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음’ 잡았소 … 이젠 세계의 허리를
중국 ‘마음’ 잡았소 … 이젠 세계의 허리를
우리들병원이 4월 1일 그룹 체제를 갖췄다. 계열사 20여 곳에 매출 3000억원대의 우리들병원그룹을 이끌어 나갈 사령탑은 올해 30세인 이승렬 총괄사장.
4월 7일 삼성동 우리들생명과학 회장실에서 만난 이승렬 총괄사장은 부담감보다는 기대가 더 커 보였다. 2세 경영인으로서 그만큼 준비과정이 혹독했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그룹 계열사인 의료기기 업체 위노바의 전신 NHS에 2006년 합류했다. 당시 NHS는 우리들병원의 전산 용역 등을 수행하는 작은 회사였다. 이 사장은 이 회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의료기기 공동구매로 시작해 디스크 임플란트를 직접 제조하기 시작했다. 공장을 인수하려 할 땐 모친인 김수경 회장과 부친인 이상호 이사장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이 사장은 “국내 의료기기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시장 가격에 거품이 있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유통보다는 제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장 인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의 첫 해외 직영 지점인 상하이 우리들병원도 이승렬 사장의 작품이다. 정확히 5년이 걸렸다.
중국에서 살다시피 했다. 중국에서 병원은 국영기업이다. 의료당국은 MRI 설치 같은 작은 허가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중국의 낙후된 척추수술 기술로 수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었다. 5년이 걸려 지난해 개원한 상하이 우리들병원은 첫해 중국 최고 척추 전문병원으로 선정되면서 순항하고 있다.
이제 이승렬 사장은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4월 12일 척추질환을 예방하는 의자인 ‘우리들체어’를 공식적으로 선보인다. 총괄사장이 된 후 치르는 첫 외부 행사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의자 이후 내놓을 척추질환 예방 상품 개발부터 챙기고 있다. 5월에는 역삼동 신사옥에 관계사 전체가 입주한다.
이 사장의 뜻이었다. 병원과 의료기기를 날개 삼아 해외시장을 향해 날아가겠다는 이 젊은 CEO의 포부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우리들병원그룹으로 출범하는 계기는 무엇인가?“지금까지는 의료기기 부문, 병원, 제약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이를 모두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젊은 나이에 매출 3000억원대 회사를 책임지게 됐다. 총괄사장이 되기까지 그룹 내에서 한 역할은 무엇이었나?“우리들병원을 세계 최고의 척추병원으로 키운 것은 재단 이사장이 해온 일이다. 지금 우리들병원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6년 정도 됐다. 위노바의 전신인 NHS를 맡아 의료기기 공동구매를 하는 일부터 했다. 해외부문을 맡게 되면서 상하이 우리들병원을 만들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스페인, 터키, 인도네시아 등지에선 종합병원의 척추과 위탁경영을 하게 됐다. 한국에서 의사와 의료진 일부가 가고 경영진이 간다.
세계적인 의료기술과 함께 우리들병원 고유의 경영 시스템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향후 의료 산업은 지금의 반도체 산업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으로 우리가 직접 가기도 하고 해외의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국내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들병원그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써 왔다.”
>> 상하이 우리들병원을 세우면서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어려웠나?“2004년부터 준비했고 나는 1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중국에서 병원을 세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5년이 걸렸다. 중국의 경영환경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특히 의료당국 허가와 관련해 복잡한 일이 많았다. 중국의 의료환경은 우리들병원이 처음 시작하던 당시와 비슷하다.
허리 디스크 수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다. 낙후된 의료기술로 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없애는 데는 정공법밖에 없다. 우리들병원의 기술력을 알리기보다는 척추수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우리가 발표한 연구논문도 활용해 의료당국을 설득했다.
또 중국은 국영병원 외에는 MRI가 일반화되지 않았다. MRI 설치 허가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인내를 갖고 반복해 설명하고 증명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
상하이 병원은 개원 1년 만에 중국 의료 포털과 언론이 뽑은 우수 병원에 지정됐다. 5년 동안 준비한 만큼 이 사장의 상하이 우리들병원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그는 “처음 맡은 프로젝트였고 우여곡절도 많았으니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수술 횟수나 환자 수 등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완벽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 해외시장으로 직접 나가기도 하고 해외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우리들병원 국제환자센터로 연 1000명이 넘는 외국인 환자가 온다. 해외시장은 어떤 식으로 접근할 생각인가?“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한 적은 없다. 입소문과 논문 등을 통해 해외 환자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 척추 전문 의사들이 환자를 많이 보낸다.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국내 병원이 해외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외에 우리들병원 소개 센터를 만들어 1차 진료를 먼저 받고 의료관광 형식으로 몸뿐 아니라 마음도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관광공사와 연계해 국내 다문화 가정의 주부를 전문 간병인으로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진료 외에도 병원 내에서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미국 의료관광협회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국제병원’에 선정됐다. 한국에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선정됐는데 어떤 이유였다고 생각하나?“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연히 의료 기술력이다. 우리들병원이 가지고 있는 ‘최소침습’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최소침습은 피부 절개를 0.6㎝ 정도로 최소화하고 그 틈으로 내시경, 레이저 등 최신 기구를 삽입해 치료하는 시술법이다. 수술 후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시간이 짧다. 아직 서비스 부분에서 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우수성을 인정받아 1위가 된 것으로 본다.”
>> 제주도에 준비 중인 리조트 형식의 병원도 의료관광을 대비한 포석인가?“호텔이면서 병원이다. 휴양하면서 심신을 다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중국, 일본 등에서 수요가 무척 많다. 허리 수술은 삶의 질이 높은 나라일수록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도 척추 쪽만 보면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뒤져 있다. 현재 외국계 호텔 체인이나 보험사 등과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SCI급 논문을 연간 40여 편씩 내기로 유명하다. 의사 120명이 있지만 수술과 치료를 하면서 논문을 쓰기는 힘들다. 우리들병원은 논문을 쓰는 경우 연중 한 달은 유급 휴가를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사장은 생체공학, 줄기세포 관련 연구소 등에도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룹의 또 하나 축인 의료기기사업연구소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연구소 간 공동연구 등을 계획 중이다.
>> 의료기기 수출, 해외병원 설립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에서 GE헬스케어나 지멘스와 같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공장을 설립하면서 척추 임플란트를 생산해 왔다. 우리들병원이 있기 때문에 연구와 연계해 제품 개발까지 가능하다. 위노바는 지금도 발전 중이다. 현재 임플란트 소재와 관련해 혁신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기존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치중해 왔다면 지금은 우리들병원의 철학인 최소침습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 독자적인 영역, 세계 최초의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다국적 제약회사 박스터의 총판권도 확보했다. 의료기기는 대학병원 등 척추뿐 아니라 모든 과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한다. 현재 전자파나 EMC 사업부문이 합병으로 함께 편입됐다. 중국 전자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 장기적으로는 종합병원으로 갈 생각인가?“김포에 있는 서울 우리들병원은 처음으로 정형외과를 도입했다. 무릎, 엉덩이 수술을 하고 있다. 힘찬병원 의료진이 대거 합류했다. 허리가 안 좋다 보니 무릎이 안 좋아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조만간 청담동 병원에도 정형외과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승렬 사장은 “우리들병원의 기술력과 의료철학을 세계적으로 퍼뜨리기 위해서는 탄탄한 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이 그룹 체제를 선택한 이유다. 우리들그룹 계열사는 이르면 올 5월 역삼동 신사옥인 우리들빌딩으로 모두 입주한다. 이 사장이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은 자칫 딱딱하고 보수적인 조직으로 머물 수 있다”며 “계열사도 많아지고 사업 영역도 다채로워지면서 직원들 간 의사소통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곳으로 모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들체어’라는 의자를 다음 주 내놓는다. 그룹으로 정비한 후 첫 번째 신사업이다. 어떻게 하게 됐나?“우리들생명과학의 이번 척추질환 예방용 의자 론칭은 재단 이사장의 평소 철학과 궤가 같다. 허리 아픈 것을 방지하자는 거다. 큰 틀에서 보면 제약회사를 인수한 계기도 토털 헬스케어라는 비전에 맞는 일이었다.
병원은 환자를 직접 상대하지만 그 외의 그룹 계열사 상당수는 B2B다. 좀 더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제약회사 인수에 이어 이번 일도 진행하고 있다. 순차적으로 보면 수술에서 시작해 수술 없이 치료하는 방법, 그리고 예방인 것이다. 앞으로 생활에서부터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하는 제품군이 속속 발표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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