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가 아프리카 화로 제조업체를 왜 키우지?
월스트리트가 아프리카 화로 제조업체를 왜 키우지?
수라즈 와하브는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화로를 생산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찾아오면 그는 회사 건물 바로 앞의 먼지 풀풀 날리는 도로변에 우뚝 선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말한다.
투자자금을 받기 전에는 그 나무의 그늘 속에 ‘본사’가 자리잡았노라고. 그는 먼지 속에서 수작업으로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취사용 화로를 만들었다. 와하브의 회사 토욜라 에너지 리미티드는 나무 그늘 속에서 출발해 다섯 동의 본사 건물과 전국적으로 8개의 공장과 물류 센터를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예전에는 한 주에 고작 5개의 화로를 만들었지만 2010년에는 직원 150명이 최대 7만5000개를 생산하게 된다. 앞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그의 회사는 정말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
와하브의 성공은 복잡한 탄소금융 세계의 산물이다. 뉴욕에 있는 골드먼 삭스 원자재 상품 투자팀의 부유한 금융가들이 나이지리아 태생인 와하브의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다. 그는 지역 은행 문을 두드리며 사업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퇴짜만 맞던 중 우연히 E+Co를 만났다.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미국의 비영리기업 E+Co는 그의 사업이 탄소상쇄권(carbon offsets)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탄소상쇄권은 기업들이 자신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하도록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다른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토욜라의 화로는 대체로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낡은 장작·석탄 화로나, 가나인들이 거주하는 주택 실내를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로를 대체한다. 와하브가 판매하는 화로가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화로 한 대를 대체하면 가용연한(3년가량) 동안 혼다 시빅을 1년간 운전할 때 배출되는 양과 거의 비슷한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인다.
그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분은 현금으로 환산되어 상쇄권으로 판매된다. 토욜라의 경우에는 골드먼 삭스가 상쇄권을 인수한다. 현재로선 미국의 탄소상쇄권 시장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다. 골드먼 삭스는 연간 1억~1억3000만 달러 선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미국 상원이나 유엔에서 배출저감 대책을 계속 강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 예상된다.
뉴 에너지 파이낸스나 포인트 카본 같은 시장예측 기관들은 규제가 도입되면 미국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 규모가 3000억~1조 달러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럽에서는 탄소 배출권 거래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고 오염물질 배출기업은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 배출한 만큼 상쇄해야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금은 상쇄권을 구입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면 미국 기업들이 왜 벌써부터 이산화탄소 상쇄권을 구입하려 할까? “그들에게는 이타적인 동기뿐 아니라 상업적인 동기도 있다”고 골드먼 삭스의 북미 환경상품 영업팀 책임자 게릿 니콜라스가 말했다.
‘탄소 중립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주장하기에 좋다. 또 녹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는 목표가 있거나 순수하게 탄소 제로(carbon neutral) 목표를 달성하려고 계획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규제가 도입되면 잠재적으로 엄청난 탄소배출 책임을 떠안게 되리라 예상하는 대형 에너지 회사들이 배출권을 사는 가장 주된 요인은 비용이다.
“규제가 발효된 뒤의 가격변화를 감안할 때 지금 구입하면 1년 뒤에 드는 비용의 몇 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고 니콜라스가 말했다. 그는 일단 규제가 발효되면 E+Co가 제공하는 종류의 상쇄권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른다고 내다봤다. 토욜라의 화로 사업이 대다수 탄소-상쇄 프로젝트와 차별화되는 점은 그 밖에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수반한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에 따르면 매년 개도국에서 실내 공기오염 관련 질환(주로 장작을 태우는 비효율적인 화로가 원인)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폐결핵이나 말라리아 사망자보다 많다. 가나의 경우 전체 인구의 85%가량이 실내 공기오염에 노출된다. 토욜라의 화로는 아직도 전통적인 취사방식을 택하지만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연기를 아주 적게 배출해서 공기오염이 현저히 개선된다.
토욜라의 화로는 생산방식도 효율적이다. 가나 각지의 건설 현장에서 수집한 지붕 철판의 자투리 고철 조각을 주로 사용해 만든다. 와하브는 수십 명을 공사 현장으로 파견해 자신의 공장에서 사용할 고철을 수집한다. 그 고철의 수집 경쟁이 아주 치열해서 성과급 수수료를 받는 그의 직원 중에는 말 그대로 공사장 지붕에서 절단돼 떨어지는 철 조각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낚아채는 사람도 있다.
화로의 판매가격도 싸다. 토욜라는 생산원가가 7~10달러 선인 이 화로를 약간의 이익만 남기고 판매한다. E+Co는 이 화로의 가용연한이 3년이며 연간 0.8t가량의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추산한다. 이는 이산화탄소 가격에 따라 화로 한 대 당 20달러 이상의 이산화탄소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골드먼 삭스가 E+Co로부터 첫 번째 상쇄권을 구입하면(2010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화로 보유자가 모두 환불금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로 주인은 화로 생산원가보다 적은 돈을 지출한 셈이 된다. 이 프로젝트가 계속되면 환불제도가 폐지되고 화로 가격은 하락할 듯하다. 각 화로의 이산화탄소 가치가 제조원가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면 원하는 만큼 가격을 낮추면서도 수익을 낸다”고 E+Co의 에릭 우르스터 탄소금융팀장이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탄소금융 세계에선 이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가 비교적 귀하다. “교토 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기능이 뛰어난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데는 아주 좋았지만 빈곤해소 효과는 그만큼 뛰어나지 않았다”고 우르스터는 말했다.
배출권거래제 아래서 상쇄 프로젝트를 모색할 때는 자연히 한계비용이 가장 낮은 쪽으로 쏠리게 된다. 하지만 산업가스 시설 개혁이나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 포집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프로젝트는 전반적인 인프라에는 아주 유익하지만 일상적인 혜택과 생활의 질 측면에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빈민에게 파급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우르스터가 말했다.
E+Co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여러 모로 세계 각국의 온난화 대책에 운명이 좌우된다. “법률이나 규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제품을 찾는 수요도 없다.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서 빠른 시일 내에 어떤 규제 시스템을 구축할지 글로벌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골드먼 삭스의 니콜라스는 말했다.
“이는 훌륭한 사업을 하는 E+Co 같은 소규모 단체에는 필요한 자극과 인센티브가 되며 투자를 촉진한다.” 골드먼 삭스는 그 대가로 무엇을 얻을까? “3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환금성 뛰어난 금융자산을 얻게 되며 세계의 빈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업에 투자한다고 떳떳하게 자랑하게 된다”고 우르스터는 말했다.
와하브의 사업은 번창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지시만 내리지 않고 여전히 손에 흙을 묻힌다. 픽업 트럭에 제품을 싣고 가나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각지를 돌아다니며 화로를 판매한다. 대체로 가는 곳마다 주민이 몰려들어 몇 분만에 제품이 동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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