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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지배하는 자본시장 ‘큰손’

여의도 지배하는 자본시장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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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렌지색 간판이다. 오렌지색은 ‘에너지’ ‘성과’를 상징한다. 그래서일까? 미래에셋 브랜드에서는 부연이 필요 없는 에너지가 넘친다. 10년 동안의 성적표가 이를 그대로 대변한다.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미래(미래에셋)가 투자하는 회사는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돌고 있다. 미래에셋은 회사 규모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2007년 6월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는 31개다. 동양제철화학(14.97%), 효성(14.20%), 한진해운(12.25%) 같은 쟁쟁한 회사 지분도 상당하다. 지분 10% 이상을 가진 상장기업이 9개에 이른다. 이 외에도 동아제약(6.63%), KCC(6.49%), SBS(6.12%), 신세계(5.16%) 같은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미래가 투자하면 미래 보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입김’이 세다. 서울반도체(15.67%)를 비롯해 다음커뮤니케이션(14.67%), 하나로텔레콤(9.58%), 소디프신소재(9.49%), 엔빅스(6.77%) 등이 미래가 투자한 주식들이다. 미래에셋의 투자 방향에 따라 시장이 바뀐다고 할 정도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자본이 시장을 바꾸는 ‘펀드자본주의’에 대해 “펀드에 권력이 들어가면 미래에셋은 그것을 포기하겠다”며 “지분 점유로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기업이 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조언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펀드 운용사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대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2월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 미래에셋은 권력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미래에셋은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6.94%)보다 많은 지분(8.42%)이 있었다. 미래에셋이 어떻게 지분 행사를 하느냐에 따라 강 회장과 그 차남인 강문석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자산운용사가 투자 기업의 경영권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다수였지만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미래에셋이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으나 어마어마한 수탁액을 기반으로 시장 전체를 쥐락펴락할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인된 셈이다. 실제 미래에셋이 지난 3~4월에 사들인 동양제철화학, 효성의 주가는 같은 기간 동안 각각 176%, 52%씩 올랐다. 업계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1800을 돌파하는 데 미래에셋이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환매가 들어오면 미래에셋은 대형주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팔아 시장에서의 충격을 줄였다. 대신 중형주를 사서 수익률을 높였다.
미래에셋은 스스로 인정하는 ‘운장(運將)’이기도 하다. 시기를 잘 만난 것도 미래에셋의 힘이다. 박 회장은 “100%가 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형주를 팔고 사들인 중형주는 미래에셋이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매수자들이 몰렸다. 미래에셋의 브랜드 가치가 증명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미래에셋이 국내 단일기관으로는 최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여의도의 삼성전자라 불리기도 한다”고 알려줬다. 뭐니뭐니 해도 미래에셋의 힘은 수익률에서 나온다. ‘미래에셋=펀드’라는 등식이 만들어질 정도로 미래에셋은 펀드 업계에서 검증 받은 강자다. 미래에셋의 주식형 펀드는 2007년 6월 현재 19조원가량으로 전체 자산운용 규모의 31%를 웃돈다. 2004년 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미래에셋의 ‘인디펜던스 주식형 펀드’와 ‘디스커버리 주식형 펀드’는 올해 4월 누적수익률 500%를 돌파하면서 화제가 됐다. 인디펜던스 주식형 펀드는 순자산총액 1조4171억원으로 2001년 2월 14일 설정된 후 6월 22일 현재 637.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디스커버리 주식형은 2001년 7월 설정 이후 현재까지 670.21%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3억 만들기 중소형 주식1 펀드’는 40.44%의 수익률을 내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차지했다.

지나친 독주 경계하는 시각도 최근 4년 동안의 수익률 상위 펀드를 살펴보면 최상위 10개 중 미래에셋펀드가 1~4위를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돈을 좇고 펀드는 수익이 나야 돈을 토해낸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큰손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인디펜던스 주식형을 포함해 ‘3억 만들기 솔로몬(C-A)’ ‘3억 좋은 기업주식 K-1’ 등 7개의 펀드가 각각 1조원 넘게 몰렸다. 디스커버리 주식형도 운용 규모가 9100억원가량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미래에셋 파워가 감지된다. 2004년 12월부터 시작한 부동산 펀드는 미래에셋의 새로운 개척 분야다. 서울 도심 곳곳이 이 회사의 투자 대상이다. 2004년 ‘맵스프런티어 부동산 4호’를 시작으로 최근의 ‘맵스 아시아퍼시픽 부동산공모 1호’까지 대치동, 삼성동, 역삼동, 세종로, 한남동, 을지로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건설 시행사인 글로스타와 투자 계약을 맺고 2011년까지 서울 청계천 변에 연면적 5만 평 규모의 34·31층 쌍둥이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이 사업에 투자하는 맵스 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 1호에는 4317억원의 투자액이 몰려 미래에셋 파워를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맵스 프런티어 부동산 4~5호’는 2004년 설정한 후 현재까지 40%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은 서울 도심뿐 아니라 중국 상하이 등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운용 업계에서는 가장 주목할 경쟁 상대로 미래에셋을 꼽기도 한다. 자본시장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할 정도로 미래에셋의 영향력은 크다. 국내 펀드의 성공, 해외펀드 시장 최초 진출, 부동산 시장 개척 모두가 미래에셋이 일군 자산이자 국내 자본시장의 트렌드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자본시장은 돈을 따라 정보와 인력이 움직이는 ‘쩐의 시장’이 아닌가. 수익률 맞추기, 법적 제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의 경고 등 잡음도 따른다. 힘이 커진 만큼 책임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이 앞으로도 자본시장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할 때 시장은 진정한 강자로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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