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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황금률은 정치와 ‘불가근불가원’

한국경제 황금률은 정치와 ‘불가근불가원’

가택연금 55회, 투옥 6년, 망명 3년, 여기에 세 번의 대선 실패까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그의 소회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선뜻 내놨고, 서슬 퍼런 군부정권에 맞서 투쟁했다. 남북화해의 길을 밝히기 위해 쨍쨍한 햇볕을 스스로 비췄다(DJ 마지막 일기 1월 6일자 인용). 무엇보다 ‘죽음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던 한국 경제를 구출한 것은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민주적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성장과 분배를 함께 모색했던 DJ.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에 그가 남긴 유훈은 뭘까?



1. 구조조정의 핵심은 ‘점검’


경제주권을 빼앗긴 1997년, 3전4기 끝에 정권을 잡은 DJ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핵심 과제는 부채비율 200% 맞추기. 1997년 기업부채비율은 평균 396%에 달했다. 기업으로선 부채비율 200%를 단숨에 떨어뜨려야 ‘죽음이 예고된 바다’를 건널 수 있었다. 비단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던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 이행여부 점검을 제1가치로 삼았다. 당시 기업 구조조정 실무자들은 매주 한 차례 실적결과를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했다. 금주 실천내용, 실적 달성률은 기본 보고사항. 만약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까지 명시해야 했다. 여기까진 차라리 약과다. 금융위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보고한 구조조정 내용을 샅샅이 검증했다.

가령 부동산 매각 보고가 들어오면 매매계약서의 진위여부까지 확인했던 것이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실무를 맡았던 김우일 전 상무는 “숨통이 조일 정도로 (구조조정이) 팍팍하게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구조조정 결과, 기업들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사선을 넘지 못한 기업은 줄줄이 쓰러졌다.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대우·쌍용·진로·해태 등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존 30대 기업 중 16곳이 무너졌을 정도다. 반면 살아남은 기업 대부분은 건전성을 회복했다. 2002년 기업부채비율이 136%까지 낮아진 것은 단적인 사례다. 더욱 중요한 변화는 경영기법에서 일어났다.

인베스트만 하던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바이베스트·디베스트 개념을 속속 도입했다. 부풀리기에 익숙했던 기업들이 ‘팔고 줄이는’ 경영법을 습득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립대 윤창현(경영학) 교수는 “우리 기업은 외환위기 때 몸 사리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도 “DJ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기업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호(號)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경제 안팎엔 지금 또 다른 먹구름이 형성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한국 경제의 곤두박질을 막아주던 보호막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화가치의 상승은 고민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비 22.6% 줄었다.

그러나 원화기준으로 따져보면 5.4% 늘었다. 물량은 줄었는데 금액이 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상반기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덕분에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환율효과다.



팔고 줄이는 경영법 습득 성과


하지만 이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원화가치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8월 21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50원 선으로, 1300원대를 유지했던 7월 중순보다 50원가량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통상 원화가치가 오르면 수출기업의 실적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100~1200원 선까지 떨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삼성선물 정미영 팀장은 “글로벌 경기를 봤을 때 연내 120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창현 교수도 “원-달러 환율은 연말 즈음 1000~1100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수출기업들은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처럼 지속적 실적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은 확장 재정정책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쓸 돈보다 쓴 돈이 많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경기부양에 쏟아 부은 돈은 총 167조원에 이른다. 올해 주요 사업비 258조원의 65%를 집행한 셈이다. 남은 돈은 사업비의 35%뿐이다. ‘하반기엔 정부가 경기 진작에 큰 힘을 보태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젠 기업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체질개선의 고삐를 직접 당겨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그늘도, 환율도 더 이상 버팀목이 될 수 없다. DJ정부가 추진했던 고강도 구조조정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땐 정부가 주도했지만 지금은 채권단인 은행이 지휘한다. 그래서 한계가 뚜렷하다. 기업이 무너지면 그만큼 은행의 손실도 불어나기 때문이다.

자기 피해가 커지는데, 어떤 은행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꾀하겠는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DJ정부의 ‘구조조정 점검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양대 김대식(경영학) 교수는 “구조조정의 엄정한 원칙을 세운 것은 DJ식 구조조정에서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 김우일 전 상무는 “구조조정 작업을 수시로 체크하고 점검한 것은 현 정부가 반드시 습득해야 할 구조조정 기법”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8월 말 14개 채권은행이 진행하는 구조조정 상황을 점검하고 검토한다고 밝혔다. 지금 필요한 것은 DJ노믹스의 점검과 검증의 지혜다.

물론 DJ정부의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 이면에 지나친 정부 개입이 있었다는 점은 논란거리다. 배상근 본부장은 “관 주도의 구조조정 때문에 시장을 통한 자율적 정리관행이 정착되지 못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빅딜 논란이 제기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2. 신성장동력 육성의 고민 ‘버블’



‘DJ정부의 경제성과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외환위기 극복과 구조조정의 성공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중요한 공은 또 있다.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빠르게 발굴해 제시한 것이다.

이를테면 정보통신산업 육성전략이다. DJ의 신성장동력 발굴 의지는 1998년 취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세계는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정보화 혁명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어 국민경제시대로부터 세계경제시대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는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손쉽고 값싸게 정보를 얻고 이용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 전 세계에서 가장 PC를 잘 다루는 국민을 만들겠습니다. …”

정보통신산업 육성이라는 밑그림만 제시했던 것은 아니다. DJ는 구체적 정책까지 줄줄이 내놨다. 무기명 장기채 발행으로 9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창업 벤처기업을 지원했던 것은 대표적 사례. 그 결과, 벤처기업은 한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2001년 국민총생산의 3%, 총 수출의 4%를 이들이 차지했던 것이다.

벤처기업 육성으로 정보통신산업도 날개를 달았다. 이 분야의 무역흑자는 1997년 94억 달러에서 2002년 168억 달러로 78% 증가했다.



신성장동력 육성보다는 모멘텀 구축이 우선

이를 발판으로 한국 경제는 V자형 회복을 시작했다는 평가도 많다. DJ정부 첫해인 1998년엔 -6.8% 성장률에 머물렀지만 1999년, 2000년 각각 10.9%, 9.3%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돌입했던 2001년, 2002년에도 3%, 6% 성장률을 유지했다. 벤처기업 육성으로 일자리를 확충해 실업률도 1998년 6.8%에서 2002년 2.5%로 하락했다.

정보통신산업 육성 전략은 누구의 구상이었을까? 측근들은 DJ의 머리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YS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던 강봉균 민주당 의원의 얘기다. “DJ에게 정보통신 관련 보고를 하면 척척 알아들었다. 모르는 용어도, 프로그램도 없었다. DJ 스스로 정보통신 분야가 미래 먹을거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1997년 DJ캠프의 슬로건 ‘준비된 대통령’의 일단이 보인다. 그렇다고 DJ의 정보통신산업 육성 전략이 꼭 성공작이라는 것은 아니다. 한편에선 IT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국내 경기 또한 덩달아 가라앉았다고 지적한다. DJ 벤처정책이 양적 성장을 이끌었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묻지마 벤처투자’ 역시 숱한 부작용을 양산했다. 홍익대 박원암(경영학) 교수는 “신성장동력이 도움을 주려면 구조·환경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성장 모멘텀을 구축하지 않은 채 신산업 육성전략을 추진하면 자칫 제2·제3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T거품이 신용카드 대란으로 이어지고, 이 대란이 결국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낚아챘다는 게 박 교수의 시각이다.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라면서 녹색산업 육성을 줄기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현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3. 물가안정, 중앙은행 독립이 상책



DJ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1997년 말, 한국은행법 개정안 등 13개 금융개혁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1997년까지 재정경제원 이 가지고 있었던 통화정책 기능이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중앙은행 한은이 통화신용정책 결정기관의 위상을 되찾은 셈이다. 한은 총재의 4년 임기를 보장하는 게 정례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한양대 하준경(경제학) 교수는 “중앙은행을 독립시키는 것은 집권자로서 쉬운 결정이 아니다”며 “물가안정 등 통화신용정책 결정권을 한국은행에 부여하고,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DJ의 최대 공적 중 하나”라고 평했다.

이뿐 아니라 물가안정시스템이 구축된 것도 바로 DJ정부 때다. 1999년 DJ정부 때부터 1년 단위로 물가안정목표를 정해 운영하는 게 정착됐다.

그 때문인지 1998년 7.5%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DJ 임기 내내 2~3%를 유지했다. 2009년 8월 현재, 생활물가가 급등 조짐을 보인다. 연초 1300원대까지 추락했던 전국 휘발유 값은 1700원을 넘본다. 양배추·상추·깻잎 등 채소가격은 올 들어 40%가량 뛰었고, 닭고기도 20% 올랐다.

설탕 값도 10% 인상될 것으로 보여, 빵·음료수 등 가공식품의 도미노 가격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경희대 권영준(경영학) 교수는 “물가를 서둘러 잡지 못하면 민생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며 “금리를 하루빨리 인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대식 교수는 반면 “기준금리를 0.25%만 올려도 일반 사람에게 주는 시그널은 상당하다”면서 “당장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돌다리도 건너기 전 두드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한은의 지위다. 2008년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정부가 나서 한은을 압박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DJ의 최대 공적 한은의 독립성이 이번 정부 들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DJ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성균관대 김태동(경제학)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은 뒤 물가관리 시스템을 확립했다.

한은에 물가관리의 책임을 준 것이다. …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환율상승을 용인하고,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한은을 압박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 한은은 중기 물가안정 목표를 포기하면 안 된다.” 한은의 독자 기능인 통화신용정책을 정부가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교수도 “통화신용정책 기능은 한은이 가지고 있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김대식 교수는 “금리인상을 사이에 두고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논쟁을 벌이는 것은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며 “합리적인 논쟁은 더 나은 정책을 양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지위 논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풀어야 할 과제일지 모른다.



4. 사회안전망 논란 ‘정치적 리더십’으로 해소



1997년 말. DJ는 데이비드 립턴 미 재무차관(당시)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노동계가 극렬 반대했던 정리해고를 약속했다. 그것은 자신의 정치 지지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했다.

게다가 후보시절 IMF 재협상론까지 주창했던 DJ 아니던가? 노동계는 들불처럼 일어났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경을 분노로 표출했다. DJ는 서민정책을 아예 포기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유보했다는 분석이 더 많다. 사실 DJ만큼 사회안전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대통령도 드물다. 사회안전망이라는 표현도 DJ정부 때부터 쓰였다. DJ경제철학의 핵심은 성장과 분배다. 한국 복지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국민 단일 건강보험제도는 DJ 재직 당시 도입됐다.

고용·산재보험·국민연금을 1인 사업장까지 확대해 전면 시행한 것도 2000년께다. 권영준 교수는 “집권 초기엔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신경을 덜 썼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도입한 것은 DJ의 큰 업적”이라며 “국민복지 측면에서 애를 많이 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교수도 “경제정책에 ‘나눔의 미학’을 심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과 가계의 버팀목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릴 조짐이 감지된다. 6월 예금은행 대출금리(평균)는 연 5.47%로, 전월비 0.05%포인트 올랐다. 두 달째 오름세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연 2.5%대로 뛰었다.

이에 따라 CD금리의 영향을 받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3분기 경제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4분기 중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채가 있는 기업과 가계에 부담을 준다. 권영준 교수는 “하루빨리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가계에 경고등, 안전망 구축 절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야권과 진보세력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취약계층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을 밝힌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부자감세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정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서민 일자리 예산 등을 줄줄이 줄이고 있다”며 “부자감세 100조원만 포기해도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데, 정부는 1% 부자만 살리기 위해 서민에게 고통을 전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부자감세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법인세 인하를 둘러싸고 ‘기업을 위한 것’ ‘한국 경제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준경 교수는 “DJ가 숱한 난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J정부에서 재정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 전 장관은 자신의 저서 『한국의 외환위기』에서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다. “…평상시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개혁에 관해 각계각층의 국민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국민 사이에 합의를 도출해야 하지만 위기국면의 상황에선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대통령의 선도가 필요하다 … DJ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발전이라는 청사진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제시했다. 재계와 대화를 통해 기업구조조정 원칙에 합의하고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나갔다 … DJ의 리더십은 위기극복의 구심점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DJ가 주는 교훈은 소통에 기반한 정치적 리더십의 발휘다. 하지만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는 다르다. DJ 역시 정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내놓은 인위적 경기부양책이 줄줄이 버블과 투기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권영준 교수는 “200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전격 발표한 각종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투기심리에 펌프질을 한 격이 됐다”며 “특히 부동산 규제 완화책은 참여정부가 부동산 거품에 시달리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당적을 가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과 정치활동을 구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번쯤 귀 기울여야 할 말인 것 같다. 당장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치세력 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 DJ가 주는 마지막 교훈이자 황금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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