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論濁論] 佛 부유세 논쟁의 교훈
[淸論濁論] 佛 부유세 논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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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 완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우리 사회의 분열현상을 되새김질해 보자. 당시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은 우리나라 사회계층을 2%의 집 부자(富者)와 98%의 집 빈자(貧者)로 갈라놓은 뒤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구도로 만들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뜨거운 세금논쟁’이었고, 결국은 11월의 헌법재판소 판결로 일단락됐다. 비슷하게 2004년 프랑스에서도 부유세 완화 논란이 있었다.
프랑스의 부유세는 주식·보험·연금 등 금융자산과 거주주택·농지·임야 등 부동산, 그리고 가재도구·보석·자동차·선박까지 포함한 부(富)에 대한 세금이다. 총 자산합계액을 구하고 여기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가액에 과세한다.
가구당 77만 유로(한화 14.4억원)를 초과하면 납세대상자가 되는데, 세율도 0.55%에서 1.8%에 달하는 누진세 구조를 갖고 있다. 통상 야당의원이 개편 논의를 제기하고 정부 부처는 무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던 과거의 부유세 논쟁 양상과 달리, 당시 티에리 브레통(Thierry Breton) 재무장관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 특이했다.
“(프랑스의 부유세인) 사회연대세(Impot de solidarite Sur la Fortune: ISF)는 더 이상 부유세라고 할 수 없다. 결코 부자라고 볼 수 없는 시민들의 주택과 예금들에 대해서도 과세되는 지경이 되었고, 부자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벨기에나 스위스로 탈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개편 필요성의 운을 뗐다.
집값 상승으로 8년간 과세 대상이 87%나 증가해 부유세 과세 대상자가 34만 가구에 달하게 됐을 때의 일이다. 우리의 주택종부세 논쟁과 5년 전 프랑스에서 일었던 부유세 개편 논쟁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프랑스는 ‘평등과 박애’라는 프랑스혁명 정신에 기초해 부자에 대한 세금 완화에 반대하는 국민정서가 만연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유세가 무리하게 부과되지 않도록 부채도 공제하고 소득능력도 감안하는 등 각종 안전장치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둘째, 입법 당시 세금 이름과 입법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개편의 논의과정에서도 중요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프랑스의 부유세인 ISF는 부에 대해 ‘국민적 연대의식’고취를 위해 매긴다는 취지가 세금 이름에 그대로 녹아 있다.
따라서 프랑스에서의 개편논의에서는 총세수액 대비 0.5%도 안 되지만 과세대상 가구가 34만 가구를 넘어서는 데 대해 ‘과연 이들이 정말로 부자인가?’라는 논쟁을 바로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택분 종부세는 그러한 이름과 입법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집 부자가 과연 부자냐?’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셋째, 프랑스의 부유세는 부동산이라는 특정 자산에 국한된 우리나라의 종부세와 달리 ‘재산이 많으면 국민화합을 위해 더 내세요’라는 세금이다. 특히 부유세 과세대상자라 하더라도 소득세, 사회보장기여금, 지방재산세 등 개인이 내는 연간 직접세액을 부유세액에 합해 총액이 전년도 과세소득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상한규정을 두고 있다.
재산이라는 덩어리(stock)뿐 아니라 전년도 소득 흐름(flow)까지 고려해 세금을 낼 여력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 여력에 비해 세금이 과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채택했던 전년 대비 300%의 세액 인상률 상한제도보다도 은퇴한 노령가구나 저소득가구를 배려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보는 주택종부세의 모습만을 갖고 소리 높여 떠들기 전에, 부동산과 관련된 조세체계 내에서 과연 종부세의 역할이 무엇이고 그 기능을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 수행하고 있는가를 국민이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 올바른 공공정책 수립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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