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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하고 동업은 피하자

부부가 함께하고 동업은 피하자

▶창업박람회에 몰린 사람들. 정보 공유는 좋지만 동업은 신중히 해야 한다.

얼마 전 경기도 용인에 생맥주 전문점을 차린 박부하(55)씨는 27년 동안 유명 건설사 간부로 근무하다 가게를 냈다. 박씨는 퇴직 후 3개월 동안 창업 아이템을 궁리했다. 관리직 출신인데다 나이가 많아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장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박씨에게 아이템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50대 은퇴자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가 박씨처럼 전혀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결국 본사 지원 시스템이 가장 잘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업종은 외식업. 외식업은 은퇴자들에게 단골 창업 아이템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외식업은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잘 구해야 한다. 요리사 출신의 창업자에겐 큰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박씨 같은 일반 창업자에게 주방장과의 마찰과 높은 인건비는 큰 부담이 된다. 박씨가 창업한 생맥주 전문점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주방 인력을 모두 관리해 준다. 주방 인력이 점주와 마찰이 생길 경우 본사에서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 더하여 주방장의 휴일 조정, 점주의 매장 현장 교육까지 해줘 초보 창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본사의 노하우를 잘 이용한 박씨는 현재 월평균 4500만원 매출에 월평균 순수익 1300만원으로 새로운 2막 인생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50대 창업자가 꼭 지켜야 할 7계명 -인력관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체력 소모가 적은 업종이 좋다 -부부가 함께하면 성공률이 높아진다 -전 직장 습관은 잊어라. ‘무조건’ 서비스하라 -올인 한다고 ‘한 방’이 생기지는 않는다 -여유자금은 여유를 가져다준다 -‘의기투합’ 동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은퇴 후 제2막 인생으로 창업을 결심했다면 안정적이면서 체력 소모가 적은 업종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갑자기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좋다. 1년 전 서울 잠실에 퓨전 주점을 차린 김모(58)씨는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매장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주인이 직접 밤을 새우며 관리한 덕분인지 매출도 월평균 300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창업한 지 6개월 후 김씨는 과로로 쓰러졌다. 낮과 밤이 뒤바뀐 환경에서 쉬는 날 없이 일한 탓이다. 나이가 있는 경우 한 번 나빠진 건강을 단시일에 회복하기는 힘들다. 결국 김씨는 매장을 다른 사람 손에 넘기고 말았다. 창업한 후 얼마 동안은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업계에서 20년을 보낸 김광규(56)씨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그는 죽 전문점 창업을 계기로 앞치마를 입었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그는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외식업, 그중에서도 조리가 간편하다는 죽 전문점을 아내와 함께 창업했다. 젊은층이 주 고객이라 김씨는 홀에 나서는 대신 주방을 택했다. 홀은 아내가 지키고 김씨는 주방장 한 명과 함께 주방 일을 돌보고 있다. 은퇴 후 창업할 때는 김씨처럼 부부가 함께하는 게 좋다. 직장생활에 떠밀려 멀어진 부부 사이도 회복하고, 40~50대 갱년기 아내의 자아 성취감도 높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또 부부가 함께 일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도 있다. 사무직 출신의 50대 창업자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무조건적’인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 출신 장모(53)씨는 대학교 근처에 삼겹살 전문점을 열었다. 학교에서 학생주임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감독하던 장씨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주요 고객들인 대학생을 예전에 가르치던 학생 대하듯 한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직접 음식을 나르거나 주문을 받지 않았다. 젊은 남녀 학생들이 계산대 앞에서 진한 애정표현이라도 하면 드러내놓고 눈살을 찌푸렸다. 취한 대학생들과 언성을 높이는 일도 종종 생겼다. 이전 직장에서 익힌 습관을 버리지 못한 장씨는 대학 한 학기가 지나기 전에 가게문을 닫아야 했다. 창업하려는 은퇴자들은 이전 직장에서의 습관을 버려야 한다. 특히 간부급 관리직 은퇴자들의 경우 이런 성향이 뚜렷하다. 젊은 고객들의 요구를 기성세대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일단 창업을 결심했다면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매장을 찾는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맞아야 한다.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창업하면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한 방’에 욕심이 난 나머지 가진 돈을 모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창업자금 중 대부분은 퇴직금이다. 50대에게 퇴직금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목돈을 굴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특히 투자비 회수가 오래 걸리는 아이템은 피하는 게 좋다. 자녀의 결혼이나 유학 등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 회수율을 생각해 자금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1년 생활비는 반드시 남겨라
대학생 자녀를 둔 김모(55)씨는 2억여원을 들여 삼겹살 전문점을 개업했다. 월 순수익은 600만원 정도로 두 부부가 먹고살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여유자금을 남기지 않고 창업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개업 1년쯤 됐을 때 자녀가 갑자기 결혼하게 됐고 결국 안정적인 매장을 처분해야 했다. 장사가 잘되는 목에 있어 권리금 5000만원을 더 받기는 했지만 혼사 비용에 들어가고 남은 돈으로는 마땅한 점포를 찾지 못했다. 결국 돈에 맞춰 골목길 안쪽에 매장을 차렸지만 월 수익은 300만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창업할 때는 발등에 떨어진 일을 생각하느라 간과하기 쉽지만 여유자금을 꼭 확보해 놓아야 한다. 성패와 상관없이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생활할 수 있는 기본 생활비는 남겨야 한다. 그래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여유를 갖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은 동업이다. 처지가 비슷하고 생각이 맞아 의기투합할 때는 당장이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동업은 최악의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한 한모(57)씨는 창업박람회에서 이모씨를 만났다. 이씨는 한씨에게 중화요리 레스토랑을 열자고 제안했고, 한씨는 퇴직금을 포함해 4억원을 창업에 투자했다. 은행에서 일한 경험으로 임대 계약서와 사업제안서, 영업등록증 등 서류도 꼼꼼히 챙겼다. 하지만 문제는 운영이었다. 대형 레스토랑 사장이라는 그럴듯한 명함만 믿고 한씨는 매장 운영을 모두 이씨에게 맡겼다. 한씨는 사장님 소리를 들으면서 월 몇 백만원씩 수익금을 챙겼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월급’이 사라졌다. 이씨가 운영이 안 된다며 수익금을 주지 않은 것이다. 무려 1년 동안 수익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한씨는 결국 이씨와 결별했다. 남은 것은 3억원 가까이 손해만 보게 됐다. 동업할 때는 수익 배분에 대한 계약서를 꼭 써야 한다. 투자금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매장 운영도 공동으로 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50대 창업자는 실패할 여유가 없다. 50대의 실패는 노후생활 안정에 치명적이다.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 안정이 최우선이다. 검증되지 않은 업종은 가급적 피하고, 성공이 검증됐고 성장단계에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실패할 경우 재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인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금이 두둑한 은퇴자에게는 브랜드가 잘 알려진 한정식 전문점이나, 샤부샤부, 삼겹살 전문점 등 전문음식점을 추천한다. 교육, 미용 사업도 실버 창업 아이템으로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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