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주역들 ⑤] “몸집 더 키워 세계로 나가겠다”
[자본시장의 주역들 ⑤] “몸집 더 키워 세계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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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제는 단순히 사람만으로 영업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인재가 있어도 돈이 없으면 돈을 벌 수도, 성장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됐죠. 최근 증권업계 최대 관심사인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등이 바로 돈이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영역입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등 사람 장사에만 의존하다 보니 덩치를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에 신경 써야 해요.”
2010년 자기자본 5조원으로 확대 김지완(61) 현대증권 사장은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대의 증권사 생존 키워드로‘규모의 경제’를 뽑았다. 자통법 시행 이후 달라질 금융 환경에서 은행, 보험 등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통법 시행은 본격적인 글로벌 약육강식 시대의 개막을 뜻한다”며 향후 몇 년간 현대증권의 필승전략은 자기자본 확대에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6000억원 정도.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3~4위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크다. 하지만 은행, 보험 등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평균 자기자본은 11조원이 넘는다. 더욱이 글로벌 잣대로 평가하면 현대증권은 그야말로 변방의 소형사에 불과하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의 평균 자기자본은 26조원에 달하고 있다. 김 사장이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업종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경쟁 상대는 증권사가 아닌 전 금융권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국내외 시장에서 해외 선진 금융기관들과도 경쟁해야죠.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경쟁이 될 수 없어요. 급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김 사장은 연내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을 2조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2010년까지는 자기자본을 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장기 플랜도 세웠다. 자본 확대 방법으로는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으로 자본 확대 방법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연내에 자기자본을 2조원까지 늘리는 것은 가능하리라 봅니다. 또 앞으로도 유상증자와 이익 확대, 채권발행 등으로 2010년에는 자기자본을 5조원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김 사장은 자기자본 확대를 통해 글로벌 종합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그렇다고 덩치를 키울 때까지 마냥 기다리겠다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영업 체질 및 수익구조 개선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덩치에 걸맞게 체력도 키우겠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증권이 투자은행 및 자산관리 강화를 위해 조직을 개편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IB와 자산관리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해외 IB 부문의 성과가 돋보인다. 현대증권은 현재 카자흐스탄, 중국, 베트남, 몽골 등지에 직·간접으로 수백억원을 투자한 상태며 투자 대상도 아파트,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하다.
현지인 채용 늘려 글로벌화 김 사장이 자본 확대와 함께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글로벌 인재’ 확보다. 현대증권은 증권업계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인적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정평 나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우물(국내) 안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글로벌 인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죠. 하지만 해외 IB와 PI 등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업무와 투자에 밝은 글로벌 인재들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자본 확대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인적구조도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죠.” 김 사장은 글로벌 인재를 뽑는 데도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뉴욕을 방문, MBA 졸업생 면접을 직접 진행해 1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지난해에도 직접 뉴욕으로 건너가 일일이 인터뷰를 진행, 10여 명의 인재를 직접 뽑아오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해외 투자를 할 경우 현지인 직접 채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아파트 PF를 진행할 때도 카자흐스탄 국적의 고려인을 뽑았다. 또 미국, 영국 , 중국, 일본 등 현대증권 해외법인 및 사무소에는 1~2명의 현지인이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해외 진출시 그 나라 언어뿐만 아니라 법률, 문화, 심지어 개인의 사고방식까지 검토 대상이 됩니다. 아무리 언어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이라도 그 나라에 살지 않고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죠. 현지인들을 채용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 현대증권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현지인 채용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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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증권사 정부가 만들어야 글로벌 인재 채용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매년 20여 명의 직원을 선발해 국내외 MBA 및 금융전문 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발된 인원만 2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일종의 ‘인재 특공대’로 향후 현대증권의 글로벌 종합금융투자회사 변신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공적자금 투입 증권사의 처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사장은 “민간 영역에서 증권사를 대형화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먼저 정부가 나서 대형 증권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즉 정부가 주인인 증권사를 모두 합병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토종 메가 증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초대형 증권사를 만들 경우 시장 경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돼 민간 증권사의 대형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골드먼삭스 등과 대적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 증권업계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겨루면서 국내 시장을 지킬 수 있는 초대형 증권사입니다. 정부가 증권사의 대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다 같은 이유죠. 민간 증권사들이 규모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고 인수합병(M&A)이 쉬운 것도 아니죠. 그렇다면 무엇이 최선일까요. 바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증권사를 합병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 시장 경쟁을 가속화하는 것이죠.”
김지완 사장은…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장수 CEO “노장은 죽지 않는다.” 증권업계에서 김지완 사장을 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는 올해로 증권업력 31년, 증권사 CEO만 10년을 지낸 그의 경력 때문이다. 그는 또 증권업계 최고령 CEO이기도 하다. 사실상 살아 있는 한국증권의 역사인 셈이다. 증권사 CEO들이 업계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김 사장을 찾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업력과 나이가 많아서 ‘노장’이라고 불리는 것은 아니다. 그는 경력뿐만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도 30대 젊은 직원들이 못 따라갈 정도로 강하다. 말 그대로 장수감이다. 그의 체력과 정신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불수도북’이다. ‘불수도북’이란 서울 강북의 대표적 명산인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을 쉬지 않고 하루 만에 종주하는 것으로 2003년 김 사장 취임 이후 현대증권만의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4개 산을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시간 이상. 이쯤 되면 단순히 단합대회용 등산이 아니다. 웬만한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극기훈련인 것이다. 때문에 현대증권 임직원들은 ‘불수도북’ 행사가 다가오기 몇 달 전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체력관리에 나선다고 한다. 이 행사에서 김 사장은 단 한 번도 완주는 물론 선봉을 내준 적도 없다고 한다. 오히려 뒤처지는 임직원들이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챙길 정도다. 올해도 어김없이 불수도북 행사는 예정돼 있다. 현대증권은 오는 7월 28일 부장급 이상이 참여하는 불수도북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사장이 젊은 인재들이 판치는 증권업계에서 장수 CEO로 활약할 수 있는 것도 문무를 겸비한 장수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증시 노하우와 현장 영업이 가능한 체력 및 정신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내에서 김 사장은 현대증권과 현대그룹을 지켜낸 일등공신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2003년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현대 3사(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김 사장은 정부 당국자를 찾아다니며 “현대증권만은 명맥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부는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만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현대증권은 부실책임금을 내는 선에서 현대그룹에 남아 있도록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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