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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는 자문형 랩, VVIP는 사모펀드로

VIP는 자문형 랩, VVIP는 사모펀드로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주부 김세연(42·가명)씨는 얼마 전 펀드에 투자해 100% 수익률을 올렸다. 펀드 환매가 줄을 잇는 때 거둔 높은 수익이라 그런지 김씨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김씨가 투자한 상품은 바로 사모펀드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한 사모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1년이 채 못 돼 두 배로 불린 것이다. 김씨가 고객으로 있는 한 증권사 PB센터는 2009년 12월 저평가된 비상장 주식을 4만2500원에 사들였다. 매도가는 8만5000원. 김씨와 함께 이 펀드에 투자한 40여 명의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PB센터는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역시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재테크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은 투자 대상은 랩어카운트(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상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0년 7월 말 기준 랩어카운트 잔액은 29조8280억원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자문형 랩 운용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집중 투자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아하지만 2007년 인기를 끌었던 공모형 주식형 펀드는 2010년 6월 기준 11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원가량 줄었다. 안효문 AK투자자문사 대표는 “남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는 공모형 상품 대신 차별화된 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자문형 랩처럼 맞춤식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앞으로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강남PB센터 이흥두 팀장은 “최근 고객들이 사모펀드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점차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올 들어 시장이 좋아지면서 주식형 사모펀드에 투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50명 미만의 투자자가 ‘사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시장에 알리지 않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는 접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운용상 제약이 일부 남아 있지만 공모펀드와 비교해 투자 방식이 훨씬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공모펀드는 한 종목에 전체 비중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격적으로 투자하지는 않는다. 이흥두 팀장은 “사모펀드는 안전하게 일정 수익률을 내려는 고액 자산가가 많이 찾는다”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랩어카운트와 공모펀드의 중간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목표수익률은 10~15%다.



파생상품·채권형 사모펀드 인기사모펀드는 주로 은행과 증권사 PB센터에서 고객의 돈을 모아 투자한다. 투자기간, 투자금액, 목표수익률 모두 상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적게는 20억~30억원, 보통 50억~100억원 단위로 투자가 이뤄진다는 게 현직 PB들의 얘기다. 최대 투자 인원인 49명이 투자한다 해도 100억원을 모으려면 1인당 2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동양종금증권 압구정지점 유진경 부장은 “보통 사모펀드는 고액 자산을 지닌 VVIP 고객, 자문형 랩은 일반 PB센터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가 여러 사모펀드에 몇 천만원씩 분산 투자하기도 한다. 개인 투자자 한 명이 자신을 위한 사모펀드를 설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PB센터 박승안 팀장은 “예전에는 기간을 정해 투자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최근 목표수익률을 정해 목표치를 달성하면 투자기간과 관계없이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익을 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보통 6개월~1년이다.

사모펀드는 같은 투자 목적이 있는 사람끼리 투자하기 때문에 갑작스레 대량 환매가 일어날 염려가 적다. 또 공모펀드처럼 설정액이 크지 않아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최고 전문가들이 집중 배치돼 운용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무엇보다 자금만 있으면 수요자 위주로 상품을 설계할 수 있어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 좋은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사모펀드 투자는 점점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5일 기준 공모펀드 설정 원본은 212조8167억원, 사모펀드는 116조1371억원이다. 2009년 말과 비교해 공모펀드는 5.3% 줄었고 사모펀드는 8.3% 늘었다. 사모형 주식형 펀드는 40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에서는 19조5023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유형별로는 파생상품형 사모펀드가 지난해 말 대비 증가율 29%로 가장 많이 늘었다.

신한은행 도곡PB센터 손민보 팀장은 “ELF(주가연계펀드), ELS(주가지수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형 사모펀드가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DLS 사모펀드는 설탕·금·은·니켈 같은 원자재나 농산물 가격에 연동해 상품을 만든다. 본사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상품 공지를 받으면 각 센터 PB가 자금을 모으는 식인데, 손 팀장은 “요즘 이런 종류의 사모펀드를 일주일에 4~5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집 공지를 띄우면 당일 바로 예약이 다 차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자문형 사모펀드도 유행이다. 증권사가 취급하는 자문형 랩과 운용 방식이 거의 똑같다. 한 은행 PB는 “자문형 랩을 찾는 은행 고객에게 주로 권한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은 자문형 랩을 취급하지 못한다. 이 PB는 자문형 사모펀드를 자문형 랩의 ‘대항마’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사모펀드도 인기다. 스팩은 장외 우량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자금을 모아 상장하는 명목상 회사다.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외부 신탁기관에 예치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실패해도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작아 사모펀드의 단골 투자 대상이 됐다.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메자닌 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역시 인기를 끈다. 아직 시장이 불안정해 채권형 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흥두 팀장은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도 고객의 의사에 따라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뮤지컬·미술품 같은 아트 사모펀드도 여전히 많이 설정되고 있다.

IBK기업은행 강남PB센터 강우신 센터장은 “투자시장 환경이 변함에 따라 과거 공모형 펀드는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주식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원금 보존 효과가 있는 사모펀드는 앞으로도 고액 자산가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객이 자문형 랩과 사모펀드에 고루 관심을 보인다”며 “상호 보완적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는 특정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다른 투자상품과 분산해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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