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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오바마노믹스’

갈림길에 선 ‘오바마노믹스’

대통령은 다른 일을 아무리 잘 해도 경제를 다스리지 못하면 낙제점을 받는다(역사가는 몰라도 유권자는 그렇게 평가한다). 지난 11월 IQ2(Intelligence Squared)의 토론 주제(‘오바마의 경제정책 운용은 효과적이다’)는 이 시리즈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청중을 불렀으며 가장 근소한 표차로 승패가 갈렸다.

토론자 중에는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 등 저명인사도 있었다. 그는 사임 후 18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지사에 선출되기 전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월스트리트 은행들을 조사해 이름을 날렸던 그는 많은 청중과 마찬가지로 지지와 비판 중 어느 쪽에 설지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그는 토론 직전 입장을 바꿔 주최 측을 혼란에 빠뜨렸지만 결과적으로 패자 쪽을 택했다.

주제에 찬성하는 토론자로는 로런스 미셸 경제정책연구소 소장, 정부의 자동차 산업 구제금융을 총괄했던 스티브 래트너 라자드 프레레스 전 부회장, 무디스 산하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잰디 수석 경제분석가가 참석했다.

반대 토론에 나선 사람은 스피처, 경제학자인 텍사스대(오스틴) 제임스 K 갈브레이스 행정학 교수, 카네기 멜론대 정치경제학과 앨런 H 멜처 교수였다. 다음은 토론 발췌문이다.



잰디 :
[정부의] 금융 시스템 구제 노력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올해 초 실시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였다. 옛날 루스벨트 대통령(FDR)이 어느 금요일, 은행 문을 모두 닫도록 한 조치에 버금 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월요일에 “200곳만 남겨 두고 모두 문을 열라”고 재무장관에게 지시했다.

재무장관이 “어떤 은행을 열까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소. 모두가 문을 여는 은행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실제로 그 방법이 효과를 봐서 신뢰가 회복됐다. 스트레스 테스트도 그런 효과가 있었다. 둘째로는 미국 경제의 최대 취약분야인 주택 시장과 자동차 시장을 지원한 조치였다.

최초 주택구입자 세금감면은 집값 안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담보대출 조정안은 압류에 처한 주택소유자에게 도움을 줬고,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서 신용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효과적이었다. 지금은 전체 주택 담보대출의 90%를 연방정부가 담당한다. 그리고 셋째로 재정적 경기부양책은 많은 비난을 샀지만 결국엔 아주 성공적이었다.

지난 3개월 사이 한 달에 20만 개씩 일자리가 사라졌다. 상당한 숫자지만 고용시장의 전반적인 추세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내년 초에는 고용시장이 안정될 듯하다.



갈브레이스 :
경기부양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주와 지방 정부 예산이 완전히 바닥나지 않도록 미리 구멍을 틀어막았으며 건설업에도 일자리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 문제는 그 정도로 충분했느냐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는 게 뻔히 드러난다.

정부 대책은 실업률이 올해 중순까지 8% 선을 넘지 않으며 그 뒤로는 하락한다는 예측을 바탕으로 했는데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주택위기도 중요하고 영세 사업체 도산도 중요하지만 장기간의 10% 실업률은 재앙이다. 하는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어떤 게 효과적인 대책이었을까?

부실은행들을 살려주기보다 해체하고, 주택압류 사태를 단순히 늦추기보다 사람들이 더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하고, 전국에 녹색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원하는 모든 미국인에게 기회를 줬어야 한다.



미셸 :
30년간의 불평등, 어리석은 규제완화, 시장숭배가 미국 경제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문제는 그것을 오바마의 정책 탓으로 돌려야 하느냐는 점이다.

우리 추산으로는 경기회생법으로 실제 9월말까지 110만~1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앞으로 실업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듯해서 심히 걱정스럽지만 오바마 대통령 잘못이 아니라 우리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기꾼들 탓이다.

오바마의 정책은 문제가 없었다. 물론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얼마나 더 큰 성과가 가능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그들이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멜처 :
그들의 정책은 엇갈린 결과를 낳았다. 긍정적인 효과도 일부 있다. 그러나 실업률 상한을 8%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10.2%를 넘어 계속 올라간다. 그 정책이 성공했다면 정부가 또 다른 경기부양책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 경기부양책 논의는 그들의 정책이 이제껏 너무 미흡했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른바 ‘지킨 일자리(jobs saved)’ 지수를 고안했지만 경제 교과서 어디를 뒤져봐도 그런 개념은 없다. 경기부양책의 구성은 의회가 결정했다. 의회는 경기회복보다 부의 재분배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 경기부양 예산의 3분의 1은 주와 지방 정부에 배정됐다.

좋은 정책인지 나쁜 정책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기부양 효과는 극히 적다. 물론 주정부에 돈을 줬다면 그렇게 많은 교사를 해고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적자를 그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데 그칠 뿐이다.

그리고 정책 집행이 지지부진하다. 바로 ‘삽질이 가능한(shovel-ready)’ 프로젝트를 기억하는가? 이제껏 그 인프라 구축에 책정된 예산의 25%만 지출됐다. 따라서 그 부분은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이 앞으로 직면한 문제는 거액의 부채인데 그중 외국인에게 진 빚이 많다. 그 빚을 갚으려면 수출을 해야 하고, 수출을 늘리려면 투자를 확대하고, 그래서 소득을 높여 그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소비 진작에 힘을 쏟는다. 다행히 그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



래트너 :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대통령이 실제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권한을 행사한 드문 분야 중 하나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PR) 자금이 정부 수중에 있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협의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자동차산업 구제대책반이 나타나자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이 회사들을 살려줘선 안 된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했다면 크라이슬러와 GM은 3월말에 문을 닫았다. 납품업체 수백 곳이 도산하고 포드는 납품업체의 도산으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자동차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주로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300만 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전례 없는 희생을 감수했다. 채권자, 자동차노조, 납품업체, 판매업체, 모두 정부의 상당한 압박에 따라 동참했다. 그 결과, 최근 GM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아직 적자이긴 하지만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스피처 :
내가 보기에 오바마 정부 경제정책의 특징은 한 마디로 변함없는 꾸준함이다. 우리는 지금도 똑같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돈을 퍼주면서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 그 결과, 은행 이익이 크게 늘고 실업률은 상승하고…. 하지만 이번 위기에 요구되는 경제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 정부는 개인파산시 담보대출을 조정할 권한을 판사들에게 주는 법안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어떻게 빠뜨릴 수 있나? 기본적이고 마땅한 일이며 우리가 중시하는 중산층을 살리는 일 아닌가?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워싱턴으로 기어들어와서 “제발, 제발, 보너스를 줄 돈이 없어요” 라고 간청한 대형은행들엔 수조 달러를 빌려줬다.

스티브 래트너의 말대로 요즘 GM의 실적이 좋아지긴 했다. 3분기 적자가 11억2000만 달러밖에 안 되니까. ‘야호!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기뻐해야 하나? 어디서 GM의 실적이 좋아졌는지 아나? 중국 자회사 매출이 20, 30, 40%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 판매는 감소했다.

그들은 소생하지 못한다. 크라이슬러도 분명히 낭떠러지로 떨어질 듯하다. 그 회사는 이탈리아 자동차 피아트를 팔겠지만 소용 없는 일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그것은 미국 경제의 핵심이다. 모두 변호사나 투자은행가가 될 수는 없다. 고객도 있어야 한다.

대형은행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는 모두 저절로 풀려나간다는 부시의 견해를 받아들인 게 현 정부의 근본적인 실수였다. 잘못된 생각이다. 대형은행이라고 살려뒀기에 여전히 큰 문제가 남았다.



여느 IQ2 토론과 마찬가지로 청중은 토론 전과 토론 후 두 차례 투표한다. 1차 투표에서 32%가 오바마의 경제정책을 지지했고, 29%가 반대했으며, 39%가 기권했다. 토론 후에는 지지가 46%, 반대가 42%, 기권이 12%였다. 가장 많은 표를 끌어들인 팀이 승자가 되는 원칙에 따라 경제정책 지지 팀이 14% 대 13%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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