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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의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레스토랑’] 미슐랭이 ‘별’을 달아 줄 만한 맛집

[유지상의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레스토랑’] 미슐랭이 ‘별’을 달아 줄 만한 맛집

임지호 씨의 손을 거치면 산과 들에 널려 있는 자연 재료, 즉 풀, 꽃, 열매, 뿌리, 씨앗, 벌집 등이 ‘요리’로 변신한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안내서를 꼽는다면 단연코 〈미슐랭(Michelin) 가이드〉다. 전 세계 유명 레스토랑들이 미슐랭 별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 심지어 별점이 하나 떨어졌다고 자살한 주방장도 있었을 정도다. 그 〈미슐랭 가이드〉가 지난해 11월 도쿄판을 처음 펴냈다. 창간(1900년) 이래 한 세기를 넘어서 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도시는 도쿄’였다. 책에 수록된 150곳 모두 별점을 받았다. 최고 등급인 ‘별 셋’이 8곳, ‘별 둘’이 25곳, ‘별 하나’는 117곳이다. 별점을 모두 합치면 191개다. 이전까지 별점이 가장 많았던 파리(64개)의 세 배나 되는 수치다. ‘별 셋’ 레스토랑 수만 따져도 파리(10곳)에 이어 두 번째다.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안내서를 팔아 보려는 미슐랭의 상술(商術)이다”, “편견이다. 맛있는 식당이 많기 때문이다”. 미식가와 조리사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를 지켜 보면서 서울판, 아니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를 상상해 봤다. 그리고 스스로 이렇게 물었다. “과연 별점 하나만이라도 받을 레스토랑이 있을까?” 암담했다. 그렇지만 이내 “몇 곳은 건질 수 있을 것”이란 답을 얻었다. 몇몇 셰프 오너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임지호 씨다. 임씨의 이름 석자 앞에는 항상 형용구가 따른다. 자연 요리 연구가, 산채 요리 전문가, 요리 예술가 등 내용도 다양하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자연에서 음식 재료를 찾고 음식을 만들어 가는 인물이다. 본인의 요리 철학도 ‘자연 요리’라고 강조한다. 산과 들에 널려 있는 자연 재료, 즉 풀, 꽃, 열매, 뿌리, 씨앗, 벌집 등이 그의 손을 거치면 ‘요리’로 변신해서다. 그가 경영하는 음식점은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의 남한강변에 있다. 상호는 자신의 호인 ‘산당(山堂)’을 사용했다. 메뉴는 단촐하다. 3만3,000원, 5만5,000원, 7만7,000원 세 가지뿐이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코스는 한정식 형식으로 고급스럽게 나온다. 임씨의 요리 세계를 접해 보려면 5만5,000원짜리를 시켜야 한다는 종업원의 조언에 따랐다. 코스는 도당수, 즉 죽으로 시작한다. 도당수는 메조로 된 죽으로 속을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온 손님이 배가 고파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탈이 날까 봐 도당수로 속을 달랜 뒤 먹도록 배려하는 것이란다. 계절에 따라 현미 등 다른 재료를 섞어 죽을 쑤기도 한다. 다음은 구절판이다. 석이버섯, 우엉 뿌리, 당근, 오이 등을 가늘게 썬 여덟 가지 재료로 만든 구절판은 젓가락으로 집다 보면 본격적으로 식욕이 당기기 시작한다. 채소 샐러드는 신선초, 양상추, 씀바귀, 겨자 잎 등 10여 가지 채소에 독특한 맛의 소스가 곁들여진다.
보통 샐러드 한 접시를 비우기가 쉽지 않은데 금방 바닥이 드러난다. 생선회가 뒤를 이었다. 광어, 도미, 방어다. 임씨가 만든 측백나무 소스가 그림처럼 뿌려져 있다. 산초와 고수 풀이 곁들여진다. 고추냉이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지 않고 색다르게 맛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이번엔 장작불 돼지구이다. 돼지 목살을 녹차가루로 버무려 구웠다. 새끼 손가락만한 굵기라서 씹는 맛도 좋다. 가늘게 썬 파 채와 통통한 새우젓이 돼지구이의 맛을 한층 돋운다. 이어지는 킹크랩(왕게) 살을 발라 먹을 때까진 큰 감동이 없다. 이제부터는 접시 하나하나가 작품으로 다가온다. 젓가락을 어디에 둘지 부담스러울 정도다. 임씨의 본격적인 요리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얀 접시에 너비아니 구이를 세 점 놓고, 고수 풀을 뿌리째 옆에 뒀다. 그리고 그 아래엔 통마늘을 얇게 저며 얹었다. 한 폭의 그림이다. 감자채와 연근을 튀겨 레드 와인 소스로 맛을 내고 통깨를 얹어 낸 세 가지의 튀김은 음식이 아니라 접시 위에 수놓아진 조형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뒤이어 작은 방게 두 마리를 앙증맞게 튀겨 올린 요리, 불을 붙여서 내는 밤송이 요리까지 대하면 참고 있던 감탄사가 입에서 새어 나온다.


추천 메뉴 하늘 5만5,000원(1인분)

위치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 104-1

전화번호 031-772-3959

좌석 수 80석

영업시간 오전 12~오후 3시,

오후 5~오후 8시

쉬는 날 설·추석

주차 공간 30대
산당 요리의 진수에 빠져 있을 때 밥상이 차려진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갓김치 등 네 종류의 김치에 밥도둑의 대명사인 간장게장과 굴비구이까지 차려 나온다. 게다가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 아홉 가지가 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된장찌개에 매생이국. 밥은 차조와 흰쌀에 동충하초를 섞어 돌솥에 지었다. 묘한 일이다. 꽤 많은 것을 먹었는데도 속이 편하다. 동행한 사람들도 그렇단다. 산야초 등으로 만들어진 소스의 덕인 듯싶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와 과일을 챙겨 사방이 유리로 된 2층으로 올라가 편안한 자세로 남한강 풍경을 즐기는 것으로 산당 체험 식사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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