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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도 ‘형만 한 아우 없다?’

시장에서도 ‘형만 한 아우 없다?’

ETF는 등장할 당시 상당히 참신한 투자상품이었다. ETF가 신세대적인 발랄한 동생이라면 인덱스펀드는 고지식한 형쯤 된다. ETF와 인덱스펀드는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구조나 매매방법 등이 다르다. ETF는 인덱스 펀드와 달리 거래되는 시장이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나뉜다. 발행시장은 운용사와 지정판매회사(AP)가 주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지정판매회사란 운용회사가 사전에 복수로 지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다. 유통시장은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일반 주식과 같은 방법으로 매매하는 시장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ETF를 매수하거나 매도한다면 이는 유통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발행과 유통이 한 시장에서 모두 이뤄진다. 이러한 구조의 차이로 ETF와 인덱스펀드의 매매방법이 달라진다. ETF가 장중에도 주가지수와 같이 가격이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지만 인덱스펀드는 주식시장이 끝난 후 종가를 기준으로 주가지수를 뒤쫓는다. 따라서 ETF는 주식 종목 거래하듯 장중에도 펀드의 가격을 보고 매매할 수 있는 반면 인덱스펀드는 장이 끝난 후 당일 종가(오후 3시 이전) 또는 다음날 종가(오후 3시 이후) 등을 반영한 기준가로 매수와 매도가 이뤄진다. ETF는 공매도와 같은 신용거래가 가능하지만 인덱스펀드는 불가능하다. 이 밖에도 ETF는 현물로만 펀드를 설정 또는 환매하는 반면 인덱스펀드는 현금으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ETF는 인덱스펀드에 비해 설정 또는 환매 시 주식 매매비용이 들지 않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도 있지만 형인 인덱스펀드의 성장은 ETF에 비해서는 더딘 편이다. 2004년 말 전체 주식형 펀드 내 인덱스펀드 비중은 20%에 달했으나 현재는 5%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그동안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액티브펀드가 인덱스펀드에 비해 높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주식 액티브펀드가 인덱스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자본시장이 선진화할수록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주식펀드가 주가지수를 초과 달성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두드러진 점은 기업 실적과 업황에 따라 종목별 수익률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주가지수 이상의 성과를 내는 펀드 수도 점차 줄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분석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연간 단위로 코스피지수 상승률 이상 수익률을 올린 주식펀드의 비중은 2002년 92%, 2003년 82%, 2005년 79%로 조금씩 떨어지다가 조정과 박스권에 갇혔던 2004년과 2006년은 각각 18%, 30%로 크게 낮아졌다.
해를 거듭하면서 지속적으로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란 더욱 어렵다. 2년 연속 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보인 펀드 비중이 45%, 3년 연속은 26%에 불과했으며 4, 5년 연속 지수를 초과한 펀드 비중은 각각 6%, 4%로 크게 떨어졌다. 결국 주식시장에서 꾸준하게 시장을 초과 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자칫 잘못 펀드를 골랐다가 저조한 수익률을 내느니 차라리 시장 지수만큼만이라도 성과를 얻는 인덱스펀드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인덱스펀드 운용에서 ETF에 대한 활용이 늘었다. 인덱스펀드를 운용할 때는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고루 투자해 시장을 모방한다. 물론 지수 구성 종목을 똑같은 비중으로 투자한다면 그 자체가 인덱스펀드가 되겠지만 이는 비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지수 비중이 큰 상위 종목에 투자함과 동시에 지수 관련 파생상품을 활용하기 때문에 인덱스펀드 이름에 ‘파생상품’이 들어간다. 최근에는 ETF가 다양화되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ETF를 편입해 손쉽게 지수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또 ETF의 순자산가치(NAV)와 주식 종목 간의 가격차이를 노린 차익거래 기회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ETF 유사 투자상품으로 ETF 재간접펀드를 들 수 있다. ETF 재간접펀드는 ETF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을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처럼 ETF로 펀드 운용을 할 경우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ETF를 활용하면 전체적인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쉽게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ETF는 단 한 주만 사더라도 손쉽게 지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경을 원할 때 역시 상대적으로 쉽게 재조정할 수 있다. 만일 투자자가 주식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자 한다면 특정한 주식 종목의 매수 없이 단순히 ETF 주식을 더 매수함으로써 이를 달성할 수 있다. 끝으로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주식 종목이 많을수록 이를 관리하거나 모니터링하기가 더욱 어렵다. 즉 여러 가지를 고려하거나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포트폴리오가 훨씬 간단해지고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ETF 재간접펀드로는 국내 대표 ETF를 비롯한 글로벌주식, 아시아퍼시픽ETF, 글로벌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이 운용되고 있다. 많은 투자자는 ETF가 좋을까, 인덱스펀드가 좋을까 궁금해 한다. ETF는 거래 비용이 낮고 매매가 쉬운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매매가 쉽다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매수와 매도가 쉬워 장기투자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장기투자자라면 ETF보다 인덱스펀드가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투자자는 펀드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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