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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erview] “현대건설 인수 자금 걱정 없어”

[人terview] “현대건설 인수 자금 걱정 없어”

▶1947년생. 75~78년 미 신시내티 전자 근무, 78년 한국유리공업 이사, 97년 한국유리공업 대표이사 사장, 2003년 4월 한국유리공업 부회장, 2008년 1월~ 현재 현대상선 사장.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이 3월 21일 정기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마지막 현대맨’ 노정익 사장의 퇴임에 따라 외부 수혈로 영입된 인물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사돈 간이며 해운업 종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뉴스의 초점이 됐지만 그는 취임 이후 말을 아껴왔다. 현대상선 창립 32주년 기념식이 열렸던 지난 3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12층 사장실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공식 인터뷰로는 이코노미스트가 처음이다. 애당초 김성만(61) 사장에 대한 인터뷰 요청 주제는 ‘현장 글로벌 경영’ 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초 열흘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다. 상하이에 있는 현대상선 중국 본부를 시작으로 동서남아본부가 있는 싱가포르, 홍콩을 돌며 현지 경영에 나섰던 것. 취임 이후 첫 해외법인 탐방이었다. 현대그룹 쪽에 김 사장의 ‘글로벌 경영’ 얘기를 듣고 싶다고 인터뷰 요청을 했다. 마침 현대상선 창립 32주년 기념식이 열린 날 오후로 시간이 잡혔다. 취임 이후 첫 창립 기념 행사를 치른 터일까. 김 사장의 표정은 다소 긴장돼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 인상은 강렬했다. 반백의 짧고 꼿꼿하게 선 헤어 스타일, 크지 않지만 다부져 보이는 몸집에 목소리는 우렁차고 겸손했다. 60대 경영인의 노련함보다는 새로운 것을 처음 접하고 설레는 청년 같은 열정이 넘쳐났다. 그를 보자마자 욕심이 발동했다. 현대그룹 입성 배경, 현정은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당장 코앞에 둔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약속한 시간은 정확히 50분. 단도직입적으로 현 회장 얘기부터 꺼내 들었다.

-현정은 회장과 사돈 간이라고 들었습니다.
“제 조카사위가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인 건 맞습니다. 돌아가신 형님(김성두 전 대한화재보험 사장)의 사위죠. 저는 몽규 회장의 처삼촌이 되는 겁니다. 현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당연히 사돈이 되죠.”

-그럼 현대상선에 오실 때 현 회장과 사전에 조율이 있었던 건가요?
“(손사래를 치며) 사돈 간이라고 사전에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오해들 하시는데 아닙니다. 그룹 인터뷰 때도 현 회장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현 회장을 만난 건 오기로 수락하고 나서예요. 현 회장이 지나가는 말로 몽규 회장에게 ‘처삼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아는 몽규 회장은 굉장히 과묵합니다. 조카사위지만 그룹 회장이라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상선에 온 이후로도 여태 몽규 회장을 못 만났어요.” 김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공과대학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신시내티 전자(Cincinnati Electronics)를 거쳐 한국유리 사장과 부회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유리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김치복씨다. 1978년부터 2세 경영인으로 한국유리에 몸담았으니 기업경영만 30년을 넘게 한 셈이다. 경실련의 경제정의기업상, 공인회계사회의 투명경영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유리 기획조정실장으로 있었던 92년부터 10여 년간 한국유리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현 회장은 해운업과 전혀 연관이 없는 그를 과감히 영입했다. 고 정몽헌 회장의 타계와 KCC와의 경영권 갈등,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불명예 퇴진 등으로 상처를 입은 현 회장으로선 도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적임자가 필요했을 수 있다. 김 사장 입장에선 굴뚝산업에 속하는 제조업에서 해운업으로 이동한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가총액 2000억원대에서 6조원대 회사의 키를 잡는 일이기도 하다. 선택을 하기까지 개인적 고민이 궁금했다.

-현대그룹의 러브콜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딱 두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업종 변경에 따른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미 오랫동안 해운업을 하신 분들이 있는데 제가 불쑥 나타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죠. 그럼에도 제게 기회를 주신 건 전문성보다는 원칙 경영과 정도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한 것이 아닌 가 생각됩니다. 현대맨이 된 게 개인적으론 러키(Lucky)한 일이죠. 예전보다 큰물로 온 건 사실이니까요.” 그가 와서 본 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는 ‘담담함’을 통해 단련된 강인함이었다. “제 방 입구에 ‘담담하라’는 정주영 회장 어록이 붙어 있더군요. 담담하면 굳세지고 총명해진다는 뜻이죠. 현 회장도 왕 회장의 담담함을 이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의나 사석에서 만난 현 회장은 듣던 대로 굉장히 과묵하신 분이더군요. 큰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해야 할 말만 하는 담담함이 지난 5년간 현대그룹을 시련 속에서도 굳건하게 버티게 한 저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해외 순방서 현대상선 저력 확인”
‘과묵한’ 현 회장이 안고 있을 요즘 최대 고심은 현대건설 인수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7주기를 맞아 경기도 하남 창우리 선영을 찾았을 때도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었다. 현 회장은“현대건설은 반드시 인수하겠다.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 현대상선은 올해 매출 6조3000억원을 바라보는 현대그룹 내 주력 계열사다. 지난 1월 김 사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해운경기 호황에 따른 외적 성장을 토대로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북한 개발사업은 아직도 무궁무진하지 않습니까.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대북사업을 펼칠 때 현대아산과 건설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도 건설 인수는 절대적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무리수라고 여겨지는 가장 큰 요인이 자본 동원력이다. 현재 현대건설 시가총액은 9조원에 이른다. 경영권의 50%를 획득해야 한다고 봤을 때 적어도 4조5000억원의 자금이 동원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답변했다. 현 회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투자의 목적과 건전성만 확실하면 자금 동원은 문제없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경영을 해봐서 아는 일이지만 기업의 신용도만 높으면 투자를 유치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가 현대건설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엔 든든한 현대상선 실적도 작용한 것 같다. 국내 컨테이너선 업계 1위인 현대상선은 2008년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6조3515억원으로 잡았다. 영업이익 목표는 3868억원이다. 지난해 실적 대비 25%, 영업이익 목표는 23%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매출액은 5조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영업이익은 3142억원으로 222.9%가 늘었다. 해운 경기 호황이 큰 역할을 했다. 올해는 갈수록 늘어나는 중동 물량에 대비해 두바이 현지법인 설립도 서두르고 있다. “이번 해외 순방 길에 현대상선의 저력을 확인했습니다. 모든 직원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글로벌 영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환율 변동과 유가 상승에 대한 외부적 리스크는 다이내믹한 의사결정으로 신속하게 극복해 낼 겁니다. 아직까지 올해 매출 전선에 이상 기류는 보이지 않습니다.” 김 사장의 행보가 의욕적이다. 적대적 M&A, 주가조작 파문 같은 기업 외적 문제에 시달려 온 현대상선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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