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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錢禍爲福’ 기회

한국의 ‘錢禍爲福’ 기회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52조 달러인데 현재 각국이 경기침체 진화용으로 뿌려댈 돈은 6조5000억 달러(약 8500조 원)쯤이라고 하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라는 말이 실감 난다.

작금의 세계 경제위기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언제쯤 회복될 것이냐다. 이를 두고 워런 버핏류(낙관파)와 조지 소로스류(비관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너진 막장 안에 갇힌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사망한 그룹은 비관론자가 아닌 낙관론자였다고 하지만 마음은 역시 버핏을 따르고 싶다. 세계 경제회복의 바로미터는 ‘큰집’인 미국이 어떻게 돼 가느냐다. ‘

금융 쓰나미’의 파도는 투자은행(IB) 업계를 뒤덮고 이젠 대형 상업은행에까지 들이닥치고 있다. 거대한 금융 왕국인 시티그룹을 비롯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이 모두 휘청대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인 자동차 빅3는 수술대에 누워 있는 데다 전미 2위의 전자 소매업체인 서킷 시티가 끝내 파산하고 휴대전화 왕국 모토롤라에도 감원 바람이 거세다. 이런 상황은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북미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노텔, 도이체방크, HSBC홀딩스도 수혈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떨어졌다.

심지어 무적함대 도요타마저도 수조 원의 적자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우리 주위에서 희망적인 것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고 불 꺼진 공단 전선주마냥 온통 회색빛 일색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제위기 다음에 오는 세상은 어떠할까? 냉정함을 되찾고 차분하게 역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는 더 어렵다. 얼마 전 고위 재무관료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한마디로 이번이 우리가 확실히 선진국 G7 클럽에 진입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 세계 굵직한 연구기관의 향후 10~20년 미래 예측에서 일치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부와 경제적 영향력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또 2025년까지 중국과 인도의 GDP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를 합한 것보다 커지며, 유럽과 일본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그런 미래 지도형 변화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 조선 업계 6년 연속 세계 1위, 디스플레이 5년째 ‘4관왕’ 행진 등 최근 보도된 것만 봐도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돌이켜 보면 1960년 당시 우리 국민소득은 방글라데시보다 낮았던 최빈국 수준이었다. 60년대 초 1억 달러 수출에 감격했던 우리가 지난해엔 무려 40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그 결과 국토 크기가 세계 109위에 불과한 소국이 전 세계 국가들의 벤치마크가 된 지 오래며, 현재는 G20 회의 의장국이자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인만 유독 자신의 능력 과소 평가

놀라운 것은 우리가 가진 능력과 성과를 가장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저평가해 버리는 우리 내부의 자학 증세는 외국인들 눈에는 겸손을 넘어 병적으로까지 비치고 있다. 성공한 인물이 자기 고향 땅에서만 가장 대우를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원래 희극과 비극의 차이는 웃음과 눈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재산의 차이에서 온다. 한마디로 비극은 부자들의 것이며, 희극은 가난한 자들의 것이다. 비극을 통해 부자들은 자신이 결코 돈밖에 모르는 냉혈한이 아니며 가난한 사람들과 똑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반대로 희극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가진 자들을 조롱하며 비록 돈은 없지만 훨씬 즐겁고 행복한 인생임을 보여주려 한다. 비극의 핵심이 눈물이 아니듯 지금의 경제위기는 결코 비극이 아니다. 다시 한번 한국의 ‘전화위복(錢禍爲福)’이 기대되는 축복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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