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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이 이벤트입니까?”

“개선이 이벤트입니까?”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많은 회사가 전략과 재무 부문을 강화했다. 위기를 맞아 뼈아픈 경험을 한 경영자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전략부문은 기업 경영에서 명확한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재무부문 강화를 통해 기업의 안정성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지속적 수익성 확보와 기업 성장을 담보 받을 수 있을까? 기업은 현재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5년 후에 무엇을 할지 ‘큰 그림’을 잘 그린다. 인간으로 치면 머리가 무척 좋아진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좋아진 만큼 팔, 다리 등에 해당하는 오퍼레이션 영역 즉, 설계·구매·생산 부문도 발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기업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머리로는 아는데 기업의 개선활동을 가로막는 나쁜 습관들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쳐야 할 습관을 정리했다. 먼저 리더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개선활동은 성공하기 힘들다. 일례를 보자. 차세대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결성된 TF(태스크포스)팀이 모두 모였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회의는 시작되고 모두가 전략 쪽에서 제시한 10% 이익개선을 다짐한다. 팀의 총책임자와 관련 임원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도전하는 자세로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라고 격려한 뒤 단합을 위한 술자리에서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진다.

1개월간 팀은 리더들의 격려에 따라 성역 없는 범부서적인 활동을 전개해 100여 가지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그중 실행 가능한 20여 개의 아이디어를 총책임자 주도하의 아이디어 승인위원회에 상정한다. 각각 아이디어 담당자가 분석한 내용을 승인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승인위원회에서 “그건 안 돼!”라는 소리가 나온다.

특별한 이유나 대안 없이 아이디어의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계속된다. 이렇게 1개월이 흐르면 팀은 방향을 잃게 된다. 이때 팀장이 말한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산에 가서 생각을 해봐야겠다.”

팀장이 이러면 나머지 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TF팀은 대개 한정된 기간에 적은 인력으로 조직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참여한 조직원의 헌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팀장은 어려움에 처한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위기를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일관성이 첫째 덕목이다.

개선을 이벤트로 여기는 자세도 문제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많은 회사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개선 작업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부 산업은 1분기부터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개선 노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영속하는 회사들은 끊임없는 제품개발과 원가절감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외부환경 혹은 내부 리더십이 바뀌었다고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할 개선이 이벤트식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 이벤트식 개선은 정작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양치기소년 효과’를 불러와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과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책임 물으면 개선 대상 숨긴다과거에 집착하는 태도도 좋지 않다. 기업개선을 하다 보면 과거의 이력을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중견 건설사인 A사는 다양한 사업부와 현장을 가지고 있다. 높은 원가를 낮추기 위한 활동이 시작돼 모든 사업부문의 비용조사가 시작됐다. 일부 비용에서 투명성이 의심되는 이력이 확인됐고 이에 대한 감사활동이 개선활동과 함께 이루어졌다.

해당 관련자들은 사실을 은폐하려고 더 노력하게 되고 이러한 분위기는 회사 전체로 퍼져나간다. “잘못 이야기하면 다친다” “이럴 바에는 비용상승이 있더라도 감사에 안 걸리는 방향으로 집행하라”… 회사에 이런 말들이 돌게 된다. 개선은 이슈의 파악에서 시작된다. 이슈가 개선되면 기업은 효율성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이슈는 미래의 성장잠재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의 예와 같이 과거의 과오를 따지는 행위 즉, 감사활동은 성역 없이 추진해야 할 기업개선활동에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감사활동과 개선활동은 반드시 분리돼 추진돼야 한다. 특히 개선활동 시작 단계에서 모든 조직원에게 ‘과거불문’의 원칙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다.

또 많은 리더는 용두사미 격의 태도를 보인다. 개선활동은 세세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는 전략활동과 다소 비교되는 부분이다. 세세한 문제에 리더가 모두 관여할 수는 없겠지만 가급적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개선에 성공한 회사의 공통점이다. 일단 개선에 돌입하면 조직의 리더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일이 많아지고 바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두려우면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욕 먹지 않겠다는 욕심도 금물이다. 해상운송비용이 급증해 이를 개선할 대안을 찾는 개선활동이 시작됐다. 운송팀 담당자 A과장은 사업부서의 프로세스 문제를 오랜 시간 이야기하며 사업부서가 개선되지 않으면 운송비용의 개선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 후 부서 협의체가 결성돼 대상 사업부문의 개선이 시작된다. 그간의 문제를 많이 아는 A과장 또한 사업부문 개선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의 태도가 돌변한다. 사업부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이슈는 모두 언제 내가 그랬느냐는 듯이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말을 바꾼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선 …개선과정에서 TF의 팀원은 변화의 전도사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회사의 문제가 개선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미래의 잠재력이 커지는 것이지만 사실 해당 담당자는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즉, TF 팀원은 회사의 성과와 대인관계라는 두 가지 개인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고통스럽지만 전자를 선택해야 한다.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욕을 먹더라도 회사의 성과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도 많은 회사에서 성과개선을 위한 개선활동이 진행되고 있겠지만 “욕먹기 싫다”는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 한편 개선활동 시 반드시 없애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무조건 ‘NO’하는 태도다. 개선활동 시 “자신은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왜 조직에는 부정적인 사람이 많을까? 이는 자신의 언행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다. 개선 시에 접하게 되는 부정적인 반응의 예를 보자. 특히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시 부정적 반응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개선활동에 보이지 않는 저항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수의 조직원에게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개선작업이 매우 어려울 수 있음을 리더는 판단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든 컨설팅회사와 함께하든 전사적인 개선활동(원가최적화, 구매개선, 생산성향상 운동 등)을 벌이고 난 뒤 실제적인 적용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실무진이 많다.

이는 개선활동에서 기업이 갖고 있는 부정적 태도와 반응이라는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쁜 버릇이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개선의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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