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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고객에게 눈 떼지 않았다”

“한순간도 고객에게 눈 떼지 않았다”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세계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요절하는 상표가 있는가 하면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장수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이코노미스트 특별기획 대한민국 1000대 브랜드 조사에서 나타난 장수 브랜드로는 1897년 출시돼 1910년 상표등록 1호를 기록한 활명수를 비롯해 진로소주(1924), 훼스탈(1959), 한국야쿠르트(1969), 새우깡(1971), 초코파이(1974) 등을 들 수 있다.

또 비교적 최근에 나온 옥시크린(1984), 쏘나타(1985), 신라면(1986) 등도 20여 년간 사랑 받는 브랜드다.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출시되고 사라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들 브랜드가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 가까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수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고객의 욕구에 언제나 충실한 상표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새우깡, 초코파이, 맛동산, 신라면 등은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제품들이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제품의 혜택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소비자들의 합리적, 감성적, 도덕적 만족감을 극대화시킬 때 장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둘째, 철저한 브랜드 관리, 브랜드에 대한 꾸준한 투자, 그리고 적절한 브랜드 확장을 들 수 있다. 활명수는 처음 상표 등록할 때 ‘활명액’ 등의 유사상표를 함께 등록했다.

그 후에도 까스활명수, 까스활명수Q 등으로 계속 브랜드를 확장시켜 왔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장수하고 있는 쏘나타는 출시 후에도 브랜드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를 통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콜라독립815는 왜 단명했나?

반면, 이명래고약의 경우 약 80여 년간 ‘종기에는 이명래고약’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지만, 종기의 전통치료제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새로운 항생제와 다양한 연고류가 출시되는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소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셋째,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계속 적응하고 진화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진로 소주’의 심벌은 원래 원숭이였다. 그러나 원숭이가 갖는 교활하고 속임수에 능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지금의 두꺼비로 심벌을 교체했다. 또 1990년 이후에는 부드럽고 깨끗하며 부담 없는 소주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25도에서 점차 낮춰 왔다.

이렇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주변환경에 부응하는 신속하고 유연한 자기변신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과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넷째, 브랜드 이미지의 재활성화를 들 수 있다. 오래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친근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진부하다는 단점을 가진다.

칠성사이다처럼 품질에서의 차별화가 어려운 상품들은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미지를 계속 새롭게 활성화해 왔다. 예를 들어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좋았던 옛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적 이미지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에는 친환경 이미지를 구사하는 식으로 브랜드를 재활성화해 왔다.

다섯째, 선도 진입자로서의 우위를 들 수 있다. 1959년 출시된 훼스탈은 한방 소화제, 일본식 소화제가 난립하는 시장상황에서 최초로 서양식 제휴 소화제를 선보임으로써 아직까지도 소화제의 대명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1978년 출시된 유한양행의 유한락스는 최초의 살균, 소독, 악취제거제로서, 1984년 출시한 옥시크린은 최초의 세탁용 전문 표백제로서 강력한 이미지를 가지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에 후발 주자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장수해 왔다.

여섯째, 개별적이고 단기적이며 혼란스럽고 일관성 없는 브랜드 전략의 대안으로서, 브랜드 간 연관성을 유지하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들 수 있다.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의 백설표 브랜드(1965)는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된 브랜드 출시라고 할 수 있는데, 도입한 후 설탕·조미료·밀가루·식용유 등 전 제품의 상표를 백설표로 통일시켰다.

또 삼성전자의 하우젠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고급, 대형 가전제품에 대한 선호에 맞춰 세탁기, 에어컨 등 고가 제품이라고 느낄 수 있는 카테고리부터 순차적으로 통합함으로써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대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효과적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구사를 통해 기업은 고부가가치의 획득, 마케팅 자원의 효율적 관리, 시장 선도성의 확보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이 외면해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사라지는 실패 브랜드와는 달리, 나름대로 탁월한 제품력과 명확한 컨셉트, 적절한 세분시장 공략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더 오래 장수하지 못하고 경쟁 브랜드에 패배한 브랜드들이 있다.

그러면 이런 장수 브랜드와 단명 브랜드의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단명 브랜드는 소비자 취향의 변화 등 시장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콜라독립815는 IMF 경제위기로 인한 소비자의 저가 브랜드에 대한 선호 현상과 애국심에 호소함으로써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경제회복 이후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둘째, 경쟁적 차별성이 뚜렷하지 못했다. 1984년 출시된 보리탄산음료 맥콜은 경쟁사들이 잇달아 보리 음료를 내놓기 시작함에 따라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성이 점차 줄어든 데다 소비자들이 보리 음료의 맛에 쉽게 식상하게 됨에 따라 보리 음료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됨으로써 명맥만 유지하는 상표가 되어버렸다.

셋째, 성공에의 안주와 방심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맥주 시장에서 OB맥주는 한때 시장 점유율 70%를 넘나드는 지배적 브랜드였다. 그러나 1993년 크라운 맥주는 소비자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던 ‘크라운’이란 브랜드를 숨기고, 대신 전혀 다른 브랜드인 하이트를 론칭하면서 ‘100% 천연 암반수’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부각시켰다.



스토리가 있는 문화적 브랜드

OB는 이에 대응해 아이스, 넥스, 수퍼 드라이, 오비 라이트 등 멀티브랜드 전략을 구사했지만 오히려 제품 컨셉트와 이미지가 분산되고 혼동을 일으켜 결국 2위 브랜드로 떨어지고 말았다. 유사한 사례로 라면의 원조인 삼양라면을 제치고 유지파동 이후 신라면을 통해 1위 자리를 굳힌 농심의 경우를 볼 수 있다.

지난 100년간의 장수 브랜드 사례를 보면 무엇보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을 보유한 브랜드가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불변의 원칙이 발견된다. 너무나 당연해 오히려 간과하기 쉬운 이 원칙이 브랜드 전략의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기업은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리 변화하는 시장 환경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하고, 브랜드 컨셉트와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전략 등을 항상 점검하고 혁신해 나가야 한다. 여기다가 선점 브랜드의 효과를 인식하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 브랜드 인지도와 연상, 브랜드 로열티를 포함하는 브랜드 자산의 강화를 통해 경쟁사의 공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관련된 스토리를 개발하고 상표를 문화적 브랜드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명을 끝없이 건강하게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문화적 브랜드로서 브랜드를 계속 혁신하고 진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성적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고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수적이다.

장수 브랜드 6대 비결
1.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고 감성을 만족
2.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투자, 그리고 브랜드 확장
3.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
4. 브랜드 이미지의 재활성화로 진부함 극복
5. 선도 진입자 우위 통해 브랜드 파워 선점
6.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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