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넘은 할머니의 부지런함에 놀랐어요”
“100세 넘은 할머니의 부지런함에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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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올 때마다 노인을 공경하는 한국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곤 합니다. 이는 제가 진행해온 장수 연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6월 23일 한국을 네 번째로 방문한 미국의 장수학(長壽學) 권위자 레너드 푼 박사는 한국의 가족제도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의 장수 연구와는 다른 사례와 원인을 한국에서 얻는다.
“20년 넘게 장수에 관해 연구해왔지요. 장수의 특징과 근본 요인에 대해 분석해 왔습니다. 유전과 음식물, 그리고 주요 영양원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지요. 연구 대상이던 장수인이 돌아가시면 뇌를 따로 부검한 적도 있습니다. 뇌 구조와 장수의 연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해서였지요. 이런 제게 한국은 장수와 사회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 사례를 제공해주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주요 장수학자들과 자주 연락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을 찾고 있답니다.”
이번 방문 기간 동안 그는 한국의 대표적 장수 지역인 전라북도 순창을 찾아 100세를 넘긴 장수인들을 만났다. 서울과 순창에서 한국의 장수 연구자들과 함께 장수학 심포지엄도 열었다.
푼 박사는 순창 지역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을 면담한 뒤 “100세가 넘은 노인이 혼자 힘으로 바깥 출입을 할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데에는 효도를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의 훌륭한 문화가 있었다”며 “이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100세인들의 부지런함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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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의 장수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부지런하며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난 101세의 한옥금 할머니는 식사를 대접하며 계속 소주를 따라주셔서 다소 난감했습니다. 연구하러 왔는데 술에 취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외국에서 온 손님을 스스럼 없이 맞아주는 건강한 문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 노인의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푼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정신건강연구소(NIMH)가 총 1300만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추진하고 있는 국제 장수연구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다. 198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조지아 백세인 조사’도 이끌고 있다.
푼 박사는 한국 장수 학자와 교류를 계속하며 미국에서도 100세가 넘은 이들의 인간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장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냈다. 미국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100세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면 가까이에 가족을 대신해 주는 이웃이 있었다.
“이웃이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사례를 보면서 노인에게 정서적 지지 또는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그 대상이 반드시 가족일 필요가 없다는 점은 사회적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2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넘는 백세인을 연구해 온 푼 박사는 세계 장수학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장수 요인 다섯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유전, 성(性), 사회적 인간관계, 인지 능력, 영양 상태다. 그는 장수인 연구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분야가 유전이라고 했다.
세계 어느 지역과 사회를 보더라도 장수 집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가족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를 찾아내는 것이 연구의 주 목적이다. 그는 유전(DNA)인자를 분석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소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녀의 장수에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유전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만 알려졌지요. 하지만 빠르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별도 장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폰 박사는 “남성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동일한 사회겧?춠지리적 여건에서는 여성이 더 오래 산다”고 말했다. 역시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그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남녀 장수인 비율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점도 이야기 했다.
“일반적으로 산업화 된 국가들의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남녀 성비 대비를 보면 4~6대 1의 비율로 여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산업화가 덜 된 지중해 인근의 장수촌의 경우 100세인 남녀 성비가 1대 1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일이 있지요. 한국은 이 점에서 산업화의 문제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100세인 남녀 성비를 보면 유독 한국만 10대 1 정도로 여성 장수인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건강한 이웃 관계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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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약 25%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환경에 영향을 받지요. 그래서 건강한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이지요.”
나이가 들면 아무리 정정하다 해도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때 마음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것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푼 박사는 영양 상태, 즉 식생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일정한 양의 음식을 정해진 시간에 먹는 규칙적 식사가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국의 100세인 조사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장수와 특정 음식과의 뚜렷한 상관성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세계 장수인들의 주식도 지역별로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류부터 다양한 생선과 야채류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세 끼 식사 시간이 항상 일정하며 저녁식사 시간이 매우 이르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푼 박사는 생활 습관은 장수를 결정짓는 중요한 원인이라면서도 흡연과 음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장수 집안 태생이 아니라도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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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남성도 장수할 수 있습니다. 삶에 충실하며 긍적적인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한 이유지요. 그래서 누구나 장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과 최고 수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푼 교수는 “요즘 한국 평균 수명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느냐”며 “중요한 점은 머지않아 겪게 될 고령화 사회가 당신에게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잘 준비돼 있는 사람에겐 그것이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장수가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사회적 대비책은 물론 개개인의 노력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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