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쇄신만 벌써 세번째
이미지 쇄신만 벌써 세번째
처음에 성공 못하면 재도전하라. 정치보다는 스포츠에서 더 잘 통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고든 브라운(56) 영국 총리에게 남은 유일한 공격노선이다. 그는 10년 동안 토니 블레어의 오른편에서 열심히 일했다. 때로는 참을성을 잃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상 자리를 기다렸다. 지난해 여름 블레어가 물러나자 브라운은 몇 달간 호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새해에는 영국 유권자들의 눈에 드는 인물로 거듭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성탄절 시즌에 참모들과 함께 총리직과 정부의 새 출발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정했다. 물론 브라운은 전에도 비슷한 결의를 하긴 했었다. 경제적 대변화가 예상되는 마당에 이 전략은 재무장관 재직 시절 매우 유용했던 그의 장점들을 토대로 삼게 된다. 진지함과 능력, “철의 재상”이라 불리며 런던 관가의 관료주의를 지배하던 시절의 구호였던 “신중”함으로의 회귀다. 브라운이 건강과 교육 등 공공 서비스의 개선이라는 과제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기본으로의 회귀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수당이 1997년판 블레어처럼 내세운 젊은 지도자 데이비드 캐머런(41)이 여론조사에서 훨씬 앞서기 때문에 브라운으로선 할 일이 많다. “큰 의문이기는 하지만 끝난 게임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옵서버지 칼럼니스트이자 노동당사 연구가인 앤드루 론슬리가 말했다. 의정생활 4반세기, 재무장관직 10년, 총리직 7개월이라는 공직생활에도 불구하고 브라운이 아직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좀 희한하다. 지식이 풍부하고 정치적 성취도가 높은 브라운은 영국 유권자들뿐 아니라 부하직원들에게까지 대체로 미지의 인물이다. 브라운 지지자들조차 그의 정치 스타일을 “불도저”에 비유한다. 블레어는 마치 “둔탁한 큰 주먹”처럼 정치 수완을 발휘한다며 “헤비급” 브라운을 칭찬한 적이 있다. 대중 앞에서 차갑거나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두고 흔히 말하듯이 브라운의 친구들은 그가 사석에서는 매력적이고 소탈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대중적 평판은 여전히 브라운의 “참모습”과 그가 그토록 호소하고 싶어 하는 대중 사이의 담벼락이다. 그 같은 친화력 문제 때문에 브라운과 참모들은 여러 차례 그의 이미지 쇄신을 기도했다. 2006년 초의 첫 시도는 항간에 영국의 최고 회계사로 알려진 그의 인간적 측면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난롯가에 앉은 모습을 찍은 큰 사진 같은 잔재주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롱만 받았다. 억지스럽다는 이유였는데 사실이 그랬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러플리 하원의원은 당시 “하느님이 빠뜨린 X인자를 집어넣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브라운은 블레어에게서 권력을 물려받던 2007년 6월 2차 이미지 쇄신작업을 벌였다. 외양보다 내실 다지기로 블레어와 반대되는 인물로 홍보했다. 성공이 보장되는 여건이었다. 해외전쟁에 신물이 나고 시원찮은 국내 공공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국민은 블레어의 이임을 반기는 기미가 역력했다. 처음에는 브라운의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결국 이번의 이미지 쇄신 역시 블레어 스타일의 연극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라운은 여론조사의 지지도 상승에 고무돼 조기 선거 실시 여부를 고려했다가 심도 있는 여론조사에서 패배가 예상되자 그 생각을 버린 후 그 결정이 여론조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는데 이 일이 특히 설상가상이었다. 그의 정치 면역체계는 나쁜 뉴스에 특히 취약해졌다. 2007년 말이 다가오면서 연이어 악재가 터져(한 은행의 파산과 엄청난 정치자금 스캔들) 지지도가 계속 떨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보수당에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브라운은 또다시 이미지를 쇄신하려 한다. 2년 전 총리직을 물려받을 준비를 시작한 뒤로 세 번째다. 이번 변신은 전적으로 내실 다지기다. 브라운은 송년인사에서 “에너지, 기후변화, 보건, 연금, 기획, 주택, 교육, 수송에 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중대 입법”을 예고했다. 그러나 홍보 냄새를 풍기는 옛 블레어 방식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 국민이 기억하는 블레어는 이라크 등의 거북스러운 일로 궁지에 몰릴 때 “1년 안으로”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들먹이는 버릇이 있었다. 브라운은 본인의 표현대로 “우리나라의 사회개혁이라는 커다란 미완의 일”을 해내겠다며 자기 고유의 표준(1년의 성과를 기준으로)을 정하는 듯하다. 새로 태어난 고든 브라운은 내실과 함께 “변화”를 강조한다. 신년인사에서 “구태 정치를 탈피해 새 시대의 요구에 맞는 새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옛 브라운의 신중함과 유권자들의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와 참모들은 미국 대선에서 벌어지는 경험과 변화 사이의 싸움을 참고 삼아 면밀히 주시한다. 그의 적수인 참신한 얼굴의 캐머런이 변화 담론을 독식할 요량으로 성급하게(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버락 오바마의 선거유세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 반면, 브라운 진영은 뉴햄프셔의 민주당 예비선거 결과에 만족했다. 그곳에선 소위 변화를 추진하는 후보라는 오바마(46)가 힐러리 클린턴(60)에게 패배했다. 출구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에게서 변화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유권자가 더 많았고, 그들 사이에선 오바마보다 클린턴의 인기가 66%포인트 높았다. 브라운과 가까운 몇몇 소식통은 익명을 요구하면서 만일 클린턴의 선전이 계속되면 브라운이 변화의 목소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그 같은 계산을 여전히 정치 홍보술로 간주할지 모른다. 그러나 브라운의 참모들은 다가오는 경제 불안(GDP 성장이 둔화되고, 주택시장이 약해진다)이 그의 장점을 발휘할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캐머런은 최근 하원에서 역시 예상했던 대로 말했다. 결국은 브라운이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고 말이다. “총리가 원하는 대로 실컷 장기간 운운해도 좋지만 그건 자신이 만들어놓은 단기적 혼란을 가리려는 연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다음 총선이 2009년이나 2010년 전에는 없을 듯하기에 양당은 오랫동안 다툼을 벌이리라 보인다. 브라운에게는 “시간이야 있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고 블레어의 전기작가 피터 스노든이 말했다. 많은 노동당 지지자가 그렇게 동의하면서, 캐머런이 아직 재건이 끝나지 않은 보수당을 가운데로 끌어오면서 전에는 노동당의 전유물이었던 기후변화와의 싸움이나 국민보험의 옛 영광 회복 같은 주장을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노동당은 브랜드는 좋으나 마케팅이 형편없다”고 한 노동당 하원의원이 소속당 지도자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익명을 전제로 말했다. “보수당은 브랜드는 없어도 마케팅이 좋다.” 브라운은 2년 이내로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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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CHRISTOPHER WERTH in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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