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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건강정보 ‘클릭’] 꽃과 나무로 심신을 치유한다

[CEO를 위한 건강정보 ‘클릭’] 꽃과 나무로 심신을 치유한다

설 연휴에도 구제역 몸살은 계속됐다. 2월 4일 낮 충북 충주시 가금면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던 김모(61)씨가 인근 한 야산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체장애인인 김씨는 남의 농장 일을 하면서 어렵사리 소 한 마리를 구해 30마리까지 늘렸는데 최근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자 충격을 못 이겨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한 가축이 300만 마리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농민·공무원·수의사 등 관련된 사람들의 정신적 충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재난 발생 시 사람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는 데 ‘원예요법’을 활용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예요법을 대체의학의 일종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의료 현장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식물과 접촉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병이나 장애, 노화에 맞서는 원예요법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위한 재활치료 방법으로 구미에서 시작됐다. 일본은 1990년대 원예요법을 도입했는데,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피해자를 위한 정신적 치료방법으로 각광 받았다.

그 후 일본에서는 생활과 밀접한 원예를 치료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었다. 대학에서는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원예요법학회는 원예요법에 대해 ‘의료나 복지 영역에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원예를 통해 지원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 있는 간사이노제 병원 현관 맞은편에는 ‘향나무 정원’이라는 식물원이 있다. 약 400종의 나무와 다양한 꽃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병원은 환자들의 마음 상처를 치유하는 데 원예요법을 활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꽃과 나무를 돌보는 원예요법사인 사사키는 “원예요법의 과학적 근거를 댈 수는 없지만 효과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다양한 슬픔을 안고 있는 환자들이 식물을 통해 기쁨을 얻고 원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각광 받는 원예요법한번은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40대 말기 암 환자의 얼굴과 몸을 허브의 일종인 캐머마일 향이 나는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더니 미소를 띠면서 손발을 움직인 적도 있었다. 한 치매 환자에게 자소엽 향을 맡게 하자 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들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간사이노제 병원은 2005년 4월 인근 지역에서 일어난 후쿠치야마선 열차 탈선 사고를 계기로 원예요법을 도입했다. 사고 당시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들은 정원에 핀 봄꽃을 보면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났다. 이 광경을 지켜봤던 병원장은 “앞으로 병원은 마음의 병까지 고치는 곳이 돼야 한다”며 식물원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요코하마에 있는 NPO(특정비영리활동법인)인 일본원예요법연수회의 사와다 미도리 대표는 요즘 사회인을 대상으로 원예요법사 육성에 나서고 있다. 그는 “원예요법은 병을 치료하는 수단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테라피”라고 생각한다. 이 연수회는 요코하마에서 매주 수요일 고령자를 대상으로 원예요법을 가르치고 있다. 매번 15명 정도 참가하는데, 5~7월에는 방울토마토나 양상추 등 여름 야채를 가꾸고 10~12월에는 이년초 등 추동 야채를 가꾼다. 사와다 대표는 “치매 증상 때문에 잘 못 자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던 사람, 매일 의자에 앉아 굳은 표정만 짓던 사람에게 원예요법을 사용했더니 표정이 한층 밝아지고 스스로 몸을 움직이면서 대화도 늘어났다”고 말한다.

도쿄농업대학은 2006년 ‘바이오테라피학과’를 개설해 2010년 봄 첫 졸업자를 배출했다. 이 학과에서는 작업요법이나 이화학요법 등을 가르친다. 밭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숲 속을 거니는 것도 요법의 하나다. 대상자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면서 문제가 있다면 방법이나 장소를 바꾼다. 보통 1시간 정도의 과정을 매주 1~2회만 실시해도 효과가 크다. 장기입원으로 인한 고령자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3개월, 어린이의 섭식장애를 치유하는 데는 1년 정도 원예요법을 사용하면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된다고 한다.

무사시노 적십자병원의 도미타 히로키 원장은 “식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며 “작업을 수반하는 원예가 치매 등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원예요법의 목적은 환자의 두뇌를 자극해 움직이게 하고 심리적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하는 데 있다. 치매 노인에게 원예요법을 실시했더니 우울증 증세가 현저히 개선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람은 관상식물을 볼 때 좌뇌 전두부와 측두부의 활동력이 높아지고 사고와 기억력을 주관하는 부위의 활동력이 현저하게 증가한다고 한다. 이는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와 뇌 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연구 한창국내에 원예요법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여러 기관과 다양한 계층에서 원예치료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고 활발한 학문적 연구와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원예요법은 주로 정신적·신체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했으나 일반인도 얼마든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LED(발광다이오드) 광원을 이용해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식물 생육고’도 등장했다. 개발자인 IZU의 김용원 이사는 “소비자들이 양액으로 키운 완전 무공해 채소를 매일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소가 배출되며 가습기 역할도 하게 된다.

사실 우리 선조는 원예요법을 오래전에 생활 속에서 받아들였다. 집집마다 마당에 모란이나 작약 등을 심어놓고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졌던 것이다. 집안에서 누군가 갑자기 병이 나면 마당에서 키우던 식물을 캐내 뿌리를 달여 먹이기도 했다. 보고 즐길 뿐만 아니라 활용까지 염두에 둔 것이 원예요법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마음의 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원예요법은 이를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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