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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탄소시장 3년 만에 12배 점프

세계 탄소시장 3년 만에 12배 점프

탄소배출권 이슈가 뜨겁다. 지난해 말 코펜하겐에서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정부가 높은 수준의 탄소 감축을 선언한 이후 정부·지자체·기업 등 관계 기관 대부분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소를 설치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기후거래소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는 이 거래소를 유치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기업은 이미 시작된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 탄소배출권 확보에 나섰다. 유진투자증권과 지역연구센터가 국내외 탄소배출권 거래 동향과 거래소를 취재했다.<편집자>
▎안산시청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시청 건물 옥상(60kW급), 의회 옥상(12kW급) 등에 총 72kW급의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안산시청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시청 건물 옥상(60kW급), 의회 옥상(12kW급) 등에 총 72kW급의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vs. 전력거래소(KPX). 2013년 출범할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을 두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조짐이다. 두 곳 중 오직 한 곳만이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져갈 수 있다. 명분과 논리는 대등하다.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설 노하우를 보유한 우리가 효율적인 시장 설립의 주역”이라는 게 한국거래소 입장이다.

그러나 전력거래소 얘기는 다르다. “탄소배출권거래소는 당연히 전력거래소와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도 있다. 탄소 배출량 중 국가 전체 배출량의 30%, 산업부문의 45%가 전력 부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쪽 기관을 연고지로 둔 지방자치단체까지 끼어들었다. 한국거래소의 일부 기관이 있는 부산과, 전력거래소 이전 예정지인 전남·광주 지역이 자기 지역에 거래소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인가 전력인가

최근 부산시는 금융감독원에서 프랑스의 대표적 탄소중개회사인 오르베오사와 간담회를 갖고 탄소시장 조성을 위한 노하우 등 적극적인 조언을 구했다.

전남도·광주시·한국전력거래소는 일찌감치 탄소배출권거래소 공동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녹색성장위원회와 중앙정부, 국회 등에 건의와 지원 요청 등 다양한 유치활동을 펼쳐 왔다.

이들은 지난해 말 정식으로 탄소배출권거래소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갖기도 했다. 해당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금융위원회도 가세했다.

사람들은 ‘자기 소속기관 편들어주기’로 말한다. 지경부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에너지 업체를 관리하는 곳(전력거래소)에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산하기관인 전력거래소를 거들고 나섰다. 금융위도 양보 없이 한국거래소에 탄소배출권 시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탄소배출권.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그러나 인류의 주에너지원인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탓에 모든 기관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 지구온난화가 문제되기 전까지 정부나 지자체, 기업 등 모든 기관은 무한대의 탄소배출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이제 어느 기관도 탄소 배출의 감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거래소는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를 구하자고 모인 세계 천재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고의 덕목인 ‘돈’과 탄소배출권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탄소를 그냥 줄이라고 하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본 이들은 결국 탄소 배출량을 줄인 주체는 돈을 벌고 그렇지 못한 주체는 돈을 잃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탄소 감축을 위한 인류 최고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모든 기관에 탄소배출권은 양날의 칼이다. 규정 이상 줄이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거나 다른 데에서 배출권을 돈 주고 사와야 한다.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규정 이상 탄소를 줄일 경우 남는 배출권을 팔아 돈을 벌 수도 있다. 탄소배출권을 두고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르는 이유다. 이 탄소배출권을 두고 지자체·공공기관·기업이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 탄소 팔아 50억 수입

기업에 이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 ‘배출권’이 당장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손해를 보고 목표치를 넘기면 오히려 돈을 번다. 수익에 민감한 기업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이미 유럽 여러 나라가 탄소를 줄이지 못하는 기업의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 사무국의 서정석 연구원은 “이 같은 분위기는 점차 확대될 것이고 결국 탄소문제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기업이 탄소배출권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청정개발체제(CDM)를 통해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각종 설비·기술투자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CD공장의 설비를 바꿔 온실가스를 줄인 삼성전자와 LG상사는 자체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며, 해외에 조림지를 개발하는 포스코 등은 CDM을 활용해 배출권을 인정받은 사례가 될 것이다. 배출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지자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은 이미 실질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대구가 대표적이다. 대구는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로 유엔의 탄소배출권 승인을 받았다. 대구시는 방천리 매립장에서 나오는 가스를 포집해 정제한 다음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연료로 판매하거나 자체 발전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50억원가량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거래는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기업 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처음 일어난 시점이 지난해 연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알려준다. 탄소배출권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현 정부가 세계적 흐름에 발 빠르게 동참한 덕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지난해 말 있었던 코펜하겐 기후협약이다.

결과적으로는 해당이 없었지만 회의 전까지 한국은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 직전인 지난해 11월 17일 선진국에 준하는 수준의 탄소배출 감축을 결정하며 “선진국형의 발상 전환”으로 평가했다. 이어 코펜하겐 회의는 결렬됐지만 정부의 감축 의지는 여전하다.

녹색성장위원회는 2013년 탄소거래소 설립을 목표로 2010년부터 계획 수립 및 시범 운영을 결정했다. 또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탄소배출권 거래제 설계와 관련해 미국의 시카고기후거래소와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지경부 기후변화정책과 여한구 과장은 “이번 협력관계로 향후 해외 배출권 거래소에서 본격적인 거래가 가능토록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연계 가능성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파올로 카리디 EU 집행위원회 정책기획관은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EU와 한국은 국가·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가스 배출권을 국제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안을 공통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자체 배출권 거래시스템을 확립한다면 현재 EU가 운영 중인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와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EU가 협력해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시장거래제를 이끌어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거래하는 탄소배출권거래소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5년 109억 달러에서 2008년 1263억 달러로 3년 만에 12배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올해에만 세계 시장 규모가 150조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정부가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는 것으로 확정함에 따라 지역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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