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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오래될수록 사랑 받아”

“명품은 오래될수록 사랑 받아”

▶1993년 독일 기슨 응용과학 대학교·경영대학원 졸업
1997년 독일 포르쉐 AG 영업 마케팅 매니저
2001년 포르쉐 아태지역 영업 및 딜러 개발 매니저
현재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코리아 대표


포르쉐는 확실히 잘나가는 브랜드다. 포르쉐가 힘 세고 잘 빠진 차라 하는 말이 아니다. 포르쉐는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의 최대주주로서 폴크스바겐을 좌지우지할 권력이 있다.

포르쉐는 연간 10만 대를 생산하는 반면 폴크스바겐은 500만 대는 족히 생산하니 그야말로 포르쉐는 덩치가 50배인 폴크스바겐을 집어삼킨 셈이다.

폴크스바겐은 자회사로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을 두고 있어 앞으로 포르쉐가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독일 자동차업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제정된 이른바 ‘폴크스바겐법’을 불법이라고 판정했으니 포르쉐는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포르쉐 바이러스’가 있다


포르쉐의 힘은 무엇일까. 오늘의 바토크 주인공 마이클 베터(39) 스투트가르트 사장은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둘 다 포르쉐로 하나는 이번에 출시된 신형 모델이었고, 또 하나는 바로 이전 모델이었다.

“무엇이 다른 것 같나요?”

그는 “분명 다른 점이 눈에 보이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포르쉐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저도 길에서 포르쉐를 보면 우습게도 한눈에 새 모델인지 구 모델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포르쉐다운 일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끼리는 그 포르쉐다움을 좋아하는 것을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표현하는데요. 그러니까 디자인이 조금만 바뀌어도 ‘옛날 것이 낫다’고 불만을 표하는 분들이 있기도 하죠. 하지만 곧 다시 신형 포르쉐에도 애정을 주시곤 하죠. 포르쉐 고객은 모두 포르쉐 바이러스 감염자니까요.”

그는 또 “길에 다니는 포르쉐의 70%가 예전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브랜드에서 새 모델이 나왔을 때 그 이전 모델이 구식으로 보인다면 그 차는 명품은 아닙니다.”

오늘날 포르쉐를 만든 것은 벤델린 비데킹 포르쉐 CEO다. 베터 사장은 그를 역할 모델이라고 밝히며 그와의 인연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베터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신차를 프로모션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마케팅 업체에서 일을 했었다. 이미 그때부터 그는 포르쉐의 팬이었다.

어떻게 하면 포르쉐에서 일을 할까 궁리하던 차에 그는 현 포르쉐의 CEO인 벤델린 비데킹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본 비데킹 사장이 그에게 ‘포르쉐에서 일해 보라’고 권유한 것이다. 그는 속으로 정말 만세를 불렀다.

“비데킹 사장이 온 후 판매량은 4배로 늘고 이익은 5배 이상, 주가는 25배 이상 올랐습니다. 그때 돈이 있었으면 주식 좀 사 놨어야 하는 건데”하며 무릎을 쳤다.

지금 그는 포르쉐 본사를 떠나 포르쉐 정식 수입업체를 꾸려가고 있지만 그가 포르쉐 본사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할 수 없다. 그가 온 후 도입한 서비스 중 하나는 ‘맞춤형 포르쉐 제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고 벼락 부자가 돼서, 내일 당장 포르쉐를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자신의 취향을 차에 최대한 반영하고 싶어 하죠. 왜 크리스마스 선물 기다리는 기분 있잖아요. 점점 그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기대감은 더 커지는 것처럼 말이죠. 구매 과정에서도 만족감을 높여 드리고 싶습니다.”



Bar H는…



유리천장에서 별이 뜬다


Bar H에서는 청담동의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천장까지 유리로 돼 있어 시원한 느낌이다. 벽난로와 널찍한 소파가 어우러진 공간은 파티를 해도 좋을 듯하다. 아래층은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Grill H가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 전화 02-3446-5574.
매년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는데 지금 속도라면 올해 한국에서 포르쉐는 약 300대가 팔리게 된다. 내년 목표는 400대다. 숫자가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20년 전 처음 포르쉐를 수입했을 때는 거의 팔리지 않았고 외환위기 이전에는 1년에 고작 8대 정도. 97년에는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포르쉐가 직접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스투트가르트와 같은 공식수입원을 두는 이유도 아직은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처럼 판매량이 올라간다면 포르쉐가 정식으로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듯 10월 중순, 포르쉐는 부산시 해운대구에 또 하나의 전시장을 설치했다. 포르쉐를 부산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살 것이라 예상하는 것일까.

“글쎄요.(웃음) 당장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보단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거리를 다니다 포르쉐를 보면 눈길을 한 번 더 주는 것처럼 자꾸 보여 드려야죠.”


세단과 스포츠카 비교 어려워


그런데 누군가는 포르쉐를 보고 반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포르쉐와 같은 고급 외제차와 부딪쳐 고액의 수리비를 물어준 적이 있다면 말이다. 때로는 포르쉐와 같은 고급 외제차와 사고라도 날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많다고 운을 떼어 봤다.

“일단 사고가 나면 안 되죠. 제가 드릴 말씀은 좋은 보험을 들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제가 고객께 항상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Safe driving’. 무조건 안전이 우선이죠. 저는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켤 것을 권합니다.”

낮에 헤드라이트를 켜면 상대가 자신을 분명히 볼 수 있어 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많이 바뀌고 있지만 한국에선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도 개방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수입차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를 차지하지만 포르쉐를 생산하는 독일에서는 15~20%의 차가 현대나 기아차죠.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관세로 높아진 가격 때문이겠지요.”

그는 “FTA 이슈는 업계마다 입장이 다르겠지만 자동차 산업의 경우 관세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환율 변화로 가격을 조금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포르쉐만의 일은 아니다. 얼마 전 벤츠도 가격을 내리는 등 수입차 브랜드의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는 다른 경쟁업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에서는 보통 현대차와 도요타를 비교해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비교하기보다는 종별로 비교합니다. 스포츠카와 세단을 동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으니까요.”

특정 경쟁 업체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모델에 따라 경쟁 업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자신의 흰 포르쉐에 올랐다. 아직 한 번도 포르쉐를 사 본 적이 없다는 그는 포르쉐에서 일하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 새 포르쉐를 탈 수 있다. 포르쉐 이외에 다른 차를 산다면 무엇을 사겠느냐는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던 베터 사장이다.

셔츠에 꽂혀 있던 선글라스를 쓰고 귀에는 휴대전화 헤드셋을 끼고 있었다. 막히는 신사대로를 벗어나자 순식간에 그의 포르쉐가 사라졌다. 아직 어둡지 않았지만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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