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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기업 56% 부채비율 오히려 증가

지방공기업 56% 부채비율 오히려 증가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공기업 부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골칫거리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공기업 개혁을 외쳤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지난해 중순부터 정부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꺼내 들고 공기업을 압박했다. 달라졌을까? 이코노미스트가 지방자치단체 산하 50개 지방 공기업의 지난해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한마디로 구제불능 상태다.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

지난 3월 행정안전부는 방만하고 부실하게 운영되는 지자체 공기업에 초강력 카드를 꺼내 들었다. 2개 공기업을 청산토록 하고, 1곳은 조건부 청산을 확정했다. 13개 기관에는 자체적으로 경영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20~50명이 근무하는 미니 공사 10곳은 업무가 중복되는 기관끼리 통합하도록 했다.

‘지방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지난해 6월 발표된 ‘지방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의 후속 조치였다. 일부 공기업은 반발했다. “자체적으로 개선 노력을 한 곳도 많은데 정부가 2008년도 실적 진단을 갖고 뒤늦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공기업 경영 실적은 좋았을까?

이코노미스트가 지방 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지난해 경영 실적을 이번 선진화 방안에 적용했다면 더 강력한 제재가 있을 수 있었다. 상당수 공기업 경영 상태가 2008년보다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클린아이에 경영 정보를 공개한 132개 지방 공기업 중 시설관리공단을 제외한 지하철공사, 지역개발공사 등 50곳의 2009년 사업 성과와 재무 현황을 분석했다. 각 지역 지하철공사와 지역개발공사는 지방 공기업 수익의 80%, 자산의 92%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 공기업만 봐도 지방 공기업 실태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다.

50개 지자체 공기업 중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진 곳은 28곳이었다.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곳은 13곳이었다. 평균 부채비율은 311%. 이 중 부채비율이 7896%인 양평지방공사를 제외한 49개 공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56%였다. 올 초 한신정평가가 행정안전부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125개 지방 공기업의 2008년 평균 부채비율은 115%였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양평지방공사였다. 자본금이 워낙 적어 80억원이 조금 넘는 부채에도 부채비율은 7896%였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영업수익) 140억원에 25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곳은 임직원 정원이 63명인 초미니 공기업이다.



50개 공기업 순손실 4500억원다음으로는 경기평택항만공사와 태백관광개발공사가 각각 690%, 567%였다. 특히 태백관광개발공사의 지난해 실적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부채는 333억원. 부채비율은 2008년 310%에서 대폭 증가했고 270억원의 적자를 봤다. 적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 5년간 누적적자가 500억원이 넘는다.

태백시가 지분의 54%를 갖고 있는 태백관광공사는 지난 3월 지방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 때 청산(민영화)이 결정됐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선 SH공사는 부채액이 16조원으로 압도적인 1위였다. 전년 대비 6조원 가까이 부채가 늘었다. 건설업계에서는 SH공사가 1조3000여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가든파이브’의 대규모 미분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한다.

서울에서 건설 중인 39개 아파트 단지 중 절반가량을 분양하지 못한 여파도 부채비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부채액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은 경기도시공사로 6조7000억원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 자본금을 대폭 늘리면서 3년 만에 부채비율을 400% 밑으로 떨어뜨렸다.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400% 늘린 754억원이었다.

이 밖에 부채액 상위 기업은 인천광역시도시개발공사(4조4600억원), 서울메트로(2조7100억원), 부산도시공사(2조1700억원) 순이었다. 단순히 부채만 심각한 것은 아니다. 경영 실적 역시 형편없는 곳이 많다. 조사 대상 50곳 중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본 곳은 28곳이었다. 순이익이 마이너스인 곳은 21곳이었다.

지난해 50개 지방 공기업은 총 320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 순손실은 4500억원이었다. 주로 도시철도공사가 적자가 심했다. 현행 요금이 원가의 55% 수준인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흑자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전국 7개 지하철공사의 지난해 순이익 적자는 8300억원이었다.

적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로 2770억원 적자를 봤고, 대구도시철도공사(-1760억원), 서울메트로(-1460억원) 순이었다.

이렇다 보니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좋을 수 없다. REO는 투자금의 수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50개 공기업 중 양평지방공사(-2423%)를 제외한 49개 공기업의 평균 REO는 2.5%였다.

참고로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REO는 7.2%였다. 퇴출이 확정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45.3%였고, 서울메트로와 여수시도시공사는 각각 -18.3%, -14.9%였다. 반면 제주관광공사의 ROE는 36.2%에 달했다.

이 밖에 함안지방공사(34.9%), 제주도특별자치도개발공사(33.5%), 용인지방공사(20%), 하남시도시개발공사(19.7%) 순으로 이익률이 좋았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지표도 심각하다.

50개 지방 공기업 중 20곳이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수도시공사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932%였고, 지방공사대전엑스포과학공원은 -289%였다. 광주광역시도시철도공사와 대구도시철도공사는 각각 -238%, -200%였다.

50개 공기업의 평균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45%였다. 참고로 한국상장사협의회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5.7%였다. 올 1분기에는 9.2%였다.


공기업 때문에 지자체 파산할 수도올 초 한신정평가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도 가능성과 재정상태 진단’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자체 공기업이 지방자치단체 신용위험 상승의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자체 공기업은 지자체의 출자에 의존하고 있어 공기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지자체 재무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지난 5월 경제전망 보고서는 “급속하게 증가한 공기업 부채에 대한 효율적 관리와 공기업 역할 재정립”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공기업 부채는 매출과 자산의 성장세를 고려하더라도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등 주요 공기업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계속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공기관 총 부채 규모는 348조원. 이 중 공기업 부채는 212조원으로 전년 대비 36조원 늘었다. 공기업이 공공기관 부채 증가를 선도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부채 규모도 심각하지만 가파른 증가 추세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6년 전년 대비 7조원 정도 늘었던 공공기관 부채는 2007년 23조원, 2008년 48조원, 지난해 50조원 늘어났다.

지자체 공기업의 빚은 정부나 지자체 부채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지 않지만, ‘잠재적인 국가 빚’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공기업이 공익과 자치, 수익이라는 모호한 성격을 갖는다 할지라도 민간기업 같았으면 진작 문을 닫았을 곳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심지어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더 큰 문제는 신의 직장 때문에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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