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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성수동 ‘초고층 탄력’

여의도·성수동 ‘초고층 탄력’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부동산 시장의 강력한 빗장이었던 규제들을 대거 풀기 시작하면서 주택 시장에 해빙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개발 청사진이 발표되어 겨우내 움츠러든 부동산 시장에 봄 기운이 전해진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올해 1분기 집값은 약세장이 예고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강남권을 중심으로 큰 폭의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일부 지역은 거래량 역시 급증세를 보였다. 올 1분기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곳은 부동산 시장의 선도주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지역이다.

연초부터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를 중심으로 저층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급매물을 시작으로 거래가 속속 재개되면서 오랜 거래 가뭄에 시달리던 이들 지역의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실제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값은 올 1분기에 9.7%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에 13.4% 하락한 것과 비교해 정반대의 급등세를 연출한 것. 지난해 4분기에 10.7%, 10.3% 내린 강남구와 강동구도 올해 들어 각각 5.4%, 8.0%가 올라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제2 롯데월드 수혜주 ‘잠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최근에 43㎡가 7억2000만원에 팔려 작년 금융위기 직전 시세 7억1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에 최하 5억3400만원에 거래됐으니 불과 3개월 사이에 2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는 11억2500만원에 거래돼 금융위기 전의 10억7000만원을 크게 넘어섰다.

강동구의 저밀도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3단지 109㎡ 역시 작년 말 6억4500만원까지 내려앉았던 거래 가격이 최근 9억1000만원으로 올라 1분기에만 2억6500만원 상승했다. 상승세의 원인은 올 초부터 이어진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의 중심에 재건축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되기 직전에 서울시가 재건축 용적률을 법정 최대 상한선까지 올리기로 하면서 그동안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또 지난해 말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 속에 소형 평형 의무비율과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대폭 완화돼 재건축 개발부담금을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 핵심 규제가 모두 완화된 셈이 됐다.

그러자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고 호가가 오름세를 나타낸 것이다. 오랜 기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커진 것도 급상승의 이유다. 강남권 재건축은 2006년 말을 정점으로 2007년 초부터 정부 규제 정책의 직격탄을 맞아 하락세를 보였고 사실상 2년여간 가격 조정을 받았다.

그러다 결국 시장의 ‘주도주’답게 정부 규제완화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가장 먼저 상승세로 반전된 것이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의 강세가 2분기에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집주인들은 계속해서 호가를 올리지만 급등한 가격이 부담스러운 매수자들이 짙은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규제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가 최근 급격한 상승세로 불투명해져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초에 정부가 서울 송파구 잠실 제2 롯데월드 사업을 사실상 허용하고 이르면 상반기 중에 착공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잠실권의 주택시장은 술렁였다.

제2 롯데월드가 112층 초고층 빌딩으로 세워질 것이라고 발표된 후 지난해 하반기 거의 끊기다시피 한 잠실권 아파트의 거래가 다시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치솟으며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이미 계약이 체결된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9㎡는 최근 13억1000만원에 거래됐고 매물은 13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9억1000만원까지 내려간 곳이다.

112㎡ 역시 최근 11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급등해 작년 말의 8억1500만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상승했다. 오랫동안 난항을 보인 ‘제2 롯데월드 건설’이라는 대형 호재가 단숨에 등장한 데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따른 수혜, 한강변 초고층 개발 허용 등 트리플 호재를 맞아 잠실권은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초고층 수혜지 ‘압구정·여의도·성수동’

하지만 최근 매수세가 잠잠해지면서 거래도 주춤한 양상이라 앞으로 호가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2 롯데월드 건립 허용이라는 호재는 이미 집값에 많이 반영됐고 상업 시설 건립이 주거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 저점을 어느 정도 통과했다 하더라도 큰 폭의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부동산 시장에 등장한 대형 호재 중 하나는 ‘한강변 초고층 개발 허용’이다. 지난 1월 19일 서울시의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에서 한강변에 병풍처럼 늘어선 노후 아파트에 대해 최고 5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을 허용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특히 재건축 선도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압구정·여의도·성수동 일대는 용적률 대폭 인상의 최대 수혜지로 부각되면서 집값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중에서 압구정동은 이번 서울시 계획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혀 1분기 집값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발표 직후 강남 압구정동 일대는 평균 1억~2억원씩 호가가 급등했다. 한양아파트 109㎡의 매도 호가는 작년 말 9억5000만~10억원 수준이었으나 현재 최대 12억원까지 올랐다. 현대 4차 아파트 145㎡ 역시 올 초 18억~20억원이던 매매가가 현재 20억~22억원에 이른다.

압구정동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와 한강변 개발 제한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곳은 중층 재건축 단지여서 초고층으로 지어야만 수익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재건축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은 것은 물론 사업성에 큰 기대가 모아진다. 집값 상승세에서 다소 소외돼 온 여의도동도 수혜주로 부각됐다.

서울시가 여의도 아파트 부지를 3종 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바꿔 국제금융 중심지 배후 주거지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용적률이 최고 600%까지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여 매수 문의가 큰 폭으로 늘었다. 급매물 거래도 활발히 이뤄졌다. 그간 쌓여있던 급매물은 발표 직후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강북권에서는 성수동 일대가 주목 받았다. 한강변 개발 계획으로 강남권 일대와 연계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청구강변, 한강한신, 강변현대, 강변건영, 성수현대, 장미 등이 수혜 대상 아파트로 꼽히는 가운데 실제 발표 직후 성수동 일대 강변 아파트들은 호가가 최대 5000만원까지 올랐다. 거래는 많지 않지만 호가 강세는 유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강변 초고층 개발 호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효력이 점차 줄어드는 듯하다. 무엇보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이라는 악재에 시달리는 수요자들이 변화에 반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2분기 들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되어 당분간 거래는 부진할 것으로 보이며 가격은 오히려 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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