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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뢰가 우선이다”

“국민의 신뢰가 우선이다”

지난해 12월 금융 해일이 인도네시아를 덮쳤다. 글로벌 신용위기로 비롯된 게 아니다. 세금 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이른바 ‘일몰(日沒) 정책’(개과천선하면 과거의 세금 회피를 용서한다)으로 개인과 법인들이 뒤늦게 납부한 세금이 국고로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급증한 세수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세입이 50% 이상 증가했으리라 추산한다. 12월 들어 “[과세대장에] 존재하지 않던 납세자나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낸 세금이 급증했다”고 이 정책을 고안해낸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이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민이 “훨씬 더 정확한 방식으로” 납세 의무를 준수한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이 같은 세입 증가는 인도네시아의 현 정부, 특히 정부의 재정 상태를 본궤도에 올려놓은 여성 장관이 이룬 주요 업적이다. 지난 4년 동안 물야니는 독재자 수하르토가 1998년 32년 동안 유지해 왔던 장기 집권을 끝내기까지 굳혀 놓은 정실 자본주의를 해체하는 일을 떠맡아 왔다.

공과 사를 막론하고 부채 탕감을 밀어붙였고, 예산에 큰 부담인 연료보조금의 삭감을 추진했으며, 관세청과 국세청의 대대적인 개혁을 앞장서 지휘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2009년 세계 최고(아니라면 가장 양호한)의 신흥 시장 성장 스토리를 기록할 터전을 마련했다. 최근까지 눈에 띄지 않던 인도네시아 정부의 보수주의가 이제는 다른 개도국들의 부러움을 사고, 물야니는 모범적 관리자로 칭송받는다.

“물야니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 재무장관을 해도 될 만큼 재정 관리를 잘해왔다”고 컨설팅 업체 캐슬아시아의 창립자 제임스 캐슬이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재정 상태는 실제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다. 그 대부분이 물야니의 업적이다. 정부 부채가 GDP의 30%에 불과하다.

10년 전엔 100%였다.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차입 규모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작다. 그런 상대적 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원자재(인도네시아의 전통적 대들보)와 2억40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에서 나오는 강한 내수 소비가 성장을 이끈다. 원자재 가격 급락(이 나라가 의존하는 수입 에너지의 가격도 떨어뜨렸다)이나 글로벌 금융 쓰나미도 가정에서 기업과 정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부채가 없는 이 나라를 비켜갔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2009년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 3대 신흥 경제국 중 하나다. 다른 두 나라(중국과 인도)는 최근 몇 달 새 빠른 속도로 성장세가 둔화됐으며, 정책적으로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했다. 물야니는 인도네시아가 올해 최대 5.5%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6% 성장률보다 약간 둔화된 수준이며, 아마 그 정도로도 올해의 경제성장률 경쟁에서 아시아의 두 ‘라이벌’ 중 하나는 제칠 수 있을 듯하다. 1998년만 해도 경제 붕괴로 GDP가 18%나 축소된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세계은행(IBRD)의 선임연구원 볼프강 펭글러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거시경제 관리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가 이런 전기를 맞이한 것은 조화로운 팀워크 덕분이기도 하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정치안정을 이룩하고 세계화 비전을 제시해 현재의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부디오노는 경제조정장관으로 맹활약하다가 지난해 5월 물야니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중앙은행 총재를 맡았다.

마리 팡게스투 통상장관도 수출경제를 일으킨 공이 크다. 하지만 물야니의 단호함이 가장 돋보인다. 그녀는 재무장관직에 오른 뒤 6개월간 부하직원들에게 “쓰디쓴 곤욕을 감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재무부에 입성한 뒤 고위 공무원들을 불러 따졌다. “당신은 월급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아들·딸을 유학 보냈는가?

돈이 어디서 났는가?”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모두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참모들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요즘도 휴일을 반납하고 야근까지 한다. 물야니는 다른 장관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지난해엔 연료보조금 삭감을 강행하기 위해 집중 로비를 벌였다.

국민에게 너무도 인기가 없어서 처음엔 유도요노 대통령도 반대한 일이었다. “그녀가 뜻을 성사시킨 것은 정치 수완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다나몬 은행(자카르타)의 수석연구원 안톤 구나완이 말했다. 그러나 물야니는 종전에 뇌물을 받아 모자라는 소득을 보충했던 공무원들을 몰아붙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봉급을 인상해 줬다.

이로써 전반적인 공무원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자신은 부패할 수 없는 개혁가라는 명성을 굳혔다. 그녀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긍정적이다. “내 목표는 단 하나다. 국민이 우리를, 우리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나라는 엉망이 돼버린다.” 아직은 인도네시아를 투명성의 모범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세와 관세 관리에서 커다란 변화 바람이 인다. 그것이 인도네시아의 성장 잠재력을 키워 이제 “세계가 이 나라에 대한 선입관을 바꿀 필요가 있는 수준이 됐다”고 투자은행 크레디리요네(CLSA)의 인도네시아 분석가 니콜라스 캐시모어가 2008년 중반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동남아 최대의 경제국 인도네시아는 아주 잘나간다.” 물야니 덕분에 인도네시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나날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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