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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가던 윤선도를 붙든 곳

제주도 가던 윤선도를 붙든 곳

▎보길도 세연지에

▎보길도 세연지에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고 50분쯤 가면 전남 완도군 보길도 청별항에 닿는다. 알려진 대로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가 말년을 보낸 곳이다. 병자호란(1636~37년) 때 전남 해남에서 의병을 모아 강화도로 가던 고산은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에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렸다. 그의 나이 51세 때의 일이다.

고산은 사실 제주도에서 은둔하려 했다. 그러나 항해 도중 바람이 바뀌어 보길도에 잠시 배를 대고 기다렸다. 그러던 차, 섬을 둘러본 고산은 보길도의 아름다움에 취했고, 곧장 이곳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산에게 보길도는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이었던 셈이다.

보길도는 섬 전체가 동백 군락지다. 섬을 에워싼 푸른 나무가 모두 동백일 정도다. 특히 고산이 학문과 유희를 즐겼던 세연정과 부용리에 동백이 밀집해 있다. 보길도 동백은 이르면 11월부터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동백을 볼 수 있는 곳일 게다. 한겨울에 꽃을 피워 봄에 지는 동백이야말로 진정한 동백(冬柏)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겨울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지만 잠시 한파가 몰아치면 금세 시들어버린다. 이렇게 11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게 남도의 동백이다.

예전부터 동백이 많아 ‘돈방골’로 불렸다는 부용리는 마을 전체가 동백림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세연정과 낙서재 사이 도로에 동백나무가 많다. 입춘을 전후해 동백이 만개하면 가을 코스모스 꽃길을 방불케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려오는 수컷 동박새의 구애 소리도 정겹다. 동백꽃의 단물을 빨아먹기 위해 메조리와 동박새가 지저귀는 모습은 따뜻한 남쪽 섬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부용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윤선도 유적지인 동천석실. 마을에서 동백나무 우거진 산길을 10분쯤 올라가면 나오는 정자 모양의 건물이다. 고산은 이곳에서 뒤늦게 얻은 13세 첩과 함께 노년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 보길도에서 살며 『보길도에서 온 편지』라는 책을 낸 시인 강제윤은 “고산은 막대한 부를 자신의 낙원을 건설하는 데 허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길도는 섬이지만 제법 큰 산이 있다. 섬 중앙에 적자봉(430m)을 중심으로 산줄기가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부용리 등산로 입구에서 쉬엄쉬엄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섬 트레킹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 사철 푸른 소나무와 동백나무 덕에 한겨울에도 싱싱한 기운에 흐른다. 보길도 주변의 작은 섬은 물론 가까운 완도와 멀리 추자도까지 볼 수 있다.

보길도를 이미 다녀왔다면 2년 전 개통된 보길대교를 건너 노화도로 건너가 보는 것도 좋다. 보길도와 노화도는 전복의 보고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완도의 전복 양식장 중에서 두 섬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많이 나는 곳이라 서울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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