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TREND] 재계는 지금 ‘기업 리모델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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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컨버전스로 경쟁력 강화 = 삼성은 하반기 들어 전례 없는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정기 인사 때가 아니면 경영진 이동이나 조직 개편을 하지 않던 관행을 깬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에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이 겸직하고 있던 메모리사업부장에 조수인 부사장을, 제조센터장에 변정우 전무를 각각 선임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 디지털카메라,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에 이어 정보통신 부문의 조직 개편도 임박했다. 삼성전자의 파격 인사는 전자 계열사로도 확산됐다. 삼성SDI는 7월에 PDP와 꿈의 디스플레이란 AMOLED를 총괄하는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이어 삼성테크원도 8월 1일 삼성전자 박종우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이 디지털카메라 사업부장직을 겸임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삼성은 계열사끼리도 서로 경쟁하는 성장 전략을 펼쳐왔지만 이번 인사는 계열사 간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기술이나 품질이 승부의 관건이 아닌 만큼 방향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위기론’ 배경 놓고 억측 무성 =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에서는 ‘내핍 경영’ 움직임도 뚜렷해 시중에서는 이를 둘러싼 억측이 무성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4~5년 뒤 위기론’이 나온 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복지 혜택을 줄이면서 중견 간부 400여 명의 명예퇴직 신청도 받았다. A그룹의 정보 담당자는 이런 삼성전자의 ‘위기론’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에 몇 조 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가 나라 안팎의 파장도 클 텐데 미래 수종이 불투명하다고 위기론을 거론하는 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요즘 움직임을 두고 ▶지난 몇 년간 호황으로 보직 없는 고참 간부가 느는 등 비대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이재용 전무 체제에 대비해 진용을 개편하고 ▶차기 정부의 이건희 회장 소환 가능성에 대비하는 다목적 카드로 해석했다. 삼성의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의 인력 관리가 얼마나 타이트한데 보직 없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이건희 회장 소환 문제도 검찰이 대법원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판결을 보고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의 이병남 한국 대표도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지난 몇 년간 성장 정체 현상을 겪었다”며 “위기를 부풀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M&A로 기업 체질 리모델링 = 두산 · 한화 · 효성 등은 지난 몇 년 사이 국내외 M&A로 기업 체질을 확 바꿨다. 이들은 특히 국내 기업이 글로벌 M&A 시장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두산은 111년 역사에 연연하지 않고 맥주 등 소비재 사업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한국중공업 · 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하며 중공업 부문을 키웠다. 남은 고민은 ‘덩치만 키운 중공업 부문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였다. 두산은 M&A에서 해법을 찾았다. 두산 M&A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용만 부회장은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을 사들이는 게 경쟁에서 빨리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두산이 7월에 잉거솔랜드사의 세 개 사업부문을 49억 달러에 사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계 1위 콤팩트 건설 중장비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 후 주춤하고 있지만 한화도 M&A로 사세를 키우고 체질을 바꾼 대표적인 기업이다. 김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81년에 1조원이었던 연 매출액이 지난해 24조원 규모로 불어난 것을 두고 오너 2세 가운데 20배 이상 기업을 키운 사람은 많지 않다며 자랑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한화는 특히 2002년에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사업 구조를 제조와 레저에서 금융 부문으로도 확장했다. 한화 측은 (주)한화를 그룹의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한편 대한생명 · 한화증권 · 한화손해보험의 시너지를 높이고 해외 진출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로비 의혹과 국제 소송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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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주자에 사업 팔아 돈 버는 선진 기업 주목 = 삼성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국내 기업의 해외 M&A 규모가 여전히 작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M&A 규모는 5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일본은 81억3,100만 달러, 중국은 52억7,9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국내 기업이 해외 M&A라도 해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도 IBM 등처럼 후발 주자에 기존 사업을 비싸게 팔고 지식 활용과 글로벌 아웃소싱 등으로 한 단계 앞선 사업에 집중하는 하이 컨셉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택과 집중으로 환경 변화 대비 = 한일합섬의 구자홍 부회장은 요즘 회사 리모델링에 힘을 쏟고 있다. 동양그룹이 올 초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수한 한일합섬의 사업 영역이 섬유 · 패션 · 건설 · 기계 · 레저 등으로 지나치게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한일합섬을 의류 · 패션 전문 기업으로 바꾸고 있다. 기계 · 레저 부문은 별도 독립 법인으로 만든다. 건설 부문은 기존 사업을 동양메이저 건설 부문에 넘기고 면허는 반납한다. 구 부회장은 이와 더불어 의류 · 패션 브랜드도 구조조정하고 있다. 내년에 중고가의 ‘도시풍 빈티지 캐주얼’을 출시할 예정이다. 남성 의류 브랜드 ‘윈디클럽’은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그대로 가져간다. 구 부회장은 “리모델링 과정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올해에도 40억~5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이후 4년 사이 주가가 70배나 오른 현대미포조선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미포조선은 96년 기준 세계 1위의 선박 수리 부문을 과감히 포기했다. 새 선박을 만드는 건조사업이 더욱 유망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업 영역을 바꾼 건 아니다. 현대미포조선은 과거 선박 수리 시절 쌓은 선박 수요 트렌드 예측 능력이 뛰어났다. 이를 바탕으로 큰 폭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자신들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석유 운반선 건조에 역량을 집중했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 기업들은 한계 사업을 어쩔 수 없이 버리는 게 아니라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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