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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왜 외면하나

핵발전 왜 외면하나

지난주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서 탄광 폭발사고로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1907년 바로 그 주에서 미국 사상 최악의 탄광 사고로 숨졌던 광부 362명처럼 그들도 곧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석탄은 미국 전체 전력의 약 절반을 생산한다. 그 채굴에 드는 비용에는 그런 위험한 직업으로 목숨을 잃은 다른 수백 명도 포함된다.

더구나 지하 작업에서 얻은 질병으로 고통당하거나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핵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해온 지난 55년 동안 원자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은 얼마나 될까? 단 한 명도 없다. 핵잠수함과 핵구축함이 나온 지 60년이 지났지만 원자로 바로 부근에서 생활하면서 건강을 해친 승조원도 전혀 없다.

미국이 250년 동안 채굴해온 석탄은 중요한 에너지원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의 피해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라마르 알렉산더 상원의원(테네시주)의 생각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는 미국이 향후 20년 동안 100기의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료가 싸지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이야기다. 현재 미국 전체 전력의 20%, 무탄소 발전의 69%가 핵발전소에서 생산된다. 미국이 위험하지 않은 새로운 원자로 건설을 시작한 지 이미 30년이 지났는데도 그 정도다. 프랑스는 전력의 80%를 핵발전으로 얻는다.

중국은 3개월에 하나씩 새 원자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한편 핵발전의 선구자인 미국은 전체 전력의 1.3%만을 제공하는 풍력발전에 돈을 낭비한다. 세금공제 혜택 등의 보조금으로 300억 달러를 제공한다. 메가와트/시간당 18.82달러다. 메가와트/시간당으로 따져 다른 형태의 발전이 제공받는 보조금 합계의 25배다.

풍력발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미국 전력의 20%를 풍력으로 생산하려면(오바마 행정부의 희망사항이다) 거대 터빈 18만6000기가 필요하다. 40층 높이로 그 불빛이 멀리 32km까지 비친다. 게다가 웨스트 버지니아주만 한 땅도 필요하다. 3485km에 이르는 등산로 애팔래치안 트레일 전체에 설치되는 풍력 터빈에서 나오는 전력은 면적 10㎢를 차지하는 원자로 4기로 생산 가능하다.

새들에게도 위험하다. 미국 조류보존협회에 따르면 기존의 2만5000기 터빈으로 희생되는 새가 연간 7만5000~27만5000마리에 이른다. 18만6000기의 터빈으로 겪는 새떼의 수난을 생각해보라. 태양력 발전은 어떨까? 현재 미국 전력의 0.1%도 제공하지 못한다. 전지판과 반사거울 설치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이오매스(식물이나 미생물) 발전은? 그 생물량을 공장으로 실어 나르는 트럭의 효과를 감안하면 그렇게 친환경적이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미국 전체 전력의 5%가 30년 전에는 없던 기기, 즉 컴퓨터의 동력원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핵발전은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방사능 유출 사고의 희생양이다.

그 사고는 이렇다 할 건강적 해로움이 없었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재앙’으로 불린다. 체르노빌은 실제 재난이었다. 러시아인들이 격납 설비도 없이 원자로를 건설한 탓이다.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의 설립 이후 알렉산더 의원의 고향인 테네시주는 미국 에너지 정책에서 특별한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가동에 들어간 상용 원자로가 테네시주의 와츠바 유니트 1이었다. 또 어떤 면에서는 핵의 모든 사용이 테네시주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2년 9월 연방정부는 테네시주 동부의 황무지 239㎢를 매입해 인스턴트 도시를 건설했다.

도로, 주택, 학교, 상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과학시설(‘맨해튼 계획’으로 알려진 원자폭탄 제조계획의 본부)이 들어선 오크 리지였다. 34개월 뒤 그곳의 원폭 실험으로 눈부신 섬광이 뉴멕시코 사막을 밝혔다. 원자 시대의 개막이었다. 미국인들은 해야 한다면 그런 일은 얼마든지 한다.

지금이라면 ‘미니’ 맨해튼 계획 같은 사업 하나면 무기 제조에 사용된 핵연료를 질량의 97%, 방사능 수명의 98%를 줄여 재활용할 방법을 찾는 일이 열릴지도 모른다. 알렉산더 의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불을 밝히는 전구 중 10%는 옛 소련 핵무기를 재활용한 핵물질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한다.

그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세계 역사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최상의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핵에너지를 가장 먼저 평화적으로 이용한 미국이 소위 ‘녹색 에너지’의 인기와 핵에너지 위험의 미신 때문에 핵발전을 그토록 오래 무시해왔다는 사실은 터무니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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