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손보업계 쓰나미로 초토화?
일 손보업계 쓰나미로 초토화?
“화재보험에 가입했는데 지진 재해도 보상해주나요?”
“내 손해 상황의 경우에도 지진보험금을 지급해주나요?”
“지진보험에 가입했는데 언제 보험금이 나올까요?”
센다이(仙臺)시에 있는 손보(損保)재팬의 미야기현 재해대책본부는 날마다 쇄도하는 상담전화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3월 11일 대지진과 쓰나미의 습격은 손해보험사로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사태였다.
손보재팬은 지진 다음날 도호쿠 본부의 센다이 지점에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손보 재팬은 현재 도쿄 본사의 지원 등을 포함해 120명이 하루 1000건에 달하는 전화 상담을 처리하고 있다.
일본손해보험협회와 각 손해보험사는 지진 발생 당일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원의 안부와 손해 상황의 확인 등 정보 수집을 시작하는 등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3월 11일 본사에 ‘동일본 대지진 손해 서포트 대책본부’를, 14일에는 지진보험의 보험금 지급 업무를 수행하는 ‘동일본 대지진 대책실’을 설치했다. 이 대책실은 콜센터에서 접수한 안건의 지급 업무를 수행하는 임시 거점이다. 처음 300명으로 시작해 현재 550명까지 인원을 늘렸다.
손해보험사들의 접수 건수를 보면 도쿄 해상 니치도 화재보험은 지진으로부터 1주일 동안 2만 건을 넘어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의 최종 접수 건수인 약 1만6000건을 넘어섰다. 3월 말에는 약 7만 건에 가까워졌다. 손보재팬은 3월 28일 현재 약 5만5000건,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3월 30일 현재 약 4만 건으로 모든 회사가 전례 없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손해보험협회는 ‘지진보험 중앙대책본부’를 협회 본부에 설치했다.
이번 지진은 손해 건수가 많고 대상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한 건 한 건을 따로 조사하는 것이 어렵다. 일본손해보험협회는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기 위해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을 활용해 쓰나미나 화재로 인한 궤멸적인 손해를 입은 지역을 ‘전손(全損) 지역’으로 인정하고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손’ ‘반손(半損)’ ‘일부손(一部損)’이라는 3단계 구분에서 가장 경미한 ‘일부손(손해액이 건물 평가액의 3~20%)’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안건에 대해 재해 장소의 사진과 계약자 본인 확인 자료만으로 손해를 인정하는 간소한 수속 방법을 도입했다.
쓰나미 등으로 보험증서나 인감도장을 잃어버린 계약자들도 각 손해보험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에서 계약 사실이 확인되면 보험금 청구 수속을 밟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일본손해보험협회는 3월 30일 ‘지진보험 계약회사 조회 센터’를 개설, 협회 홈페이지에서 계약자가 본인이 가입한 손해보험사를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오테(大手) 손해보험사의 현지 담당자는 “신청 건수가 너무 많고 재해 지역의 범위도 넓어 손해 현장조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 여력은 충분지진보험은 화재보험을 들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 지진보험은 화재보험 계약금액의 30~50% 범위에서 보험금액을 설정할 수 있고 건물은 5000만 엔, 동산은 1000만 엔 한도 내에서 계약할 수 있다. 지급 보험금은 ‘전손’이 계약금액의 100%, ‘반손’은 50%, ‘일부손’은 5%이며 지진뿐 아니라 이번과 같은 쓰나미에 의한 손해도 지급 대상이다.
4월 6일 일본손해보험협회는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한 개인 대상 지진보험금이 4월 5일까지 약 334억 엔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지진보험금 지급액이 가장 많았던 경우는 1995년 한신 대지진 당시의 783억 엔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지급액은 지진 직후의 수치이기 때문에 총 지급액은 한신 대지진 당시의 금액을 큰 폭으로 뛰어넘을 것이 확실하다.
지진보험금 지급액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도호쿠 지방의 태평양 연안이라는 넓은 지역이 지진·쓰나미 복합형 재해에 당했다는 사정도 있지만, 지진보험 가입자가 늘었다는 이유도 크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전국에서 지진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겨우 9%였다. 이 비율은 2009년 말에는 23%까지 상승했다.
또한 1996년 지진보험 제도를 개정하면서 건물은 1000만 엔에서 5000만 엔으로, 동산은 500만 엔에서 1000만 엔으로 각각 가입한도액이 인상된 것도 지급 보험금이 크게 늘게 된 이유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에 가까운 태평양 쪽의 지진보험 가입 가구율은 미야기현이 32.5%로 전국 평균 23%보다 높지만, 아오모리현(14.5%), 이와테현(12.3%), 후쿠시마현(14.1%), 이바라키현(18.7%)은 전국 평균보다 낮다.
지진보험 제도는 정부와 손해보험사가 보험금을 분담해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계약자가 낸 보험료는 장래 보험금 지급을 대비한 준비금으로 적립된다. 2009년 말 손해보험사와 정부는 합계 2조2919억 엔을 적립, 만약 2조 엔의 지급보험금이 발생하더라도 준비금 범위 내에서 대응할 수 있다.
준비금이 충분히 적립되기 전에 이런 대지진이 다시 일어난다면 재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보험금은 반드시 지불된다. 쓰나미를 동반하는 재해처럼 재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보험금 비율이 높아진다. 그러면 정부의 ‘지진 재보험 특별회계’가 적자에 빠지고, 결국 일반회계에서 보전해야 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지진보험의 요율은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 것인지 알아보자. 자동차보험은 사고를 일으키면 다음 보험료가 인상되지만 지진보험은 그렇진 않다. 손해보험료율 산출 기구의 이시카와 야스히코 총무기획부장은 “현행 기준 요율이 금방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2006년 개정된 현행 기준 요율은 “간토 대지진급의 지진이 220년에 한 번 발생한다는 예상 아래 산출된 것으로, 이번 지진은 말하자면 통계상 예측치 이내”라고 이시카와 부장은 말한다.
지진보험 가입률 아직 낮아지진보험 기준 요율은 2006년에 지진 조사연구 추진본부에서 작성한 ‘확률론적 지진동 예측지도’를 사용하는 과학적인 산출방법으로 변경됐다. 이전까지는 통계 데이터를 활용해 산출했다.
새로운 방법은 향후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약 73만 개소의 진원지를 일본 지도에 표시해서 모든 진원에 대한 지진 발생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피해액을 계산한다. 지진동에 따른 건물의 파괴, 지진 화재로 인한 소실, 쓰나미에 의한 유출에 대해 지역별 재해 발생 확률을 산출한다. 이시카와 부장에 따르면 기준 요율이 변경되는 것은 정부가 발생 확률 예측을 재검토할 때라고 한다.
이렇게 기준 요율은 상세한 피해 예측을 기준으로 결정되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면 이 데이터에는 ‘의외의’ 위화감이 존재한다.
기준 요율을 적용할 때 지진 피해가 비교적 경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1등지’에서부터 큰 피해가 예상되는 ‘4등지’까지 4단계로 구분된 요율표가 사용된다. 1등지와 4등지는 요율로 치면 대략 3배의 차이가 있다.
간단히 말해 지진 위험도가 높은 태평양 연안의 도·현은 위험도가 낮은 가고시마현이나 구마모토현에 비해 3배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번에 미증유의 피해를 본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각 현도 ‘4등지’로 분류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미야기현은 2등지, 이와테현이나 후쿠시마현은 1등지로 분류돼 있었다. 2등지인 미야기현과 1등지인 이와테현, 후쿠시마현을 비교해 보면 기준 요율은 1.27~1.3배 차이가 난다(건물 구조가 내화 구조인지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이번 지진 때문에 미야기현뿐 아니라 이와테현이나 후쿠시마현도 큰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구분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 그 타당성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또 규모 9라고 하는, 예상을 넘어서는 대지진과 그와 함께 일어난 거대 쓰나미를 생각했을 때 같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이와테현이나 후쿠시마현이 1등지라는 것은 역시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이것은 ‘예상을 넘어서는’ 재해다. 하지만 지진 보험료율의 산출에 대해 그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동시에 지진보험 가입률의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후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지진보험 가구 가입률은 20%대로 결코 높지 않다. 현재와 같이 지진보험을 화재보험에 선택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 외에 뉴질랜드나 터키, 대만, 스페인 등과 같이 지진보험을 화재보험에 자동적으로 또는 강제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한 토의가 있어도 좋을 것이다. 일본은 지진 대국으로서 지진보험을 소비자가 사용하기 쉽고, 알기 쉽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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