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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일어서는 쓰촨성의 힘

스스로 일어서는 쓰촨성의 힘

유홍빈(18)의 귀향은 더없이 끔찍한 추억으로 바뀌었다. 쓰촨(四川)성 출신인 그는 홍콩과 인접한 공업도시 선전에서 노키아 휴대전화의 칩을 만드는 일을 한다. 나이에 비해 벌이가 괜찮다. 월급이 200달러에 가깝다. 쓰촨성 일부 농민의 1년 농사 벌이보다 많다. 그 돈을 가라오케와 헬스클럽에 몽땅 날리곤 했다. 그는 지난 5월 12일 고향을 방문했다가 지진을 당했다. 집들이 무너지고 입과 코 안에는 흙이 가득했다. 그의 어머니는 현지인들이 마을 수호신이라고 믿는 “1000년 묵은 나무” 근처에서 넋을 잃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나무 앞에 무릎을 꿇고 “하늘이시여!”라며 울부짖었다. 지금 유는 선전으로 돌아가려고 버스 대합실에 앉아 있다. 가족을 돕는 최선의 길은 계속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처럼 돈을 낭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매월 140달러를 식구들에게 보내야겠다. 지진을 겪고 나니 그동안 집에 송금하지 않은 일이 후회된다.” 그의 책임감에다 2000만~3000만(유홍빈 같은 쓰촨성 출신의 이주 노동자 추계)을 곱하면 먹구름 저편으로 햇살이 엿보인다. 규모 7.9의 강진으로 약 8만6000명이 죽고 수백억 달러의 경제손실이 발생했지만 8500만에 이르는 쓰촨성 인구의 약 3분의 1은 외지에서 일한다. 그 상당수가 폐허가 된 재앙지대 밖에서 일자리를 구했거나 구할 것이다. 그들이 집에 보내는 돈이 쓰촨성의 피해복구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같은 이농 현상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마오쩌둥 시절 중국 농민은 고향을 떠나는 법이 거의 없었다. 물론 자신의 성(省)을 떠나는 일도 드물었다. 그러려면 특별허가를 받아야 했다. 30년 전 덩샤오핑이 대대적 경제개혁을 시작한 이래 해마다 수천만 인민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돌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쓰촨 같은 내륙지방에서 해안의 수출지대로 간다. 쓰촨은 이주 근로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성이다. 현재 중국 도시에서 일하는 지방 출신 근로자 2억 명(추산) 중 적어도 10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런 대규모 이동이 반드시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주 근로자는 범죄 증가와 도시 불안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동시에 경제발전의 견인차로서 나라의 안정에 기여하고 이제는 지진지대의 안정에 기여한다. 쓰촨 출신 예술가들은 5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자선침묵경매에 작품을 기부했다. 그 행사에서 8만 달러 이상의 이재민 성금이 걷혔다. 그 다음주 또 한 차례의 쓰촨 예술경매와 자선 연주회가 열렸다. 이주자들은 집에 송금하거나 고향에 돌아와 자원봉사 등을 한다. 허메일링은 조카 순치(7)가 지진으로 부모를 여읜 다음날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감기로 몸을 떠는 모습을 발견했다. 순치는 곧 멀리 동해안의 안후이(安徽)성으로 보내졌다. 다른 친척이 아이의 양육과 교육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순치에게 장난감과 옷을 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아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허메일링이 말했다. 쓰촨 출신은 용감하고 힘이 좋으며 실용적인 사람으로 알려졌다. 덩샤오핑도 이곳 출신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먼 곳도 기꺼이 가는 사람들로도 유명하다. 2007년에는 이곳 주민 2만 명이 해외에 취업했다. 지난주 칭다오 건설그룹은 지진을 당한 도시인 광위안(廣元) 출신 근로자 35명을 새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중국 근로자 3000명이 대학교를 짓는 알제리다. “재난지역에서 가급적 많은 근로자를 모집할 생각”이라고 이 회사 간부 순홍준이 말했다. 지진에서 살아난 천다구이는 세 번째로 러시아 농장에 취업하러 갈 준비를 한다. “참사를 겪은 뒤 사람들은 그런 좋은 일자리가 있는 나는 행운아라고 말한다”고 고향 미옌주에서 폐허가 된 자기 집을 둘러보며 그가 말했다. 쓰촨을 재건하는 데는 그런 회복력이 관건일 것이다. 몇몇 도시는 통째로 매몰됐다. 도산한 기업도 있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는 기업도 있다. 전에는 고향을 떠나 일한다는 꿈을 꾼 적도 없는 농민들이 취업 박람회에 몰려가 도시의 일자리를 찾는다. 쓰촨성 성도 청두(成都)의 리우리창 노동시장은 그런 신청자들로 북적댄다. 수정준은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 하지만 보험이 되고 월급이 1000위안만 된다면 어디든 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런 불안감이 널리 퍼져 있다. 부모 없이 자라야 하는 쓰촨의 어린이들을 염려하는 이도 많다. 베이촨(北川) 출신의 일곱 살배기 여자애 순치는 트럭이 지나가는 굉음만 들려도 여전히 벌벌 떤다. 안후이의 친척들은 이 아이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잘 모를 테지만 설령 안다 해도 전문가의 도움을 얻기가 어렵다. 지진지대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진 발생 전에도 이주 근로자들의 현지 동화를 위해 애썼다. 이주 근로자들 자녀의 취학을 쉽게 하고, 농촌 출신 근로자가 비양심적인 고용주의 횡포에 맞서도록 법률지원을 해 왔다. 그래도 쓰촨 고향사람들의 도움만큼 든든한 지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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