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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인간의 욕망이 만든 ‘풍선’

[완전한 사랑] 인간의 욕망이 만든 ‘풍선’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할 당시 섹스의 목적은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다. 킨제이 보고서가 발표된 1945년만 해도 사람이 일생 동안 행할 수 있는 성교 횟수가 2200회 정도였다. 인간의 풍요로운 삶의 보장을 요구하는 21세기 초, 웰빙시대의 그것은 대략 5000회 정도로 늘었다는 조사 발표가 있었다. 그 숫자를 한 가정에서 출산되는 자녀 수로 나누면 생식성교의 빈도에 대한 답이 나오는데, 사실 정성 들여 우수한 자녀를 생산하려는 목적에서 갖는 섹스는 1~2회도 안 될 것이다. 일찍이 매스터스가 섹스를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생식성교,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성교, 그리고 유열성교 등 세 가지로 나누었지만, 그중에서 종족 보존을 위한다는 애초의 목표는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대다수가 쾌락을 즐기는 오락 도구로 전환된 상태다. 그런데 그 쾌락 추구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원하지 않는 임신이 큰 장애물이었다. 20세기 초 낮은 의학 수준으로서는 가장 간편하고 성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피임을 달성하는 방법은 자궁구를 막아 정자가 난관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목적에 합당한 자료들이 부드러운 풀이나 해초, 나무뿌리 같은 원시적인 것이었고 그것은 성공률이 매우 낮아 이용자가 적었다. 인간의 지혜를 짜낸 끝에 고안해낸 피임법이 끈이 달린 스펀지였고 이것은 고대 헤브라이, 그리스, 로마인들이 이용한 실제로 높은 피임 효과를 자랑하는 신발명이었다. 일본이나 중국 등 동양 문화권에서 사용했다는 한지(漢紙) 탐폰 역시 자궁질부를 틀어막음으로써 임신을 막는다는 점에서 동일 메커니즘의 피임법이랄 수 있다. 이런 피임법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페서리나 콘돔이 발명될 때까지 유럽, 특히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수분이 흡수되면 불어나는 스펀지 탐폰이 16세기께부터 널리 이용되었다. 그것은 바람난 귀부인들의 애용물이었는데, 스펀지에 몇 방울의 브랜디를 적셔 질 속 깊숙이 넣게 되면, 알칼리성인 브랜디가 정자를 죽임으로써 피임된다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었다. 피임 효과를 확실히 하기 위해 지금의 콘돔에 수은제제로 된 피임제 분말을 바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시의 스펀지 탐폰은 직경 2~3cm 크기부터 레몬 사이즈까지 여러 종류가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삽입에 편리하도록 둥근 모양이었고, 그 끝에는 섹스 후 빼낼 때를 대비해 가느다란 비단 실이 달려 있었다. 혼외정사가 많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여성들은 늘 이 스펀지를 핸드백 속에 상비품으로 넣고 다녔다. 완벽한 피임 수단이 없다는 세인들의 불만 속에 1706년 콘돔 광고가 영국 신문에 크게 실렸고, 이 콘돔의 출현은 남성 측은 물론 여성들의 열광적 환영을 받았다. 이 발명에 의해 부인들은 임신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되었고, 처녀들은 미혼모라는 무거운 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사회에 가져다준 혜택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노벨상을 줄 만한 가치가 있는 발명품이었다. 위대한 발명의 주인공은 18세기 말 찰스 2세의 시의(侍醫)로서 윌스 커피 회사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는 콘돔을 발명해 국왕에게 제공한 공로로 기사(騎士) 칭호를 받았다. 이것은 새끼 양의 맹장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그늘에 말린 후 기름과 밀기울로 문질러 부드럽게 처리한 것이었다. 이것을 영국인들은 ‘투구와 갑옷’ 혹은 ‘영국 미인’ 등의 은어로 불렀는데, 이 제품은 세 가지 사이즈로 표준 사이즈는 길이 190㎜, 두께 0.25㎜로 얇게 만들어져 접촉감을 거의 훼손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지금도 세계의 성인용품점에서는 촉감이 좋다는 이유로 양의 창자로 만든 콘돔이 여전히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또 콘돔의 성병 예방 효과가 81%라는 점에서 이 같은 결함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짜내면 독자 여러분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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