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검증 끝! 서울 넘어 中·日 간다”
“부산 검증 끝! 서울 넘어 中·日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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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점심시간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의 한 음식점. 소주회사 사장과의 대작이라는 승산 없어 보이는 싸움을 벌였다. 대선이 2년 동안 개발해 지난달 내놓은 최저도수 소주 ‘봄봄’이 몇 잔 돌았다.
주양일 대선주조 사장이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한다. “순한 소주 위력이란 게, 술자리 끝자락에 나타나지요. 일반 소주랑 봄봄을 같이 놓고 먹다 보면 다 손이 순한 소주로 갑니다.”
그는 ‘봄봄’이 롯데와 진로, 무학이 치고 들어오는 부산 소주시장에서 대선의 방어막이 돼주기를 기대하는 듯 보였다. 전국 소주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참이슬’과 유통 거물 롯데의 ‘처음처럼’, 경남의 무학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선주조 주양일 사장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도수 낮춰 부산시장 한때 90% 점유
>> ‘처음처럼’의 부산 점유율은 0.2%였다. 롯데가 주인이 된 3월에는 0.4%, 4월엔 1.1%로 숫자는 작지만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대선은 점유율이 80%대에서 76.3%로 떨어졌다. 롯데의 ‘처음처럼’이 부산 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건가?
“소비자에게는 안 통하고 있다. 제품이 도매상에 가는 것까지를 판매로 잡는다. 도매상에 ‘처음처럼’이 아예 없다가 이제서야 재고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다.”
>> 그럼 별 걱정이 없다는 말인가?
“문제는 점유율이 아니라 롯데가 판촉활동을 하면서 돈으로 매출을 만들고 있다는 거다. 지금 공짜로 술을 주고 있는데 회사 매출로 잡히게 된다. 매출처럼 보이게 되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 제 살 깎아먹는 이런 경쟁을 꼭 해야 하나?
“점유율 0.2%짜리를 공짜로 돌려서 1.1%로 만들었다고 치자. 롯데는 서울에서 공짜로 안 줘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부산시장밖에 없다. 제품을 전부 무료로 나눠주는 기업이 어딨나.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쪽이 출혈경쟁을 하는 거지, 수성하는 우리는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그러나 결국 시장 판도는 못 바꿀 것이다.”
대선주조가 처음부터 부산시장의 최강자는 아니었다. 부산시장은 과거 진로가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다. 판도가 변한 건 1996년 대선이 ‘C1(시원)’이라는 19.8도의 저도주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주 사장은 “순한 소주의 원조가 바로 대선”이라며 “진로는 그 이후 부산에서 10년 동안 5% 이상 시장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너가 부산 출신이고 강력한 유통망을 지닌 롯데가 두산주류를 샀을 때부터 부산 소주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킬 것이 예상돼 온 건 사실 아닌가?
“롯데가 ‘처음처럼’의 부산 연고를 주장하는 건 잘못된 거다. 강원도 공장에서 만드는 ‘처음처럼’을 롯데가 판다고 부산 술인가? 그럼 아사히 맥주도 파는데 그것도 부산 술이라고 해야겠다. 술도 음식이고 각자 취향이 있다.”
>> 마케팅, 유통망 등에서 열세인 점은 어떻게 극복할 건가.
“진로나 롯데는 우리보다 마케팅 비용을 훨씬 많이 쓰고 있다. ‘처음처럼’은 최근에야 전국시장에서 12% 점유율을 올리게 된 거다. 그전에는 5%였다. 마케팅 비용으로 1년에 500억~700억원을 시장에 쏟아 부어 지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점유율로 보면 연 500억원 흑자는 봐야 했다. 우리가 전국시장 점유율 8%인데 1000억원 매출에 흑자가 300억원 가까이 된다. 그런데도 ‘처음처럼’이 그만한 흑자를 못 내는 건 다 마케팅 비용 때문이다.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3년 정도 해왔는데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대선주조 생산라인. |
롯데주류는 자신들은 부산에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롯데주류 홍보실은 “부산에서 ‘처음처럼’이 알려진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돈으로 일반가게에서 제품을 사서 증정하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며 “마케팅 비용도 (500억~700억원이 아니라) 그 절반 정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롯데의 두터운 물류망이 두렵다는 말인가?
“그런 차원이 아니다. 내가 롯데 출신이다. 롯데가 주류사업을 했던 1970년대 일을 잘 알고 있다. 당시 보드카를 팔았는데 광고선전비가 외형의 몇 배나 되면서 문을 닫고 롯데칠성에 합병됐다. 그 와중에 그룹 차원에서 돈을 엄청 지원했다. 내가 롯데제과에 있을 때 롯데 술을 마시고 병뚜껑과 영수증을 회사에 내면 돈을 줬다. 몇 병 마시라는 목표치도 정해 줬다. 롯데 계열사가 60개다.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하다. 그런 게 두렵다는 말이다.”
>>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고 하는데 ‘봄봄’은 수도권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 같다. 수도권 시장은 언제 공략할 예정인가?
“기존 제품으로 다른 지역 시장에 들어가는 건 어렵다. 해당 지역 입맛에 맞는 제품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봄봄’은 차별화된 제품이기 때문에 경남이나 서울의 틈새시장에 진출할 만한 술이다. 하지만 먼저 부산시장에서 검증해야 한다. 부산에서 단일종목으로 월 100만 병 이상 판매고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 이후가 돼야 (수도권 진출 여부를) 알 수 있다.”
“대선주조 상장 가능성 충분”
>> 해외시장 진출 계획은 있나?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 비슷한 음주 문화를 가졌다. 반주 문화다.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큰 일본도 공통점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소주를 물에 타서 마신다. 하지만 16.7도인 ‘봄봄’은 일본의 청주와 도수가 비슷하다. 물에 타서 마실 필요가 없다는 거다. 물에 타서 마시면 제조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봄봄’은 가장 맛있게 타 놓은, 조리가 끝난 음식과 같다. 일본에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 4년 전 롯데가 대선을 600억원에 매입했고 국내 사모펀드 코너스톤에 되팔면서 시세차익을 3000억원 가까이 봤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차익을 남기고 기업을 팔아야 할 텐데, 이와 관련한 움직임은 없나?
“전문경영인으로서 오너십에 대해 이견을 달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코너스톤은 대선주조가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산 것 아니겠나. 롯데에서 인수할 당시 PER(Price Earnings Ratio: 주당수익률)이 14였다. 지금도 12 정도다. 자산 1000억원에 300억원 가까이 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그 정도면 싼 회사다. 상장 가능성도 있다. 적당한 매수자가 안 나오면 최후의 방법인 동시에 충분히 가능한 방법으로 이미 매입 당시부터 상장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20년 이상 근무한 정통 롯데맨 출신인 주 사장이지만 진로, 롯데 같은 전국구 소주회사와는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대선에 부산시장은 곧 전체 시장이기 때문이다. 대선의 전국시장 점유율은 8.6%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부산에서 나온다. 승산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주 사장은 “승산이 없으면 이대로 죽으란 말이냐”며 “싸울 수밖에 없고 또 이길 수밖에 없는 결사항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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