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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전원에서 텃밭 일굴까

주말엔 전원에서 텃밭 일굴까

별장형 아리주말농장 전경.

복잡한 도시를 떠나 그림 같은 전원주택에서 여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삶이다. 하지만 선뜻 전원생활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다. 꿈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는 없을까? 최근 세컨드하우스인 별장식 주말농장에 중장년층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수원에서 외과병원을 운영하는 김관태(61) 원장은 재작년 10월 충주에 마련한 주말농장을 자신의 ‘놀이터’라고 표현한다. “시골집 정취를 한껏 살리려고 마당에 장독대를 들이고 절구통과 작은 평상도 갖다 놓았다. 텃밭엔 감자와 열무, 콩, 들깨 같은 작물을 심었는데 조만간 오이와 고추도 심으려고 땅을 갈아엎어 비닐로 덮어뒀다. 원래 뭘 만지고 만들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아기자기하게 가꾸는 재미가 아주 좋다.”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호화별장이 최근 1억원 안팎의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대중화되면서 2~3년 전부터 일반인의 관심이 급증했다. 손쉽게 별장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동식 주택을 만들어 파는 업체도 늘고 있다. 모듈하우스를 제작 판매하는 SK D&D 마케팅팀 이치원 주임에 따르면 최근 연건평 50~60평형 모듈하우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회사는 맞춤형 모듈하우스를 개발해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대리는 “그동안 별장으로 쓸 제품에 대한 문의를 500~600건 정도 받았다”며 “나이는 50대가 제일 많았고 가장 선호하는 별장 지역은 양평을 비롯한 수도권이나 부산의 바닷가”라고 전했다.

건축설계 일을 하는 지은권(40)씨는 가평에 다락방이 있는 주말용 목조주택을 짓기 위해 이동식 목조주택 전문 업체를 이용했다. 지씨는 “주말마다 가족들이 장인, 장모님의 주말용 전원주택에 모였는데 땅이 넓어 우리도 따로 주택을 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씨는 “집이 거의 완성 단계라 다음달 초께면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5가구 분양에 1000명 몰려수천만원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별장식 주말농장을 가질 기회가 있다. 경기도는 2007년부터 다락방이 있는 자그마한 목조주택에 텃밭이 딸린 체재형 주말농장을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임대형식으로 분양하고 있다. 양평군청 친환경농업과 농촌관광 담당 홍승필씨에 따르면 2007년 청운면에 처음 5가구를 분양할 때 신청자가 1000명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에 대응해 양평군은 입주 희망자에 한해 임대료의 10%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받는 최고가입찰제로 입찰 방식을 바꿨다. 다만 최고가를 써서 당첨되더라도 기존에 정해진 임대료보다 비싸게 받지는 않는다. 올해 처음 5가구를 분양한 가평군의 입찰 참가자는 380여 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경기도가 양평, 연천, 가평, 여주, 파주, 김포, 화성에서 분양한 체재형 주말농장은 총 65가구다. 포천 등 네 곳에 현재 20가구를 새로 조성 중이다. 체재형 주말농장은 1년 단위로 임대계약이 가능한데 크기와 지역에 따라 임대료가 300만~500만원 정도다. 임대 신청은 2인 가족 이상이면서 최고연장자가 만 30세 이상의 도시민이어야 가능하다.

임대자가 원할 경우 최대 3년간 임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화성시청 농정과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한 5가구 중 4가구가 올해 다시 계약을 연장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임대든 구입이든 상관없이 별장식 주말농장을 찾는 사람들은 연령대별로 관심도가 조금씩 다르다.

30~40대 초반 젊은 층은 어린 자녀의 시골생활 경험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중장년층은 시골에 대한 향수와 함께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많이 찾는다. 60세 안팎은 은퇴 후 전원생활을 염두에 두고 미리 시골 체험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텃밭 한편에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간이 장독대를 만든 김관태씨 부부.



단지형 별장 선호자동차부품업체 CEO인 박기원(60) 사장은 별장식 주말농장을 구입하기 전까지 의왕시에 있는 부모 집 텃밭에서 기른 야채와 과일을 얻어먹었다. 그러다 기왕이면 자신이 손수 길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연세 많은 부모님께 신세 지는 일도 부담스러웠다. 박 사장은 “직장동료 중에 곧 퇴직을 앞둔 두 명도 주말농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혜(48)씨는 전원주택에 사는 게 꿈인 남편 탓에 10년 전부터 서울 근교를 뒤지고 다녔다. 부부는 충주 아리주말농장단지를 택했다. 한씨는 “서울에서 차로 1시간20분 거리라 적당히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들고 마을이 아늑해서 좋다”고 말했다. “아기자기한 신혼살림 꾸미는 재미를 요즘 새삼 느껴요. 남편도 만족하고요.”

별장식 주말농장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업체들이 난립해 사기사건 등 사회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양평군청 생태개발과 주택건설 담당자에 따르면 대규모 부지조성이나 전원주택 건설과 관련해 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고 분양 광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담당자는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땅을 쪼개 파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땅을 잘못 매입하면 집을 지을 수가 없다”며 “사전에 해당 관청에 들러 인허가 내용을 꼼꼼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20가구 이상 규모로 주택을 짓거나 1만㎡ 이상 규모로 대지를 조성하려면 부동산개발업이나 주택건설사업자 또는 대지조성사업자 등록증이 있어야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토지에 전원주택을 분양한다는 업체가 있다면 관련 사업자등록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2년 전부터 별장식 주말농장 사업을 시작했다는 한국산업개발 방민호 기획이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충주 앙성면 2개 단지에 총 122가구의 분양을 마쳤고 8가구만 남았다. 1단지 81가구의 입주자 연령층은 40~60세가 가장 많다. 이들의 직업은 주로 교사와 교수, 전직 고위공직자, 중소기업 CEO, 의사다.

방 이사는 “우리 단지는 전기와 수도는 물론이고 공동 정화조 같은 오·폐수 시설 등 기반시설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기본형 목조주택을 분양하기 때문에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보안시설에 상주 관리인을 두고 있어 안전하고 관리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기반시설에 주택까지 갖춰진 단지형태의 별장식 주말농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토지 구입에서 주택 건설에 이르기까지 각종 절차와 인허가에 따르는 번거로움과 어려움을 없앨 수 있어서다.

게다가 함께 어울릴 이웃이 있고 외진 곳의 단독 별장에 비해 안전해서 좋다. 최근에는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이 재테크 측면에서 별장식 주말농장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방 이사는 “별장식 주말농장은 아직까지는 투자 목적보다 전원생활을 즐긴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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