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최상의 치료 받는 게 병원의 존재 이유”
“환자가 최상의 치료 받는 게 병원의 존재 이유”
#1 병원마다 다인용 병실은 넘쳐나는 환자로 늘 자리가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응급환자는 1인실에 들어갈 돈이 없어 아스팔트 바닥에 눕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환자가 찬 바닥에 눕지 않도록 응급실 시스템을 확 바꿨다. 응급실에 온 환자를 중증에 따라 A, B, C 3등급으로 분류해 24시간 이내에 입원실로 보내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대신 위급한 환자가 바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매일 다인용 병실의 40~50명 자리는 비워뒀다. 시스템 도입 후 두 달 동안은 병원에 1인실이 100여 개씩 남아돌아 매일 3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 3월 1일 영동세브란스병원이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병원 의료시설도 2년간 약 260억 원을 투자해 교체했다. 가장 큰 변화는 환자의 대기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무료 발레파킹을 해준다. 전문 발레파킹 요원만 21명. 그동안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주차 공간이 좁아 환자들의 불만이 컸다.
앞으로 보호자는 병원 입구에서 주차요원에게 차를 맡기고 환자와 함께 병원으로 들어가면 된다. 또 곳곳에 설치된 무인종합안내기에 진료카드를 접촉하면 당일 진료 장소와 시간을 안내 받는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의 변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8월 박창일(63) 원장이 연세의료원의 경영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는 “환자가 최고의 치료를 받도록 환자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전에도 연세의료원 재활의학연구소 소장, 세브란스병원장, 대한재활의학회와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 세계재활의학회 회장을 맡으며 경영 의학자로 성과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게 2007년 5월 박 원장이 세브란스병원장 시절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따낸 것이다.
JCI는 의료기관의 의료 수준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국제기구다. 통과 기준은 1033개에 달하는 평가 항목에서 모두 9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박 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이 JCI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해외 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료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JCI 평가 기준을 중심으로 병원 시스템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1885년 미국 선교 의사 알렌이 세운 한국 최초의 의료기관이다. 현재 연세의료원은 의과대·치과대·간호대·보건전문대학원·간호전문대학원 등 5개 교육기관과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치과대학병원 등 5개 병원, 임상연구센터 등 2곳의 연구기관을 거느린 대형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박 원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가 구상 중인 연세의료원의 미래상은 글로벌 세브란스, 즉 외국인이 찾는 아시아 허브 의료기관이다. 이를 위해 진료, 연구, 인재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진료 분야에선 연세의료원의 경쟁력으로 손꼽는 암 치료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1969년 국내 최초로 암센터가 설립된 곳이 연세의료원이다. 2012년쯤 기존의 노후한 시설과 시스템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암 전문병원을 연다. 이 병원은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로 모두 507병상이 들어선다. 특히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등 암 질환별 전문 진료팀과 2개 임상 진료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앞으로 환자는 암 종류에 따라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암 치료에 필요한 첨단 의료기기도 도입하고 있다. 올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 로봇 수술기 ‘다빈치’ 3대와 연습용 1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엔 다빈치 1대를 들여왔다. 국내에 수술용 메스 대신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처음으로 선보인 곳도 세브란스병원이다.
1 강남 세브란스의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 2 로봇 수술기 ‘다빈치’ |
다빈치는 전립선암, 위암, 대장암 등 손이 닿지 않는 미세한 부위 수술에 강점이 있다. 로봇 수술 경험도 풍부하다.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7월 다빈치를 도입한 이후 로봇 수술 2000회를 돌파했다. 박 원장은 암 치료 못지않게 신약 연구에 신경을 쓴다. 그가 취임 후 직접 챙긴 게 전임상연구소 설립이다.
전임상실험은 독성을 알아보는 동물실험으로 신약 개발 시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는 “국내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전임상연구기관이 없어 매번 해외 기관에 의존해 제대로 된 연구·개발이 어려웠다”며 “전임상연구소가 세워지면 국내 신약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2011년을 목표로 연세대 인천 송도캠퍼스에 들어서며, 미국 뉴욕 장로교병원(NYP)과 세계적인 암 전문센터 MD앤더슨 암센터가 공동 투자한다. 지난해 12월엔 보건복지가족부가 선정한 ‘선도형 연구중심병원’과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로 지정돼 앞으로 5년간 약 3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연구 분야는 두 가지. 우선 세브란스병원 뇌심혈관질환 융합연구단이 질병 발생의 위험인자와 뇌혈관 질환을 연구한다.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는 선진국과 의료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인재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의과대에는 e-러닝센터가 열린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컴퓨터로 조직이나 해부학을 공부하고, 컴퓨터로 시험도 본다. 또 우수한 연구원을 뽑기 위해 대학원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고 있다. 교수 직급 정년제도 도입했다. 조교에서 부교수, 부교수에서 교수가 될 땐 연구 실적이나 논문 등 업적으로 평가한다. 일정 기간 안에 승진 못할 경우엔 자동 퇴출된다.
박 원장은 “앞으로 국내 의료기관의 블루오션은 해외 환자 유치”라고 말했다. 전 세계 수억 명의 보험환자들이 미국과 유럽에 비싼 의료비를 내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의학 교육과 연구, 진료의 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의료기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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