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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판매 따라 스트레스도 증가

아이폰 판매 따라 스트레스도 증가

두 달 전 부푼 마음으로 애플 아이폰을 구입한 회사원 김은지(30·여)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바이어와 미팅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온 직후 아이폰이 갑자기 다운된 것이다. 미팅 시간까진 2시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 당황한 김씨는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아이폰은 여전히 OFF. 부랴부랴 KT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 문의했지만 그의 분만 더 돋웠다. “아이폰 수리를 맡기면 중고 휴대전화인 리퍼폰을 제공합니다. 빨리 받고 싶으시면 인천으로 직접 오셔야 합니다.”김씨는 울며 겨자를 먹는 심정으로 인천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김씨는 아이폰 매니어. “그럴 수 있지”라며 스스로 위안했다고. 하지만 아이폰 다운 공포가 사라지기도 전, 사고는 계속 터졌다. 통화가 자주 끊기는 것은 기본. 화면까지 다운되는 결함이 잇따라 발생했던 것이다. 김씨는 “언젠가부터 AS센터를 들락거리는 신세가 됐다”며 “AS센터 관계자가 다른 기기로 교체해준다고 했지만 그 나물에 그 밥 아니겠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는 예전 휴대전화를 다시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에게 아이폰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한 일본 매체에 따르면 도쿄에 사는 영업사원 다케노부 류(38)는 휴대전화가 두 개다. 아이폰 탓이다. 지난해 아이폰을 구입한 다케노부는 장시간 통화하거나 웹 열람을 하면 쉽게 배터리가 나가는 불편함을 겪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아이폰의 배터리는 내장형. 교체가 안 된다. 한번 나가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충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본 국내 표준으로 사용하는 20핀이 지원되지 않아 아이폰용 충전기를 따로 챙겨야 한다. 그것조차 외근이 잦은 다케노부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액세서리로 전락한 아이폰“영업을 할 때 전화가 갑자기 끊기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처음 몇 번은 ‘전화가 끊길 것 같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그마저도 난감하더라고요.” 다케노부에게 아이폰은 세컨드 휴대전화다.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데만 사용한다. 버리자니 아깝고, 갖고 있자니 불편하고…. 계륵도 이런 계륵이 없다.

재미교포 사업가 박기형(40)씨는 아이폰의 첫 청구서를 받은 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청구내용 때문이었다. 청구서엔 통화 목록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사용 내용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이는 미국 누리꾼의 가장 큰 불만이라고 한다. 미국 통신사 A&T 측은 상세 내용을 첨부한 청구서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가입자가 신청하면 요약된 청구서 혹은 e-메일 청구서를 발송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미국 소비자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아우성을 친다.

박씨의 불만은 또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별로 쓰지 않았는데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다. 애플리케이션의 종류가 10만 개에 달하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아이폰은 전화통화보다 인터넷 사용빈도가 많은 사람에게 유용하더군요. 무턱대고 사지 말고 어디에 이용할 것인지 따져보고 구입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폰 열풍이 거세다. 2007년 6월 미국에서 첫 발매된 아이폰은 올 1분기까지 750만 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에선 2008년 7월 출시 이후 300만 대가, 국내에선 출시된 지 4개월여 만에 50만 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하지만 치솟는 인기만큼 소비자의 원성도 커진다. 올 1분기 녹색소비자연대에 접수된 통신 민원 중엔 KT와 관련된 것이 201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44건은 아이폰에 대한 불만이었다. KT에 대한 불만 중 20%에 해당한다. 아이폰 사용자 카페 등에 올라온 글에도 불만이 많다.

“배터리가 쉽게 끊겨 불안하다” “사용할 줄 몰라서 불편하다” “인터넷 전화라 통화가 자주 끊긴다” 등 비판이 줄줄이 나온다. 여기에 아이폰의 요금이 너무 센 것 아니냐는 불만이 더해진다. KT가 내놓은 아이폰 요금제는 월 최저 기본료가 4만5000원(i-라이트 요금제).

이 요금제는 무료통화 200분, 500메가바이트 데이터 무료 제공으로 구성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한 달 데이터 사용량은 대부분 이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용하지 않은 데이터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데이터 사용량이 이월되는 것도 아니다. 그대로 소멸된다. 아이폰 요금제도가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폰을 공짜로 구입해도 문제다. 월 기본료 9만5000원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연간 요금만 114만원이다. 기본 2년 약정이니 소비자는 최소 2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아이폰 열풍 1년 후 계속될까사실 아이폰의 결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요금 문제·배터리 문제·AS 문제·빈약한 앱스토어 등에 대한 불만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아직 요원한 듯하다. 일본의 한 언론은 “아이폰 3G는 완벽한 휴대전화라고 볼 수 없다”며 “주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도 미국 시장밖에 볼 수 없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 언론은 이어 “출시 전에는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큰 파장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아이폰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한편에선 아이폰의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3~4년이 흐른 미국·유럽·일본에서 아이폰이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세컨드 휴대전화로 자리 잡는 것을 그 예로 든다.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의 영향도 있겠지만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도 아이폰의 대항마 출시에 매달릴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 관계자는 “아이폰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이폰의 현주소로 볼 때 기존 휴대전화의 파이 역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폰만 겨냥했다간 오히려 아이폰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를 잡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이폰 열풍이 국내를 강타한 지 150여 일. 휴대전화 관계자들은 아이폰 열풍이 1년 후면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소비자의 불만이 1년 후 폭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아이폰 스트레스가 과연 아이폰의 질주를 막는 걸림돌이 될까. 답은 애플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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