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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없는 신축 건물 노려라

권리금 없는 신축 건물 노려라

2층에 있는 음식점이라도 고객 관리를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 사진은 월매출 7000만원을 올리는 강남역 ‘호아센’.

불황 탓에 폐업 점포가 늘면서 강남, 명동 등 핵심 상권 점포의 권리금이 떨어지고 있다. 권리금이 절반 수준이거나 아예 없는 점포까지 등장하고 있다. 점포비용 문제로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에게 권리금 하락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호재다. 점포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금이 줄면 투자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의 위기를 점포비용 절약의 기회로 삼는 ‘다이어트 창업’을 알아봤다. ◇권리금 안 주고 점포 구하기=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삼겹살 전문점 ‘떡삼시대’를 운영하는 김중호(49)씨는 장사가 잘 안 되는 153㎡ 규모의 해물뷔페를 권리금없이 인수했다. 이 점포는 3개월 만에 손님이 줄을 서서 먹는 고깃집으로 탈바꿈했다.

김씨의 점포는 상가건물 2층에 있어 음식점이 들어서기에는 다소 불리하다. 김씨는 가까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광고를 하고 직접 전단을 돌리는 등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폈다. 권리금으로 아낀 돈을 홍보비용, 직원 채용, 반찬 서비스 등에 투자했다. 그는 다른 고깃집보다 직원을 두 배 많이 뽑았다.

종업원 한 사람이 테이블 4~5개를 맡아 더욱 신속한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고기 외에 모든 반찬은 무한 리필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소문을 타고 손님이 늘면서 주중에는 하루 매출 250만원, 주말에는 300만~35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김씨는 “만약 1층에 있는 점포를 구했다면 권리금을 포함해 3억원 이상 들어 2층 점포 창업보다 비용이 세 배 이상 늘었을 것이다.

또 두 배 이상 높은 임대료를 계속 내는 것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권리금이 생기지 않은 신축 건물에 입점하는 것도 점포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강남역 근처에서 쌀국수 전문점 ‘호아센’을 운영하는 양원재(35)씨는 주요 고객을 직장인으로 정하고 세련되고 깔끔한 점포를 구하러 다녔다.

직장인 수요가 많은 광화문, 명동, 안양 신시가지 등 오피스촌 일대를 뒤지고 다녔지만 이곳은 이미 높은 권리금이 책정돼 있어 진입하기 쉽지 않았다. 양씨는 3개월 정도 꾸준히 발품을 팔아 상대적으로 유동인구와 상가가 적어 점포비용이 저렴한 강남역 3번 출구 근처의 신축 건물 점포를 구했다.

2층에 있는 점포는 198㎡ 규모로 권리금이 없었다. 전단을 돌리고 쿠폰을 만들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한 결과 월매출 7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역 3번 출구 쪽에 삼성타운이 들어서 점포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양씨는 “지금은 이 근처 점포의 권리금이 2억~2억5000만원 정도”라고 알려줬다.

또 “잘 찾아보면 아직도 권리금 없는 실속 점포가 많으니 조급해 하지 말고 여유 있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신축 건물은 무엇보다 단골을 잘 관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창업 자금에 맞춘 아이템=배달형, 테이크아웃 형태의 업종도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인기다. 개인 콜택시 사업을 하던 임광빈(48)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부진하자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호프전문점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수집했지만 창업자금이 모자라 포기했다. 임씨가 생각한 창업자금은 1억원 안팎인데 호프전문점을 창업하려면 최소 2억원 정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높은 대출금리 때문에 추가자금 마련도 여의치 않아 결국 창업자금에 맞춰 소자본 아이템으로 눈을 돌렸다. 고심 끝에 임씨가 선택한 것은 배달형 치킨전문점이다. 2007년 6월, 8000만원을 들여 경기도 성남시청 근처에 49.5m² 규모의 치킨전문점 ‘치킨더홈’을 열었다. 현재 하루 매출 80만원 정도를 올리는 임씨는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때 한 달 정도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무리해 창업했더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년 안에 165m² 정도로 매장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서 배달형 치킨전문점 ‘강정이기가막혀’를 운영하는 김곤(27)씨도 준비된 자금에 맞춰 창업한 사례다. 창업에 든 비용은 점포비용을 포함해 5500만원이다. 점포가 있는 곳이 이면도로(뒷길)인 데다 1층도 아닌 2층인데도 월매출이 1800만원 정도다.

2층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 1층에 입점한 3~4개의 부동산중개소 양해를 얻어 야외 탁자를 놓은 것이 매출 상승에 주효했다. 펼친 파라솔이 점포를 알리는 영업사원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다이어트 창업’ 전략
□뒷길 상권, 2층 점포를 노려라
□권리금 없는 신축 점포를 찾아라
□배달, 테이크아웃 아이템을 택하라
□‘숍 인 숍’ 은 점포비용 ‘제로’


◇점포비용 없이 창업=점포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창업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 점포의 한쪽 코너를 얻어 더부살이를 하는 ‘숍 인 숍(Shop in Shop)’ 창업이 그것이다. 숍 인 숍 창업은 권리금과 보증금이 없고 매달 매출에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입점한 곳에 낸다. 창업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예비 창업자에게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천연아이스크림전문점 ‘B7아이스크림’을 운영하는 권용하(32)씨는 안동병원 안에 숍 인 숍으로 창업해 투자비용을 20% 절감했다. 아이스크림전문점 창업을 고민하던 권씨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창업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싼 데다 권리금까지 얹어주고 얻은 대로변 점포를 5년 이상 운영해도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숍 인 숍 창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권씨는 “병원 안이라 입점할 때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그만큼 고객의 믿음이 두터워 안정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33m² 규모의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8000만원의 창업자금을 투자해 매달 15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에서 패션주얼리전문점 ‘프시케’를 운영하는 손향미(29)씨는 6개월 전, 3년 동안 운영하던 아동복전문점을 정리하고 숍 인 숍 창업 재도전에 나섰다.

1억원 정도를 들여 개업한 아동복전문점의 월매출이 2년 정도 지나자 3000만~4000만원에서 점점 떨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고객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게다가 매장 앞의 주차장이 없어지고 산책로가 생기면서 멀리서 찾아오는 고객마저 뚝 끊겼다. 손씨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점포를 내놓는 한편 패션주얼리전문점으로 재창업을 준비한 것이다.

숍 인 숍 창업으로 점포비용 없이 입점했고, 집기는 기존에 운영하던 점포의 것을 사용해 창업자금은 1000만원 정도 들었다. 현재 월매출은 3000만원 이상이다. 그는 “아동복전문점 근처의 창업자들은 유지비를 줄이려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점포를 지키는데도 월세를 감당 못할 정도”라며 “점포를 내놓아도 전화 한 통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조금이라도 늦게 점포를 내놓았으면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불황 때는 점포 선택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며 “이면도로, 고층 점포 등을 눈여겨보되 넓은 홀이 필요한 커피전문점이나 호프전문점은 권리금이 낮으면서 드나듦이 편한 곳에 입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초소자본 창업자는 숍 인 숍 입점으로 창업비용을 아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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