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짧은 시간 자본시장 맹주 가 되다
그 짧은 시간 자본시장 맹주 가 되다
‘평균수명 약 10년’. 국내 중소기업의 평균 생존기간이다.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의 평균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995년 5만6472개에 달했던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10년 뒤인 2004년 말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25%, 이 중 종업원 300명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0.1%뿐이었다. 이처럼 기업의 평균수명이 점점 짧아지면서 ‘앞으로 국내에 삼성·LG 등과 같은 대기업이 출현하는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없을 것’이라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권은 어떨까.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어느 정도 생존을 보장받긴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각종 규제로 금융권에서 대기업은 차치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정태 대한투자증권 부장은 “금융권의 경우 그 특수성 때문에 망하는 기업보다 공적자금 등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주인이 바뀐 경우가 많아 평균 라이프 사이클을 가늠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점은 금융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금융권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8~9년 동안 시중은행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다수가 간판을 바꿨고, 증권업계에서도 한국·대한 ·현대투신 등 10여 개에 달하는 증권사가 인수합병(M&A)을 당하거나, 문을 닫았다. 또 200개가 넘었던 저축은행 숫자는 외환위기 이후 절반에 불과한 110개만이 살아남은 상태다.
10년 만에 자기자본 216배로 미래에셋이 금융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래에셋은 외환위기 등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영환경 속에서 태어나 불과 10년 만에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국내 자본시장의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1997년 벤처캐피털로 시작한 미래에셋은 현재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국내외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매년 한 개꼴로 계열사를 늘려간 것이다. 이 중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세종투신+SK투신), 미래에셋생명(SK생명)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체적으로 설립한 회사다. 여타 금융회사가 주로 M&A를 통해 세(勢)를 확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현재 자기자본은 2조1622억원. 10년 만에 덩치가 216배 이상 커진 셈이다. 또 고객자산은 70조원에 달한다. 이는 웬만한 시중은행이나 대형 보험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다. 내실도 탄탄해졌다. 2006년 말 현재 미래에셋은 매출액 2조3843억원(해외 계열사 제외), 순이익 2000억원에 육박한다. 그룹 전체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ROE)도 10%에 달한다. 개별 회사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그룹을 대표하는 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꼽힌다. 2000년 1조1132억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잔액은 지난 6월26일 현재 24조5530억원을 기록 중이다. 불과 5년 만에 펀드 규모가 23배 가량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업계 전체 펀드 규모가 65조원가량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5년은 사실상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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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과 내실 함께 키운 저력 미래에셋증권의 엄청난 성장 속도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상장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8만800원(6월 28일 기준)으로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이 밖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부동산펀드, 사모주식펀드(PEF) 분야에서 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고, 미래에셋벤처캐피탈·미래에셋생명 등도 비상장 벤처투자, 변액보험 영업 등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미래에셋이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무리한 확장 경영보다는 경쟁력 있는 자산운용 부문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미래에셋의 국내외 확장 전략을 보면 비용 등 리스크 부담이 적은 자산운용사를 먼저 세우고, 이후 성공 여부에 따라 증권 조직이 나가는 것이 특징”이라며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경쟁력 있는 부분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벤처캐피털로 창업한 이후 자산운용사(미래에셋자산운용 1997년 설립)를 먼저 세웠고, 어느 정도 시장 기반을 닦은 2년 뒤에 증권사를 설립했다. 해외 진출 전략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부터 해외에 진출한 미래에셋은 홍콩·싱가포르 등지에 자산운용사를 먼저 설립하고, 2007년이 돼서야 미래에셋증권 홍콩 법인을 만들었다. 인적·물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효과를 노린 확장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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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 어디까지 갈지 관심 미래에셋은 과연 성공의 역사를 계속 써나갈 수 있을까. 대다수 금융전문가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 패러다임이 안전 선호도에서 투자 선호도로 바뀌고 있는 만큼 자산운용에 강점을 지닌 미래에셋은 꾸준히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특히 미래에셋의 해외진출 전략이 향후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진출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명암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래에셋의 향후 발전 여부는 최근 주력하고 있는 해외진출 전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해외 선진 금융기관들의 역사를 보면 자국 내에서보다는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해왔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홍콩·싱가포르·인도·런던 등에 5개의 자산운용사 및 증권법인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괜찮은 편이다. 미래에셋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현재 약 7조9000억원의 해외펀드를 운용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펀드 운용 성과도 좋다. 미래에셋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아시아 지역 해외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지역별·섹터별로 모두 업계 톱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실례로 중국 투자 펀드인 ‘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주식형펀드’의 경우 1년 누적수익률 89.33%로 업계 최고를 기록 중이다. 해외진출 성과와 관련, 박 회장은 “해외진출 이후 미래에셋의 수익원이 국내외로 다양화되면서 경영의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며 “향후에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앞으로 중국·미국·베트남 등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며, 올 하반기부터는 국내투자자에게만 판매했던 국내외 펀드를 해외투자자에게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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