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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하늘 시장’ 함께 개척한다

전 세계 ‘하늘 시장’ 함께 개척한다


루프트한자는 뮌헨공항 터미널2에 투자해 이용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인천에서 항공기로 10시간 떨어진 뮌헨. 항공기가 뮌헨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자 주변 나무숲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나무숲은 공항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마치 숲 속에 공항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뮌헨공항에서 아레나 축구경기장을 지나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시내 중심가에는 중세의 고풍스러운 모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했다.

또 BMW, 지멘스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가 있어 자연, 역사뿐 아니라 모던함도 갖추고 있다. 이 독일 남부 도시를 세계 곳곳과 이어주는 관문이 바로 뮌헨공항이다. 1992년 문을 연 뮌헨공항은 프랑크푸르트공항과 함께 루프트한자의 주요 허브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김포·제주·김해 공항 같은 지방공항인 셈이다. 독일 공항으로는 2위, 유럽에서는 7위 수준이다.

뮌헨공항은 세계적인 항공조사연구기관인 영국 스카이트랙스(skytrax)의 세계 공항 어워드에서 2005년부터 4년 연속 ‘유럽 최고 공항’으로 선정됐다. 이곳의 이용객은 2003년 2420만 명에서 2007년 3400만 명으로 늘었다. 2003년 6월에 ‘터미널2’를 개장한 뒤로 이용객은 1000만 명 정도 많아졌고 수용 능력도 4500만 명으로 개장 전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뮌헨공항에는 터미널이 두 개 있는데 터미널2를 지으면서 여러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터미널2는 루프트한자와 동맹 항공사(스타얼라이언스)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터미널이다. 전용 터미널이라서 편리한 점은 우선 비행기 이·착륙이 자유롭고, 환승 절차를 이용객 편의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항공 스케줄도 항공사가 조정한다.

루프트한자가 뮌헨공항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터미널2 건설 당시 건설비 15억 유로 중 3억2500만 유로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루프트한자는 현재 터미널2 지분의 40%를 소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항공사와 공항이 조인트벤처(Joint venture·공동기업)인 셈이다. 항공사와 공항이 조인트벤처를 시도한 것은 세계 최초다.

항공사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운영권에 집착하지 않는 공항의 유연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투자 결과는 ‘윈윈’(win win)이다. 공항은 예산 부담을 덜고 이용객이 늘어 좋고, 항공사는 이용객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공항에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공항이 항공사 요구를 바로 수용할 수 있어 고객만족도도 올라갔다.

뮌헨공항이 자랑하는 ‘도착 후 30분 환승 서비스’도 전용 터미널이 있기에 가능했다. 환승 게이트를 서로 가깝게 지정하거나 환승 절차를 줄이고 필요 시 버스를 항공기 바로 앞까지 투입해 형식적인 절차 때문에 환승 비행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계 여러 지역 이용객이 더욱 편하고 신속하게 뮌헨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유럽의 허브공항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뮌헨은 독일 지도에서 보면 남동쪽 끝에 치우쳐 있지만 유럽 전체로 보면 오스트리아, 체코 등 동유럽과 만나는 곳에 있다. 그래서 뮌헨공항은 세계 주요 지방도시와 유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뮌헨이 목적지가 아니라 뮌헨을 경유해 다른 유럽 지역으로 가게 하는 것이다. 지방공항으로는 보기 드문 중책을 맡은 셈이다.

슈테판 하바르트 루프트한자 부사장은 지방 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한 방법에 대해 “공항을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 공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항 각각의 ‘전략적 정의’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허브공항 하면 프랑크푸르트공항을 떠올린다. 독일 최대 공항인 프랑크푸르트공항은 ‘수퍼 허브’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 노선을 확보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공항은 대륙과 대륙을 잇는 노선이 주를 이루고 ‘유럽의 허브’ 뮌헨공항은 유럽 대륙 안에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을 담당한다. 두 공항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얘기다. 루프트한자는 유럽의 중심인 뮌헨공항의 잠재성에 확신을 갖고 투자했다.

루프트한자 독일 항공은…
독일 민영항공사로 1926년 도이치 에어로 로이드와 융커스 루프트페르케르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노란색과 남색으로 이뤄진 학 모양 로고가 유명하다.

영국 브리티시항공, 프랑스 에어프랑스, 네덜란드 KLM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사다. 국내 고객에게는 ‘코리아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기내식으로 비빔밥과 컵라면이 나오고 독일에 도착하면 현지 한국인 직원이 환승, 세관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2008년 상반기 매출은 97억 유로가량이다.

특히 뮌헨공항은 유럽의 신흥시장인 동유럽 접근성이 좋아 경쟁력이 뛰어나다. 최근 뮌헨공항이 아시아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요는 있지만 유럽을 오가기 쉽지 않았던 아시아 이용객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2007년 부산∼인천∼뮌헨 노선을 취항하고 올해 6월 뮌헨∼인천∼심양 노선을 신규 취항해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과 중국 북동부의 관문인 선양 등 각 나라의 중소 지방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에겐 음료 무료제공

인도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뭄바이,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뮌헨을 연결하는 노선도 운항 중이다. 세계 구석구석 숨은 틈새시장을 큰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루프트한자가 항공편을 신설하는 것은 항공사를 알리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뮌헨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뮌헨공항에서는 모든 승객이 공항 곳곳에서 무료로 음료를 마시거나 신문, 잡지를 볼 수 있다. ‘맥주의 나라’답게 직접 술을 만들어 공항 안에서 파는 ‘에어 브로이’도 명물로 꼽힌다. 터미널2는 공항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매년 2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양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하고, 짐을 나르는 카트에 식물성 연료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

인터뷰 슈테펜 하바르트 루프트한자 부사장
“아시아 승객 위한 다양한 노선 확충”

뮌헨공항 허브 개발과 공항 운영을 담당하는 하바르트 부사장을 뮌헨공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루프트한자의 대표 색인 남색과 노란색으로 된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하바르트 부사장은 “루프트한자가 한국과 뮌헨 노선을 필요에 따라 늘릴 수 있는 것은 뮌헨공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유럽에 활발히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루프트한자와 뮌헨공항의 긴밀한 관계란 무엇인가?
“2003년 개장한 ‘터미널2’를 건설할 때 루프트한자가 시설비 15억 유로 중 3억2500만 유로를 투자했다. 현재 터미널 지분의 40%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루프트한자가 뮌헨공항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고 있는가?
“공항 운영에 항공사 입장, 그러니까 이용객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게 된다. 항공 스케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공항 디자인, 시설 등에 이용객의 편의를 반영했다. 터미널2는 루프트한자와 동맹 항공사(스타얼라이언스)만 이용할 수 있는데 무척 효율적이다. ‘도착 후 30분 환승 서비스’도 이런 모델 덕분에 가능하다.”



-뮌헨공항이 유럽 항공 교통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나?
“역할이 크다. 도착 후 30분 환승 서비스를 예로 들면 런던(영국)∼뮌헨, 뮌헨∼델리(인도) 노선에서 두 노선의 탑승 게이트를 최대한 가까이 지정해 환승 고객이 신속하게 다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공항이 이미 허브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간단히 말해 프랑크푸르트공항이 전 세계를 이어주는 세계적인 허브라면 뮌헨공항은 유럽 여러 도시와 전 세계 도시를 이어주는 유럽의 허브다. 상호보완 관계다.”



-유럽의 허브 공항으로서 앞으로 계획은?
“유럽 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뿐 아니라 유럽, 미주,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아시아 승객을 위해 다양한 노선을 확충할 예정이다. 특히 유럽 직항편이 없었던 한국 부산, 중국 선양 같은 주요 지방 도시에 최상의 연결편을 제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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