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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죠? 많이 씹고, 오래 걸으세요

행복하고 싶죠? 많이 씹고, 오래 걸으세요

CEO들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것은 건강은 물론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준다. CEO가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은 뭘까.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76) 박사는 “CEO의 삶과 조직에 행복 씨앗인 세로토닌을 퍼트리라”고 조언한다.
세로토닌문화원 정원에는 세로토닌이 풍부한 것일까? 시종일관 웃으며 얘기하는 이시형 박사(왼쪽)와 김광돈 대표.

최근 이시형 박사가 세로토닌 전도사로 나섰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세운 ‘힐리언스 선 마을’을 잠시 뒤로한 채 강남 한복판에 세로토닌 문화원을 세우고 교육과 강연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5월 11일 이곳에 김광돈 더파인트리 대표가 찾아왔다. 2011년께 완공을 목표로 서울 우이동 북한산 자락에 고급 콘도&스파인 더파인트리를 짓고 있는 그 역시 세로토닌에 관심이 높다.

더파인트리가 추구하는 공간이 세로토닌적 삶을 사는 것이다. 과연 세로토닌은 뭘까. 김광돈 더파인트리 대표 박사님 강연 들으면서 세로토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상쾌한 공기로 가득한 산책로를 걷거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잖아요. 또 기분 좋은 생각을 할 때 뇌에서 좋은 물질이 나오는데 그게 세로토닌이죠. 제가 제대로 설명했나요?

이시형 박사 맞습니다. 조금 더 의학적인 설명을 보태면요, 우리 뇌 속에는 50여 가지의 신경 전달 물질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분비되는 물질이 달라져요. 소위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가 놀아드레날린(이하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 세 가지인데요.

아드레날린은 긴장하면 많이 분비돼 흥분 상태를 만듭니다. 반면 엔도르핀은 축구를 응원하거나 게임에 이겼을 경우처럼 쾌감을 느낄 때 분비됩니다. 기분을 일시적으로 유쾌하게 만들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어요. 바로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을 조절하는 게 세로토닌입니다.

충분히 분비되면 김 대표가 얘기하는 것처럼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로토닌을 중용물질 또는 행복물질이라고 부릅니다.

진행자 최근 세로토닌 전도사가 되셨는데요. 요즘 현대인에게 더욱 중요해진 이유가 있나요?

이시형 의사를 하면서 평생 한국인을 지켜봤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정말 다이내믹했어요. 덕분에 뭐든 빨리빨리 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죠.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이는 우울증과 자살충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로토닌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본능이 충족될 때 참 즐겁고 기분이 좋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 좋잖아요? 사랑과 섹스도 그렇고요. 앞으로는 세로토닌적인 삶을 사는 게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입니다.



자연과 어울려 살아야 즐겁다김광돈 그래서 저희가 박사님을 더파인트리 고문으로 모셨습니다. 2012년께 북한산 자락에 들어설 더파인트리는 자연을 그대로 누리면서 즐길 수 있는 콘도예요. 환경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박사님께서 촌장으로 계신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 마을’ 프로그램도 적용했습니다.

이시형 선 마을 환경은 완벽했죠. 해발 250m에 위치한 산속이니까요. 이곳에 사람들을 하루, 이틀 묵게 하면서 생활습관을 바꾸게 했습니다. 문제는 도시로 돌아가면 예전 모습 그대로 산다는 거죠. 생활환경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겠더군요. 그래서 제가 도심으로 나왔습니다. 밖이 소음과 매연이 뒤섞여 있어도 우리가 사는 집은 정말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이곳이 세로토닌 홈의 롤 모델이 될 겁니다.

김광돈 더파인트리 콘도의 매력이 바로 서울에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로 강북이나 강남에서 30~40분만 가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쉴 수 있어요. 저희가 서울시립대에 의뢰해 2년간 오존도를 검사했어요. 그 결과 콘도가 들어설 곳이 설악산과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그만큼 공기가 맑고 깨끗하다는 거죠.

이시형 자연은 최고의 세로토닌 보고(寶庫)예요.

김광돈 콘도를 지을 때 좀 더 세로토닌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은데요.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이시형 더파인트리는 산속에 있으니 그 자체가 에코빌리지입니다. 에코빌리지에서 끝나면 안 되고 휴먼 빌리지가 돼야 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한 거죠.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혼자 있으면 외로워요. 사람의 욕구 중 하나가 군집 욕구입니다. 군집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자살하는 겁니다. 이 세상의 누구도 필요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죠. 여기 사는 사람들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줘야 해요.

김광돈 저희는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해요.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취미생활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거죠.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모임도 주선할 생각입니다.

이시형 저는 콘도 설계 중에서 텃밭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 텃밭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상추도 심고 키우면 좋겠더군요.

김광돈 네, 겨울에는 함께 김장도 담그려고요. 유기농 배추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생산지와 연결해 주문을 받는 거죠. 주문한 배추를 가져다 같이 담그고, 땅에 김장독을 묻는 겁니다. 시골처럼 사람들 간에 정이 넘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로토닌 CEO로 살아가는 법이시형 세로토닌은 더파인트리 컨셉트뿐만 아니라 김 대표 삶에도 영향을 준 거 같은데요.

김광돈 (웃음)그렇습니다. 한 달간 체중을 7㎏ 뺏어요. 제가 그렇게 뚱뚱했던 것은 아니고요. 아무래도 저녁에 술자리가 많다 보니 배가 나오더라고요.

진행자 상당수 CEO의 고민이 뱃살인데요. 어떻게 빼셨나요?

김광돈 생활습관을 바꿨어요. 하루에 한 시간씩 걸었습니다. 따로 헬스장을 다닐 시간이 없으니까 회사 주변을 걸었습니다. 동시에 식사도 조절했어요. 평소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더라고요. 일주일에 두 번만 먹기로 했어요. 술도 많이 줄였습니다. 요즘 술 한 잔으로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틸 수 있나 고민 중입니다.

이시형 김 대표는 아주 충실한 제자예요.

김광돈 제가 감사하죠. 확실히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처음에는 한 시간 동안 걷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몸무게도 빠지고 습관이 드니까 가볍게 걷게 되더라고요.

이시형 CEO분들 뵈면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요. 김 대표처럼 시간 날 때마다 회사 주변을 걸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걸을 때는 보폭을 넓히고 조금 빠르다 싶게 걸으세요. 이대로 5분만 걸어도 뇌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합니다. 걸으면 잠도 잘 옵니다. 잘 자는 것도 중요해요. 잠을 푹 자야만 성장호르몬이 만들어집니다. 그게 지방을 분해시켜 자는 동안에도 다이어트가 되는 거죠. 이 중요한 호르몬이 저녁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나옵니다. 술 조금 덜 먹고 일찍 자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가 절로 되는 거예요. 자기 전과 후에 몸무게를 재보면 1㎏ 차이가 있습니다.

김광돈 생활습관을 바꿨다 해도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습니다. 박사님이 스트레스가 세로토닌과는 상극이라고 하셨잖아요. CEO 자리가 가장 힘든 게 결정을 내리는 순간입니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은 판단일까 수없이 고민하다 보면 머리가 아픕니다.

이시형 그렇죠. CEO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는 굉장히 외롭습니다. 참모들 이야기도 듣겠지만, 마지막에 ‘그래! 이 길로 가자’ 이것은 CEO의 몫이죠. 그런데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고민은 병을 만들지 않습니다. 사실 CEO들은 굉장히 외롭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지만 일이 제대로 성사될 때는 엄청난 성취감과 긍지가 생기잖아요. 건설적인 고민이라고 봅니다.

김광돈 걷는 거 말고도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시형 간단합니다. 바쁜 CEO들은 식사습관만 바꿔도 달라집니다. (자신의 뒷목을 가리키며) 세로토닌은 뇌관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김 대표 한 번 씹어보세요. (딱딱 소리를 내며) 이렇게 씹으면 뇌관이 자극돼요. 과거에는 현미밥이나 보리밥 등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이 많았기 때문에 하루에 6000번은 씹었답니다. 요즘에 먹는 음식을 봐요. 스파게티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는 씹을 게 없어요. 한 입에 적어도 서른 번은 씹어야 해요. 그래야 세로토닌이 분비되죠. 정 씹을 게 없으면 껌도 좋습니다. 껌을 씹으면 세로토닌 지수가 올라갑니다.



CEO 유머가 조직 바꾼다진행자 CEO는 조직을 이끌어야 하잖아요. 좀 더 활기 있고 신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세로토닌이 도움이 될까요?

이시형 생활 전반이 세로토닌적이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밖이 시끄럽고 환경이 힘들어도 집에 들어온 순간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자는 거예요. 회사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CEO예요. 유머감각이 있는 CEO가 좋겠죠. 저는 유머를 작품이라고 부릅니다. 김 대표는 유머수첩 갖고 다닙니까?

김광돈 아직 못 갖고 있습니다.

이시형 저희가 만든 것을 드릴게요. 수첩에 40~50개 유머를 적어놨습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한마디 할 수 있습니다. 안 보는 척하지 말고 “아, 이번에 제가 근사한 최신 작품을 선보이겠습니다”하고 수첩을 펴 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 상황에 맞게 골라서 하는 거죠. 젊은 여자분도 많은 데서 야한 농담을 하면 안 되잖아요. 아예 등급을 매겨 놓고 찾는 것도 방법이에요. CEO 중에 윤석금 웅진 회장이 잘하더군요. “오늘은 점잖은 분이 많으니까 5급 중 1급으로 하겠습니다”라고 얘기를 시작하는데 그것도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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