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정치가 안겨준 승리
감성의 정치가 안겨준 승리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한 지난 80일 동안 평균 3일에 한 번씩 평균 3시간 정도 이명박 당선자와 TV 토론을 준비해 왔다. 옆에서 지켜본 그는 별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30대 초반이라는 너무 젊은 나이에 CEO가 됐으니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훈련 기회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경제라는 확실한 이미지와 서울시장 재직시의 청계천이라는 상징물을 통해 추진력이라는 이미지마저 보태졌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구구하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지가 곧 설득의 툴이 된 셈이다. 물론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그의 이미지는 이미 선거를 통해 충분히 소비됐고 국민은 그에게서 이미지 이상을 기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말하느냐가 그의 국정 운영의 성공을 판가름하리라 본다. 그러나 유세 과정에서 사람이 곧 메시지가 되고 이미지가 된 이명박의 성공은 정치인들에게 아주 유효한 사례다. 물론 말을 잘한다면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에서 아주 꽤 괜찮은 카드를 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이 선거에서의 승리로 직결되지 않는다. 대신 사람에게서 메시지가 읽혀져야 하고 그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져야 한다. 어차피 유권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정치인을 만나야 하는 텔레폴리틱스 시대에 접어들었고, 따라서 미디어 능력(media capibility)은 정치인이 반드시 키워야 할 역량이다. 자신이 어떻게 메시지가 되고 이미지가 될 것인가? “You are the message”라는 이명박의 대선 승리가 확인시켜준 가르침은 정치를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또 자신이 곧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을 제시한다. 40∼50대들은 3김 시대의 여의도광장 유세를 기억한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인 여의도광장에서 확성기에 연설을 하고 선거 유인물이 밟히던 시대는 1992년 대선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돈 안 드는 선거로 가려는 선거공영제가 공직선거법에 도입되면서 광장에서의 대규모 유세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대신 그 자리를 방송이 대신하게 됐다. 이처럼 선거와 정치는 광장에서 TV로 들어왔다. 그러나 선거가 TV로 들어오면서 정말 돈 안 드는 선거공영제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좀 의심스럽다. 선거비용의 대부분이 방송광고와 방송연설에 쓰이기 때문이다. 이번 2007년 대선에서의 법정선거비용은 465억원으로 한나라당의 경우 380억원의 선거비용을 사용했는데 이 중에서 230억원을 방송연설과 방송광고 등 홍보비용으로 지출했다. 선거비용의 60%를 홍보비용으로 지출한 셈이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선거법상 허용된 방송광고 30회와 신문광고 70회를 모두 사용하고, 대선 후보자의 TV연설 11회와 찬조연설 11회도 모두 사용했다. 한마디로 방송 홍보에 융단폭격을 가한 셈이다. 미국에서도 방송광고와 연설에 모금된 정치자금의 절반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어쨌든 이제 유권자들은 정치인을 만나려면 TV를 켜야 하고, TV 화면을 통해 정치인을 만나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TV 화면에 어떻게 비치느냐가 결정적으로 정치인의 실제 모습처럼 돼버린다. 결국 유권자들은 TV 화면으로 전달된 이미지만으로 후보자의 면면을 파악하게 된다. 이렇게 이미지만으로 후보를 고르는 병폐를 막아보려고 정책을 점검하자는 메니페스토 운동이 생겨났다. 물론 국가의 5년, 아니 수십 년을 좌우하는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대선 후보자의 면면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것을 강요하기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747 경제 성장의 실현 가능성을 일반 대중이 어떻게 알고 한반도 대운하의 환경영향평가를 어떻게 예측해 낼까? 이것은 언론과 시민사회, 지식인들이 대중을 위해 제공해야 하는 영역이다. 대중에게 이것을 직접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말에 ‘마음 가는 대로’라는 표현이 있는데 마음이 간다는데 어떻게 가로막겠는가? ‘마음 가는 대로’라는 표현은 눈과 귀로 받아들인 정보를 이미지화해 마음을 움직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11월 19일 ‘KBS 시사기획 쌈’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78.1%가 후보자를 고를 때 느낌과 인상 같은 이미지를 고려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미지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뿐일까? 사실 이미지는 그 사람의 전부가 응축된 결정체다. 정치인의 이력과 살아온 시간들이 그 사람의 모습으로 고착되고 유권자들은 이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읽는다. 따라서 메시지와 이미지와 인물이 일치한다면 선거에서 최상의 조합이다. 즉 인물이 이미지가 되고 메시지가 된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은 완벽하게 일치하는 편이었다. 후보자가 곧 경제라는 메시지가 되고 이명박의 경력을 통해 경제의 이미지와 일치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9일 ‘KBS 시사기획 쌈’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이명박 하면 생각나는 말로 경제성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의 경우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34%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만큼 인물에게서 메시지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사례다. 이 설문조사도 말해주듯이 TV토론을 준비하는 미디어 컨설턴트 입장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아주 좋은 재료였다. 아무리 뛰어난 주방장이라도 주재료가 좋지 않으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양념은 양념일 뿐 좋지 않은 재료를 감추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명박은 경제라는 확실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가졌기에 굳이 복잡하고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이미 유권자들이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이런 경제 이미지는 유권자의 필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들에서 차기 대통령의 국정 과제로 경제 살리기가 매번 70% 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명박의 이미지와 유권자의 필요가 거의 일치하디시피 하면서 이명박의 지지율은 1년 이상 줄곧 선두자리를 지키면서 고공 행진을 계속했다. 이명박의 경제 이미지는 그가 사용한 말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흔히 말을 영혼의 집이라고 하는데 정치인의 말도 마찬가지다. 말이야말로 정치인의 현재와 지평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상징이다. 정치인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이 되기도 하는 사람인데 그 무엇이 될 때는 거의 말을 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화여대 박성희 교수의 분석(8월 19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부터 10월 4일 연설까지 총 17회에 걸친 연설을 분석했다)에 따르면 이명박은 사용한 1만2000여 단어 중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76번으로 제일 많이 사용했고 ‘시장’과 ‘상인’ 같은 실용적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가장 즐겨 쓴 동사로는 ‘만들다’였고 ‘반드시’와 ‘정말’ 같은 단어를 통해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명박은 ‘경제와 일자리, 기업’을 한 묶음으로 등장시켰다. 인물에게서 읽히는 경제 이미지를 말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고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이었다. 반면 정동영은 가족행복이란 가치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투자율 1%, 비정규직 580만, 청년 실업 100만이란 경제 상황에 지쳐버린 유권자들에게 가족행복이란 가치 프레임은 어쩌면 배부른 노래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그리고 정동영에게서 가족행복이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도출해 내기도 어려웠다. 인물과 메시지와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았으며 각자 따로 놀았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의 가슴에 다가가지 못했다. 이명박을 경제 살리기 이미지와 일치하는 현상을 두고 우리 시대의 대표 논객이자 진보 정치인의 대명사인 유시민은 “구세주 신드롬”이라고 비판했다. 되는 일도 없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누군가 나타나서 이 상황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바로 이명박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는 말이다. 그의 탁월한 분석에 동의한다. 이명박이 대중의 이런 구세주 신드롬을 파고들었다면 그것은 그의 선거전략이 뛰어났다는 의미다. 자신의 이미지를 유권자의 욕망과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후보자 합동 TV 토론회에서도 “부패 후보자와 자리를 함께해 참으로 부끄럽다”는 모욕스러운 공격을 받았으면서도 일일이 반격하기보다는 경제 살리기 메시지에 집중했다. 지지율 1위 후보로서 대통령답게 보이려는 이른바 “큰형님” 전략이라는 기본적 커뮤니케이션 기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경제를 살려 낼 것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주자는 전략이었다. 대통령 선거는 총체적인 마케팅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정신이니 뭐니 아무리 고상한 분석을 제시해도 결국 핵심은 후보를 파는 일이다. 유권자들에게 한 표만 달라는 호소가 선거의 본질이다. 따라서 후보와 공약을 유권자들이 사게 만들어야 하고 그런 마케팅 관점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정당은 마케팅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략 면에서 한참 부족했다는 인상이다. 지난 10월부터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까지 두 달간 대선 현장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방송 토론 미디어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한국 정당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준을 아주 실감나게 겪어보았다. 예컨대 한나라당은 10월 5일 다양화와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육 공약인 ‘학교만족 사교육비 절반’ 정책을 발표했다. 대학입시를 3단계로 자율화하고 특성화 고등학교를 300개 만들겠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한나라당은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대학입시 자율화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 교육정책은 지난 30년 동안의 평준화를 뛰어넘어 거의 금기시되어 왔던 입시 자율화를 과감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단연 차별화된 상품이었다. 한나라당이 교육을 주요 공약으로 만들어낸 판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교육은 5000만 모두가 정책의 직접적인 소비자이고 국민 모두가 고통 받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연간 교육예산이 32조원인데 사교육비가 30조원 규모라면 한국의 교육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교육 공약은 필요성이나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단연코 뛰어난 정책 상품이었다. 한나라당이 ‘학교만족 사교육비 절반’ 정책을 발표하자 청와대는 그 다음날로 반박 성명을 내놓았다. 청와대의 즉각적이고 아주 민감한 반응이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한나라당이 교육 정책이라는 이슈를 선점했다는 증거였으며 동시에 그만큼 매력적인 상품성을 가졌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더욱이 대표 공약인 747이나 한반도 대운하가 너무 거대한 목표를 가진 공약이라서 대중들에게는 공약의 체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교육 공약이 발표된 후 TV 토론에서 다뤄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분명 이슈를 선점하고 유권자를 분명히 사로잡을 만큼 눈에 띄는 정책인데도, 정작 미디어 특히 방송 토론에 출연한 한나라당 측 패널의 토론을 듣노라면 무엇을 하자는 공약이고, 왜 이 공약이 반드시 필요한지 전달되지 않았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공약을 만든 교육 정책팀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가령 음료수를 하나 새로 출시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취향과 기능성 음료를 선호하는 최근의 추세, 시장 상황, 주요 판매 대상에 따른 기호 등등 수많은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 전략을 세우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정책, 특히 선거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공약을 만들면서 마케팅 감각, 특히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이처럼 부재했다. 제품을 사줄 소비자는 염두에 두지 않고 공장에서 물건을 마구 찍어내듯 정책의 소비자인 유권자가 이 문제에서 어떤 필요가 있는지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을 만들어낸 셈이었다. 즉 정책소비자인 유권자의 마음부터 헤아리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지 않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유권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내놓은 다양성과 자율성의 정책이 효과적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면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했을까? 우선 프레임 형성 전략으로는 평준화를 상징하는 단어인 3불의 프레임(본고사 금지, 기여입학제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에서 벗어나야 했다. 마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치적 파장이 커지자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고 말해 오히려 사기꾼이 돼버린 닉슨 전 미국 대통령처럼, “3불이 아니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정책 논쟁은 3불의 프레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3불을 대신할 키워드가 필요했다. 이 키워드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한나라당의 교육 정책의 프레임에 유권자가 익숙해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교육 공약의 프레임을 형성하는 키워드를 정책팀 내부에서 마련하지 못한 사실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육 공약 커뮤니케이션의 두 번째 전략적 고려사항은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는 문제다. 커뮤니케이션 태도와 자세는 효과적인 전달을 하는 데 가장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도덕성과 관련된 사안 같은 경우 가장 낮은 자세로 그 어떤 변명이나 회피 없이 사과를 해야만 한다. 만약 사과를 한다면서 변명을 하거나 고개를 빳빳이 들고 뻣뻣하게 사과한다면 그 사과의 진정성이 전달되기는커녕 반발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자세는 사안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교육 정책의 경우, 이미 평준화 교육의 총체적 실패가 증명됐다. 또 교육을 종합적으로 다루지 않은 채 입시정책만을 위주로 교육부가 주물럭거리면 거릴수록 사교육 시장이란 암시장만 커졌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 들어서만 사교육비가 10조원이나 늘어난 명백한 현실을 감안할 때, 상대편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말고 충분히 자신감 있게 대처하도록 권했다. 그리고 ‘이렇게 실패한 교육을 그대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시청자들에게 이명박의 교육 정책에 대한 생각의 공간을 제시했다. 가령 “30년 동안 심화된 평준 하향 교육 이대로 둬야 합니까? 이제 여러분이 선택해야 합니다”는 식으로 유권자에게 선택을 요구했다. 교육 공약 커뮤니케이션 세 번째 전략은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어떻게에서 제일 핵심은 감성코드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감성코드를 찾으려면 무엇보다도 정책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우선이다. 하지만 정책 소비자인 국민은 “이번엔 또 뭐야?” 하는 심정으로 한나라당의 공약을 받아들였다는 인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수립 후 지난 60여 년 동안 입시 정책만 15번 바뀌었고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입시 정책을 내놓았어도 오히려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부모의 부가 자녀의 미래로 직결되는 교육의 양극화가 너무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의 교육 공약 역시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불안감을 다독일 필요가 절실했다. 따라서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어려운 집 아이들도 공부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 교육 공약의 수혜자가 바로 당신의 자녀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했어야 했다. 그래야 이 정책의 현실성이 비로소 전달되기 때문이었다. 불안감 해소가 감성코드의 첫 번째 조건이었다면 두 번째는 조건은 공감 전략이었다. 가령 “국민 여러분, 지금의 교육이 학생들을 행복하게 합니까? 부모를 행복하게 합니까? 학교가 만족합니까? 이런데도 이 교육을 그대로 둬야 합니까?” 이렇게 얘기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교육 정책 실패를 공감 전략으로 파고들었다. 이 공감 전략은 특히 캠프 내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져 이명박 당선자는 이 얘기를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어느 방송 토론에서든 반드시 활용했다. 이 공감 전략을 통해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만 하는 역설을 오히려 아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이명박이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자라면서 그래도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오늘날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듯이 이명박의 개인적 경험이 교육 정책 철학의 뿌리가 됐음을 부각시키고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보태져 한나라당의 교육 공약은 방송 토론에서 메인 이슈로 확실하게 부각되면서 이명박의 3대 대표 공약으로 언론에 실리는 등 확실한 이슈 선점 효과를 거두었다. 교육 공약을 사례로 들었지만, 무조건 우리의 공약과 정책이 우수하다고 떼를 쓰다시피 강변하기 전에 어떻게 무엇을 얘기하느냐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야말로 공약 초기 단계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함께 수립해야 한다.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대선 후보를 사달라는 마케팅전이기 때문이다. 가령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 10월 11일 MBC 100분 토론에 이명박 후보가 출연해 “ 파리의 센강도 운하로 연결돼 있습니다”고 말하자 네이버 지식검색창에는 “센강이 운하 맞아?” 이런 질문이 쇄도하면서 센강의 운하 연결 관련 자료와 사진이 집중적으로 실렸다. 한반도 대운하가 무엇인지 수없이 어렵고 거창하게 말하기보다 이렇게 쉬운 사례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를 이해시키는 방법보다 더 좋은 홍보 효과를 거둘 수단이 더 어디 있을까 싶었다. 경선 단계에서라도 이런 사례가 발굴되고 대중에게 퍼졌다면 한반도 대운하 홍보는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당에서는 이런 단계를 거의 무시한다. 정책이 다 만들어진 다음에야 어떻게 전달하고 파고들까 고민하다 보니 역부족일 때가 대부분이다. 이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정책 수립에서부터 함께 고려돼야 한다. 설득과 갈등 조정이 정책 운용과 수행 과정의 맨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더 못 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 대운하 역시 가장 효과적이고 대중적인 매체와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의 운하 물길 탐사에 국민을 참여시켜 방송하고 와이브로나 무선 인터넷과 UCC 같은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를 통해 인터랙티브 기능을 강화한다면 아직도 운하에 대해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한 국민에게 가장 효과적인 홍보의 툴이 될 것이다. “승리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만약 승리하고 싶다면 유권자에게 표를 구하기 전에 먼저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유권자와 어떻게 얘기할 것인지 고민하라. 결국 모든 것은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TV 토론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2007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미디어 컨설턴트를 지냈고 현재 미디어 트레이닝과 방송 전문PR회사 ‘메타윈’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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