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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는 차량을 싫어해

브로드웨이는 차량을 싫어해


상공에서 내려다본 타임스 스퀘어 부근. 브로드웨이가 바둑판 도로망을 가로지른다.

마이클 블룸버그(67) 뉴욕시장은 보통 지하철로 출근한다. 자동차로 출근할 때는 경찰 호위대가 교통혼잡을 뚫고 길을 터준다. 그러니 자동차 경적의 합창 속에 거북이 걸음을 하는 맨해튼의 차량행렬에 갇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교통혼잡 문제를 너무도 심각하게 생각한다.

헌신적인 환경보호운동가의 입장에서 교통 문제를 완화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 든다. “도심의 교통혼잡은 사람들이 늘 거론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가 최근 말했다. “그냥 앉아 구경만 하지 않겠다. 뭔가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그의 계획은 브로드웨이의 상당한 구간에 아예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논란 많은 새로운 교통과학 이론을 이처럼 과감하게 도입한 미국의 도시는 지금까지 없었다. 사람들은 대개 로스앤젤레스(LA)의 405 도로나 시카고의 댄 라이언 고속도로의 정체를 자동차에 기반한 미국 문화의 피치 못할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 톰 밴더빌트는 저서 ‘우리는 왜 그런 식으로 운전하나(Traffic: Why We Drive the Way We Do)’에서 교통혼잡 문제는 보행에서 달구지를 거쳐 자전거로 가는 단계에서도 인간을 괴롭혔다고 지적했다.

이제 신세대 이론가들은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려고 경제학 원리를 이용한다. 블룸버그 시장은 큰 위험을 무릅쓰고 이 이론을 실험하려 한다. 올 11월 뉴욕시장 3선에 도전하는 데 자칫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거에 나쁜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이 실험을 지켜보는 초기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그러나 한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비판했다. “세계의 교차로[Crossroads of the World: 타임스 스퀘어의 별칭, 세 개의 대로(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 42번 스트리트)가 교차하는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번화하고 번잡한 유흥지역이며 미국 공연 문화의 중심지]의 교통이 차단돼, 관광객만 좋아하고 뉴욕 시민은 싫어하는, 오도가도 못하는 횡단보도로 알려질 전망이다.”

브로드웨이는 오래전부터 뉴욕 교통혼잡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1811년 도시계획자들은 맨해튼의 남북 대로(애비뉴)와 동서 대로(스트리트)가 교차하도록 설계했다. 바둑판 모양의 효율적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맨해튼을 비스듬하게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는 그대로 내버려뒀다. 이것이 계속 교통혼잡을 일으켰다.

“맨해튼의 바둑판 도로망에서 브로드웨이가 가로지르는 곳마다 교통이 마비된다”고 뉴욕시 교통국장 재닛 새딕-칸이 말했다. 타임스 스퀘어가 특히 문제다. 그곳에선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의 차량들이 42번 스트리트의 차량들과 엉켜 극심한 정체를 겪는다. 게다가 매일 35만6000명의 보행자까지 뒤섞인다.

일반적으로 말해 교통혼잡은 너무 많은 수요(차량)와 너무 적은 공급(도로)이 만나면서 일어난다. 한 가지 해법은 도로 증설로 공급을 늘리는 길이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공급을 늘려도 운전자의 수요에 이내 묻혀버리기 쉽다. 요즘은 도시계획자들도 도로 신설이 통상적으로 교통을 악화시킨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경제 전문가들은 혼잡지역의 운전 비용을 올리는 방법으로 수요를 줄이자고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런던이 2003년 도입한 ‘혼잡통행료(congestion pricing)’ 정책이다. 요즘 런던 도심에 들어가는 운전자는 하루 약 11달러를 내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 제도 덕분에 교통량이 16% 줄었다.

블룸버그는 2007년 뉴욕에도 혼잡통행료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으나 지난해 주의회가 ‘부자들을 위한 조치’라며 반대했다. 그 대응책으로 블룸버그는 주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도로망을 손보기 시작했다. 2008년 8월에는 세 차례나 토요일에 파크애비뉴의 자동차 진입을 막았다.

또 42번 스트리트 아래쪽으로는 브로드웨이의 차선 2개를 폐쇄했다. 뉴욕 교통국장을 지낸 샘 슈워츠는 이렇게 말했다. “블룸버그는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연석의 사이에 있는 도로는 시정부의 재산이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실험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지지하는 더 광범위한 ‘반직관적’ 이론과 맞아떨어진다.

도로 봉쇄가 혼잡을 줄인다는 이론이다. 1990년대에 영국의 대중교통 전문가 스티븐 앳킨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지진으로 주요 간선도로 하나가 파괴된 뒤 교통혼잡이 오히려 줄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는 다른 도시들에서도 도로가 봉쇄된 뒤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많은 곳에서 차량이 딴 곳으로 가지 않고 아예 교통량이 확 줄었다”고 그가 말했다.

앳킨스가 위촉한 1998년 조사에 따르면 도로가 봉쇄된 60건의 경우 운전자들이 그 지역 운행을 피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도로 봉쇄는 운전 예상비용을 올려(운전자들이 혼란을 예상하기 때문에) 수요를 줄인다. 블룸버그 시정부에서 입김이 꽤 강해진 녹색성장 지지자들은 애당초 59번 스트리트 아래쪽의 브로드웨이를 모두 봉쇄할 생각이었다.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공개된 계획은 브로드웨이의 주요 블록 7개만 봉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해도 34번 스트리트 메이시 백화점 앞의 교차로는 끔찍할 정도로 혼잡했다. 그러나 새 계획에 따르면 그 교차로 위아래로 한 블록씩 브로드웨이가 봉쇄돼 보행자 도로가 조성되고 6번 애비뉴와 34번 스트리트가 깨끗이 통하게 된다.

그 비슷하게 타임스 스퀘어 인근의 다섯 블록도 차량통행 금지구역으로 지정된다.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교통량은 6번 애비뉴가 37%, 7번 애비뉴가 17%, 9번 애비뉴가 20%로 예상된다. 물론 맨해튼은 독특한 도시다. 도로가 바둑판 모양이고 자동차 보유자 비율이 낮으며 편리한 대중교통 체제를 갖춘 섬이다.

그러나 브로드웨이 봉쇄로 교통체증 해소에 성공하면 그 계획은 다른 도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자전거, 버스, 보행자의 신속한 이동을 보장할 목적으로 마켓 스트리트의 일부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 “21세기 도시들은 도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새딕-칸이 말했다.

“사람들의 이동 방식을 새로운 생각으로 파악하며, 도시에 가급적 많은 차량을 투입한다는 생각을 뛰어넘는다.” 블룸버그 시장은 그 계획이 합리적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그에게 지금도 거창한 아이디어와 모험을 즐기는 기업가 정신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가 3선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제는 유산을 생각할 때가 됐다. 그는 더 환경친화적이고 살기 좋아진 도시, 자동차 경적 소리가 크게 줄어든 뉴욕을 남기고 싶어 한다. 참으로 근사한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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