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시원찮고 믿을 건 역시 황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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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 1돈에 22만원?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금 같은 실물자산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농산물의 경우 공급 차질 우려가 발생하면서 실제 체감되는 가격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이럴 때 현명한 방법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위기를 원자재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 일찍이 원자재는 대안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지만 사실 투자하는 방법에 따라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원자재 값 ‘껑충’, 관련 상품도 대박?대표적인 실물자산인 금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0월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금 12월물은 온스당 1354.4달러를 기록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다. 올 들어서만 20% 넘게 올랐다. 긴 안목으로 봐도 10년째 상승 중이다. 은값은 더 뛰었다. 연초 이후 은 선물의 상승률은 33%. 은 12월물은 23.35달러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농산물 가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곡물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옥수수 값은 장중 8.5% 뛰기도 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1973년 이후 최대다. 지난 한 달간 옥수수 값은 40% 이상 급등했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원자재펀드 수익률도 좋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0월 13일 현재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골드자(주식)(H)(A)’는 3개월 동안 19.05%, ‘JP모간천연자원자(주식)A’는 13.97%, ‘신한BNPP골드 1[주식](종류A)’는 13.31%의 수익을 거뒀다. 이들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27.38%, 14.53%, 24.8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이 4.6%, 연초 이후는 8.35%인 것을 감안하면 짭짤한 성적이다. 원자재 가격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하는 파생형펀드인 ‘PCA골드리치특별자산A- 1[금-파생]Class A’와 ‘KB스타골드특별자산(금-파생)A’도 3개월 동안 각각 10.91%, 11.55%, 올 들어선 22.45%, 22.31%의 이익을 올렸다. 농산물펀드도 파생형펀드인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 지수특별자산(일반상품-파생)종류B’와 ‘우리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특별자산[농산물-파생]C-I’는 3개월간 무려 27.97%, 31.22%의 수익을 냈다.이쯤 되면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을지, 조정 국면에 들어갈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미 많이 뛰어버린 탓에 차익실현을 하고 나오는 게 나을지, 아니면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새롭게 투자해야 할지 투자자들은 고민이다. 일단 원자재 가격의 상승추세는 계속된다는 견해가 많다.
원자재 값 상승세 당분간 지속상품 투자의 귀재라는 짐 로저스의 전망은 장밋빛이다. 최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등락이 반복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결국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골드먼삭스는 12개월 금값이 1650달러, 도이치뱅크는 2012년 16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추가 상승 전망의 가장 큰 이유는 달러 약세 기조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 추가 발행에 나설 준비에 한창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국채 매입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는 연일 하락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달러 발행을 늘리면 달러 값은 떨어지고 실물자산은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일본,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경기부양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일부에선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현재 금값이 정점이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차 석유파동으로 골드 러시가 발생했던 1980년 1월 금값은 850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000달러 이상 이다. 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풍부한 유동성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면 가격이 또 한 번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금값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상대적으로 박스권 흐름을 보였던 원유가 내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더블딥 논쟁이 있었지만 내년 선진시장의 소비가 살아나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며 “경기 회복과 밀접한 원유와 산업재 금속 투자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물론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도 순식간에 폭락하는데 금도 예외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오르거나 주식, 채권 등 종이 자산 가치가 회복되면 금값 상승세는 예전 같을 수 없다.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커 예상치 못한 단기 이벤트에 언제든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이 원자재를 대안투자로 삼으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민화 신한금융투자 삼풍지점 차장은 “아무리 공격적인 고액 자산가들이라도 전체 투자 자산의 10% 안에서 원자재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왔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돈을 번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투자방법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원자재는 주식이나 채권처럼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금이 오를 것 같으면 금을 사고, 원유가 오를 것 같으면원유를 사는 게 가격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방법이지만 실물은 보관이 어렵고 사고팔 때 가격 차이가 크다. 실물을 구입하는 만큼 매입 시 부가가치세 10%, 은행에 거래수수료(가격의 2~3%)도 내야 한다. 금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 뱅킹(금통장)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 실물을 사는 것처럼 통장에 쌓아가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의 ‘골드 리슈’, 기업은행의 ‘윈 클래스 골드 뱅킹’, 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골드 뱅킹은 국내 금 관련 투자상품 중 가장 보편화될 만큼 인기가 높다. 예금 상품이라 소액 투자가 가능한 데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게 장점이다. 게다가 이자소득세가 없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국제 금 가격과 달러화를 기준으로 투자가 이뤄져 환율 리스크가 있다. 환 헤지가 안 돼 원화 가치가 오르면 금값 상승분을 고스란히 누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펀드는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와 원자재 지수에 연동되는 파생형펀드 두 종류로 나뉜다. 주식형펀드는 원자재 가격보다는 시장 상황에 더 민감하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실적이 바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원자재 값이 급등한다고 반드시 펀드가 수익을 내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파생형펀드 역시 원자재 선물 값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진 못한다. 가격이 뛰는 금이나 옥수수 등 특정 원자재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상품에까지 모두 투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생형펀드의 경우 롤오버 리스크가 크다. 선물 만기가 다가오면 현재 보유 물량을 처분하고 만기가 더 먼 선물로 교체(롤오버)하게 되는데 만기가 먼 선물 가격이 비싸면 갈아타는데 추가 비용이 생기게 된다. 선물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생겨 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6%가량 상승하는 동안 ‘삼성WTI원유특별자산 1[WTI원유-파생](A)’는 4.75% 오르는 데 그친 것도 롤오버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ETF 투자 인기 높아최근 원자재 투자방법으로 가장 각광받는 게 상장지수펀드(ETF)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된 인덱스펀드다. 펀드처럼 운용되면서도 종목처럼 언제든 매매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수수료도 싸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원자재 ETF는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대 하이셰어스골드특별자산ETF’ ‘삼성 KODEX 골드선물(H)’, 원유에 투자하는 ‘타이거 WTI선물’ 등이다.
국내 상장된 원자재 ETF는 3개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기회는 많다. ETF의 천국인 미국에 상장된 ‘DAG’는 곡물ETF다. 옥수수와 밀, 대두, 설탕을 각각 25% 편입한 ‘도이치뱅크 리퀴드 커머더티 인덱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2배 상품이다. 지수 저점이었던 지난 6월 말 5.9달러였던 DAG는 10월 11일 12.2달러까지 치솟았다. 약 4개월간 106.78%의 수익을 올린 것. 설탕에 투자하는 ‘SGG’는 5월 37.18달러에서 10월 12일 80.61달러까지 올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려 116.8% 수익률이다. 금ETF인 ‘GLD’와 은ETF ‘SLV’도 대표적인 원자재 ETF다. 김석진 리딩투자증권 과장은 “올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워낙 고수익을 낸 터라 해외투자 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22%를 제외하고도 해당 ETF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수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다양한 원자재 상품 가운데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투자 목적과 기간이다. 조 연구원은 “장기 목적에서 증여, 상속까지 생각한다면 실물 금을 활용하는 게 방법” 이라며 “단기 모멘텀을 활용해 원자재펀드에 투자한다면 선물이나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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