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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중독 이 남자, 한 해 7만㎞ 달린다

일 중독 이 남자, 한 해 7만㎞ 달린다

▎ 장원덕 지오팜 대표 1990년 진주 동원약품 대표 1992년 동보약품 대표 1994년 대전동원약품 대표 2002년 지오영 대표, 지오팜 대표

▎ 장원덕 지오팜 대표 1990년 진주 동원약품 대표 1992년 동보약품 대표 1994년 대전동원약품 대표 2002년 지오영 대표, 지오팜 대표

월요일 대구, 화요일 대전, 수요일 서울, 목요일 광주….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팜 장원덕 대표의 스케줄이다. 장 대표는 매일 새벽 4시30분 일어나 전국 지사 방문부터 준비한다. 아침 8시, 매주 정해진 요일의 지사에서 회의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전국 각 지사 직원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지난 한 주 동안 고생했으니 이번 주도 열심히 하자는 격려를 하고 새로운 메시지도 전달한다.

정보통신이 발달해 가만히 앉아 지사 소식을 손금 보듯 알 수 있을 텐데 굳이 전국을 돌며 일일이 방문할 필요가 있을까. 장 대표는 직원들과 한 약속이니 체력이 닿는 데까지 전국을 돌겠다고 했다. 화상회의나 화상메일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지만 직원들과 직접 얼굴을 보고 차를 한 잔 하며 소통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매년 자동차로 7만㎞를 달린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회사에 대한 애착, 일에 대한 몰입, 직원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는 ‘현장경영’이다. 그의 부지런함은 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장 대표는 의약품 유통분야에서 3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16개 부실 회사를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했다. 제약 및 유통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의 흡인력은 지역을 뛰어넘는다. 예컨대 그는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호남에 있는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를 인수해 흑자로 돌려놓았다. 그것이 바로 광주지오팜이다. “당시 지역감정이 심했을 때라 경상도 출신이 호남에서 사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공했다. 그만큼 보람도 컸다.”

그의 경영철학은 ‘고객만족’이다. 이는 지오팜을 빠르게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현재 대전지오팜, 광주지오팜, 서울지오팜 등 관계사들이 구축한 의약품 유통시스템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업계 처음으로 지오팜을 통해 유통하는 모든 제품에 바코드를 부착해 물류를 전산화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당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의약품 유통이 외형은 크지만 시스템 부분 인프라는 취약했습니다. 규모를 갖춘 국내 의약품 종합도매는 60여 개 정도 되는데 우리가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까지 원시적으로 유통이 이뤄졌습니다. 현재는 다른 업체들도 우리 시스템을 따라 해 전체적으로 의약품 물류시스템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죠.”

지오팜은 전산 프로그램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또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보다 최종 소비자인 약국에 의약품을 빨리 공급할 수 있었다. 지오팜이 급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고객이 재고나 판매 수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화면(열람시스템)을 오픈한 웹 주문을 제일 먼저 시작한 곳도 지오팜이다. “고객 약국들은 제품 수량 등 제품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차별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했기 때문에 경쟁사들을 앞지를 수 있었던 거지요.”

지오팜과 거래하면 웬만한 처방은 100%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의약품은 제품의 수량이 일정하게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품절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저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품절 예정품을 뽑아 지사를 순회합니다. 각 지사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품절될 만한 제품을 미리 채워놓기 때문에 고객들은 지오팜에 문의하면 언제, 어떤 제품이라도 공급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거지요. 그만큼 지오팜은 신뢰도가 올라가는 셈이죠.”

지오팜은 현재 1만1000가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제품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는 까닭에 품절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장 대표는 취미도 ‘일’이다. 일 중독자라고나 할까. 일하다 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그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의약품 업계에서 골프를 치지 않는 CEO로 잘 알려져 있다. 집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화면(의약품 재고 현황)을 열어보고 이 일은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지난주에 한 것이 복습이라면 다음 주에 일어나는 일은 예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 모두가 놀 때 사각지대가 생기게 마련인데 예습, 복습을 하는 것이 이를 줄일 수 있는 비결입니다.”

일에 빠져 사는 그가 전국 지사 순회를 생략한 때가 딱 한 번 있었다.“모친이 중환자실에 계실 때였죠. 어머니가 위독한데 출장을 가는 것이 자식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60일 동안은 출장을 단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이때를 제외하고는 90년부터 요일 변경 없이 오늘도 전국의 각 지사를 순회하고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장 대표는 직원들과의 약속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는 임직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냥 가족이라고 부른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진정한 승자는 늦더라도 완주하는 사람이죠. 완주를 하려면 정도로 가야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업계에서 가장 문을 늦게 닫는 회사가 되자고 합니다. 1등은 아니지만 좋은 기록으로 42.195㎞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취미도 사업, 인생의 목표도 사업인 그는 ‘사업’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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