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당장 대륙으로 오라”
답은 현장에서 보이게 마련이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상하이에서 ‘돈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지만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우리에겐 잘 보이지도, 잘 들리지도 않는다. 오라는 손짓이 없다고 안 갈 수도 없는 땅. 상하이 현지에서 적어도 3년 이상 금융시장을 지켜본 증권맨 3인의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들어오라.”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 “중국은 정답 보고 문제 푸는 나라”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는 상하이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대세상승 추세는 계속된다”는 낙관론을 유지해 왔다. “중국 경제의 거시적 성장과 중국 정부의 합리적 대응 능력”이 그 배경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증시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단기적으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는 증시를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성장시킨다는 겁니다. 너무 과열되는 것만 막자는 것이죠. 중장기적으로 볼 때도 중국 증시는 계속 올라갈 겁니다. 거시경제 성장이 양호하고 수출과 소비, 투자 모두 성장할 것입니다. 특히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가파릅니다. 올해 상하이 A주식 종목의 경우 연 평균 35% 성장할 전망입니다. 내년에도 30%는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부실기업에 버블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주가 밸류에이션은 합리적 수준입니다. 주가가 너무 높다고 하지만, 이익 성장률이 반영된 것일 뿐이죠.”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우려’에 대해서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88서울올림픽 이후 주가가 대폭락한 한국의 학습효과 때문인데,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엔 최대 보너스이자, 국제적 지위와 이미지가 올라가는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다른 이머징 마켓의 시행착오에 대한 치밀한 연구를 해놨습니다. 한마디로 답을 보고 문제를 푸는 나라죠. 또 선진 민주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돌발변수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죠. 베이징올림픽 이후 일시적인 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지 금융인을 자주 만난다는 최 수석대표는 “그들을 만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하다”고 했다. 선진 투자기법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엘리트가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그는 “국내 증권사들도 하루빨리 상하이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며 “금융회사라면 중국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고, 투자 채널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난 7월 초는 상하이 주가가 한창 조정을 받던 때였다. ‘그것 봐, 중국이 그렇지’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8일 상하이 지수는 4600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국영 우리투자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 “상하이 지수 5000이 바로 눈앞에” 올 초 상하이 지수가 3300포인트일 때, 금융인들이 참석하는 한 사교모임에 나갔습니다. 그때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지수가 얼마였는지 아십니까? 5000이었어요(실제로 상하이 지수는 5000포인트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06년 5월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증권사나 투자자들은 투자판단이 늦었습니다.” 중국철학을 전공한 김국영 우리투자증권 수석대표는 “옛날 신라방이나 백제소처럼 중국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며 우리가 먹고살아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자본은 중국에 많이 들어와 있지만, 금융자본은 그렇지 않다”면서 금융자본의 과감한 투자를 강조했다. “올해가 한·중 수교 15주년인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12~13년 전에 중국에 들어와 투자를 해 불과 2~3년 전부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외환위기를 겪은 후 2004년께 회복이 됐습니다. 그래서 중국 진출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중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시기예요.” 김국영 수석대표는 “개별 종목별로 보면 올라갈 만큼 올랐지만 ‘지수’ 측면에서 보면 하반기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큰 국영기업이 많아 지수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 때문에 장기적 관점(long Term)에서 인덱스 상품에 관심을 갖고, 중국 기업에 벤처캐피털(VC) 성격으로 투자하면 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리스크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한국기업 사장과 골프를 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차를 마시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백인이 여러 명을 대동하고 우리 가까운 테이블에 앉더군요.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중국은 앞으로 30년간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백인은 전설적인 골퍼인 게리 플레이어였어요. 중국을 조금만 알면 중국 발전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됩니다. 특히 모든 문제를 벤치마크해 놓고 컨트롤하는 중국의 지도자들은 정말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부용 현대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 “거침없는 상승세…폭락은 없을 것” 중국 증시 붕괴를 걱정하는데,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아요. 풍부한 외환보유액이 있고, 통화정책을 쓸 여지도 풍부하고, 아직은 1% 내외인 외국인 시장을 개방할 수도 있죠. 정부의 관리능력을 떠나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야 합니다.” 김부용 현대증권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의 얘기다. 그는 “이미 중국 증시는 집권층의 성향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운용되는 측면이 강해졌다”고 했다. 또 “부의 불균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고, 따라서 큰 파괴력이 있는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증시는 올림픽 전까지는 오를 것이라는 심리인 안정으로 인해 돈이 많이 들어와 있다”며 “버블은 꺼지게 마련인데, 수급 측면에서 보면 버블은 아니다”고 했다. 상승추세도 쉽게 깨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조정장이 있더라도 조정일 뿐이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도 잊지 않는다. 대신 그는 중국 증시 열풍에 편승한 ‘한국인들의 불법투자’에 대해 우려했다. 현재 중국 A주 시장은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다. 그는 또 “중국 증시에 대해 과감한 접근은 필요하지만, 중국 정부가 금융 개방에 아직 적극적이지 않고, 특히 증권업 부분은 개방 정도가 미미하기 때문에 ‘오버’하지 말고, 중국에 대해 공부하고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에 대해서는 이런 조언을 했다. “이제 중국경제에 편입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습니다. 중국은 명품, 고가, 중저가, 초저가 등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진정한 중국 진출은 중국에서 만들어 중국에 파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만의 비교우위가 있습니다. 양국에 문화적 동질감을 갖고 있는 조선족을 우리의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단순히 가이드나 통역으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사업 동반자로 키워야 합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생기는 오해로 얼마나 많은 기업인이 실패를 합니까? 이 점에서 조선족은 해외의 어떤 나라도 갖기 힘든 경쟁력입니다. 중국에 대해 성숙한 단계의 고민을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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