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論·濁·論] _ 우리는 문화산업을 잘 하고 있는가
[淸·論·濁·論] _ 우리는 문화산업을 잘 하고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문화의 저력이 21세기 열린 공간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문화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정부도 ‘2012년 세계 5대 콘텐트 강국’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문화 선진국인 일본은 ‘문화산업 대국전략’을 통해 자국의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해외 진출을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영국은 ‘창조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지역특화형 창조산업 클러스터 조성으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문화산업 발달이 다소 뒤처진 국가들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문화산업진흥계획’과 ‘3망 융합 추진가속화 정책’을 통해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산업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국은 우리나라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교류 및 육성’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문화산업 정보 공유 및 공동 프로젝트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국가가 문화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문화산업은 큰 경제적 의미를 가진다. 이미 세계 문화산업의 성장률은 세계 GDP 성장률의 4배 수준이며 원 소스 멀티 유스로 창작물의 무한 재생산이 가능해 광고 등 후방 경제효과가 크다. 제조업 대비 고용창출 효과도 2배 이상 높다.
둘째, 국격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격은 곧 국가브랜드를 의미하며, 높은 국격은 수출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세계 명품의 대부분이 역사적으로 문화의 힘이 크거나 문화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나라에서 나온다는 것이 좋은 예다. 프랑스, 영국 등 역사적으로 문화의 힘이 강한 선진국조차 국가 차원에서 문화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강한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일단은 긍정적이다. 한 나라의 문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충분조건과 두 가지 필요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충분조건은 ‘끼’ 있는 국민성, 풍부한 문화원형, 대중문화 기반 형성이다. 필요조건은 IT 인프라와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다.
예부터 한국인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끼’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 차례 외세의 침략을 견디면서 형성된 ‘한(恨)’의 정서가 편입되면서 예술가의 감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단군신화, 고구려 건국신화 등 오랜 역사에 걸친 풍부한 문화원형을 보유하고 있어 창작의 소재로 활용이 용이하다는 강점도 지니고 있다. 영화, 음악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수요가 풍부한 것도 문화산업 활성화의 초석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IT 인프라는 문화산업을 용이하게 전파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IT가 기반이 되는 CT(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의 대표적 사례인 컴퓨터 그래픽 기술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다.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문화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도 이미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문화산업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콘텐트 유통구조가 붕괴되고 콘텐트 제작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IT 발전은 불법 콘텐트 유통을 부추기며 오히려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해 왔다. 영세한 자본력을 가지고 제작역량이 미흡한 미디어 기업이 난립한 상황이다. 이런 장애요소들을 해결하고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불법 다운로드 근절, 원천소스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전문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을 통한 경제적 성장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한 단계 더 점프하려면 상품의 고부가가치화, 고가화가 필요하다. 이는 강한 문화산업이 뒷받침해야 가능하다.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적절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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