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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환자에 희망을 쏜다

관절염 환자에 희망을 쏜다

한양대병원은 20년 전부터 류머티즘 진료 분야를 특화해 경쟁력을 키웠다. 배상철 류머티스 병원장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VIP 환자 유치에도 나섰다.

2003년 20대 미혼 여성이 한양대 류머티스 병원을 찾아왔다. 류머티즘의 일종인 루푸스가 심장과 폐까지 침범해 다른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환자였다.

한양대병원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이 환자에게 ‘조혈모 세포이식’을 시도했다. 조혈 인자를 주사해 환자의 골수에서 면역 세포가 만들어지면 이를 혈액에서 추출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완쾌된 이 환자는 결혼도 해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국내 유일의 류머티즘 전문병원인 한양대 류머티스 병원은 난치성 류머티즘 질환 치료로 유명하다.

다른 병원에서는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루푸스 같은 전신성 류머티즘 질환 치료가 주특기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관절염 환자도 곧잘 낫게 하곤 했다.

한양대 류머티스 병원을 찾는 외래 환자 수는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 2007년 기준 국내 6개 병원의 류머티즘 외래 환자 평균보다 3배 많고, 입원 환자는 다른 병원 평균에 비해 5배나 많았다. 한양대 류머티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보통 5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류머티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 병원은 1989년 국내 최초로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를 위한 전문과를 개설했다. 당시 의학계는 진료 수익이 높지 않은 류머티즘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한양대병원은 고령화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류머티즘 환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 대비 실리 측면에서도 류머티즘은 특화 가치가 있는 분야였다. 류머티즘 치료 기기는 암이나 심장질환 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배상철(50) 류머티스 병원장은 “선발 주자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다른 병원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수익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98년에 국내 최초로 류머티스 전문병원을 개원했다. 2000년 10월에는 류머티즘 전문 병동을 만들었다. 병원 안에서 류머티즘의 진료, 수술, 재활치료, 통증 조절 등을 한번에 받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병동 안에 내과, 재활의학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을 갖춘 덕이다.

국내에서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은 한양대병원이 유일하다. 병원신문의 박현 취재 부장은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루다 보니 원스톱 서비스와 체계적인 진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국내에서 류머티즘 전문의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류머티스내과, 관절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골관절외과, 조기관절염과, 류머티스영상의학과로 세분화 된 진료 교수 14명, 전임의 7명이 진료하고 있다. 배상철 원장은 “이제는 치료 기술이 선진국의 95% 정도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해외 의료진이 한양대 류머티스 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2007년에는 중국 하얼빈 류머티즘 전문의 3명이 두 달 동안 류머티즘 진료에 관한 전반적 강의를 듣고 국내 의료진과 함께 회진을 했다. 이 밖에도 베트남, 이라크의 류머티즘 전문의들이 한양대에서 교육을 받았다. 배 원장이 처음부터 류머티즘을 전공 분야로 택했던 건 아니다.

의대 졸업 직후에는 심장병을 전공하려고 했다. 심장병 환자가 인공심장박동기를 장착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하지만 심장병은 서양에서 발병률이 높아 이미 발전이 꽤 된 학문이었다. 그는 “류머티즘은 모르는 게 많은 분야고, 딱 부러지는 치료법이 없어 고생하는 환자가 많았다”며 미개척 분야에 뛰어들어 일해보라는 선배의 권유를 받아 류머티즘 전문의가 됐다고 했다.

배 교수는 국내 류머티즘 분과 전문의 면허번호 12번이다. 현재도 이 분야 전공자는 200여 명에 불과하다. 배 원장은 96년 하버드 의대 교환 교수로 근무하며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임상연구 방법론의 대가인 리앵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하버드대 퍼블릭 헬스 대학원에서 임상역학경제학을 전공하며 경제, 관리, 회계 등 경제 관련 지식도 익혔다. “당시 미국에서는 의학 전공자들이 의학뿐만 아니라 경제학도 배우고 있었습니다. 병원 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이때 접하게 됐죠.”

2005년 병원장에 부임한 그는 임상연구에 집중했다. 가끔 심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류머티즘 치료제인 이뮤란의 임상사례를 집중 연구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습니다.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임상연구가 중요합니다.”지난 3월 배 원장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류머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를 열었다.

한국인 류머티즘 환자의 진단과 치료 근거를 찾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 중이다. 여러 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류머티즘 관련 교육도 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를 소개하고 이 치료제를 쓴 환자들의 상태를 연구할 예정이다. 해외 환자 유치는 배 원장이 찾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우선 2008년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손 잡고 베트남 호찌민 시에 ‘한양-유나이티드 류머티스 센터(HURC)’를 만들었다. 배 원장은 유나이티드제약에 류머티즘 치료제 관련 조언을 하다 이 회사 사장이 베트남 현지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방법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교적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한국에 우호적인 베트남은 류머티스 센터를 열기에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무국 형태의 이 센터를 통해 베트남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고, 베트남 의료진을 한국에서 교육하는 등의 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 등에서 치료를 받는 베트남 VIP 환자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법적 제재가 있어 해외 환자 유치가 쉽지 않았지만 의료법이 개정되는 등 점점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해외 환자 유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베트남에서 아시아, 북미로 진출 지역을 넓히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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