 최 사장은 단정짓듯 말했다. 물론 그의 도전이 SK가의 ‘최주영(SK 집안의 정주영 같은 기업가)’이 될지 아니면 두 번째 아픈 기억이 될지는 장담하기 이르다. 이제 막 시장에 신고식을 치렀을 뿐이다. 최 사장은 이제 서른여덟이다.


최춸원 사장 집무실 둘러보니…


“다섯 명의 멘토가 나를 키웠다”

▶ (왼쪽부터)정주영, 최종건, 최종현, 김석원, 백성학

최춸원 사장 방에는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회장, 고 최종현 SK 회장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한쪽엔 고 최종건 회장과 찍은 사진도 있다. 그는 “이들 다섯 명으로부터 경영정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어릴 적 ‘동네 아저씨’였던 김석원 전 회장으로부터는 “남자는 무릇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배웠다. “듣는 것을 잘해야 판단의 오류를 막을 수 있다”는 가르침도 얻었다. ‘모자왕’ 백성학 회장은 “실패한 사람을 만나서 왜 그랬는지 들어보라”고 조원해 줬다. 두 사람 모두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응원해 주웠다. 기자가 “김석원 전 회장도 실패한 사람 아닌가?”하고 묻자 “외환위기 전까지 쌍용을 엄청 키웠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그만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특히 ‘정주영 사랑’이 유별나다. 사무실 한쪽에는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담담(淡淡)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더욱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입니다’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 정회장의 손자인 정일선 BNG스틸 사장에게 “로비를 해서 구한 것”이란다. 물론, 그의 지향도 현대다. “(정 회장은) 기업인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대한민국 하면 ‘정주영의 현대’ 아닙니까. 그 정신을 닮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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