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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 시장 움직임] 고철이 ‘아이언플레이션’<철(Iron)+인플레이션(Inflation)> 주범?

[철스크랩 시장 움직임] 고철이 ‘아이언플레이션’<철(Iron)+인플레이션(Inflation)> 주범?

수입산 고철을 하역하고 있다.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의 눈치만 보던 국내 철강업계가 2월 들어 일제히 철근 가격을 올렸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원재료 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특히 철스크랩(고철) 값 상승을 이유로 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t당 40만~42만원, 올 1월 37만~38만원 수준이던 철스크랩 가격(A급 생철 기준)은 최근 50만~55만원에 거래된다. 수입 단가도 크게 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중 철스크랩의 t당 수입 가격은 601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하면 16%, 1년 전과 비교하면 65%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철스크랩 가격 상승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산은경제연구소 이민식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철스크랩 수요 증가, 철광석 등 원료 가격 상승, 중국과 동남아의 수요 증가, 선진국 수요 회복 등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유진 연구원은 “철강 원료 가격의 강세가 예상되고 글로벌 조강 수요가 공급을 상회한다”며 “국제 철강 가격 및 스크랩 가격의 전반적 강세장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최근 업종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의 철강 담당 애널리스트 대부분도 철스크랩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관련 업계는 철스크랩 값 폭등 이유를 주로 밖에서 찾는다.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이 급등하고 철스크랩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일본의 공급이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신흥국가의 수요 증가와 투기 자금까지 몰리면서 이상 급등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더욱이 지난 40년간 연간 단위로 계약하던 철강회사와 철광석을 공급하는 탄광회사 간 계약 방식이 분기 단위로 바뀌면서 가격 변동폭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국내 철스크랩 가격 폭등이 오로지 수입 가격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70%다. 그만큼 국내 요인도 크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철스크랩 자체의 수요가 늘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철스크랩을 많이 활용하는 전기로 설비가 확대되고 친환경 소재인 철스크랩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조강생산에서 전기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45% 안팎. 세계 평균은 28%다.

또한 고로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철스크랩을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고로에서 쇳물을 만들 때 철스크랩 투입 비율을 1%포인트 높이면 연간 약 500만t의 철스크랩 수요가 발생한다.

고철로만 여기던 철스크랩은 ‘아이언플레이션: 철(ir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의 주범으로 몰린다. 역으로 그만큼 몸값이 올랐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근 철스크랩 업계 실태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속에 나설 것이 아니라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을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스크랩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할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철강업계와 철스크랩 업체가 협력해 안정적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철스크랩 업계도 그동안 논란이 된 담합이나 사재기 등을 근절하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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