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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ation The Big Day] 지상 최대의 결혼식

[Celebration The Big Day] 지상 최대의 결혼식


윌리엄과 케이트의 결혼식을 30년 전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과 비교해 보았다
케이트는 결혼식 내내 침착했으며 결혼식을 마치고 윌리엄 왕자와 함께 제단을 떠날 때는 모든 면에서 왕족으로서의 위엄이 넘쳤다. 해리 왕자와 케이트의 여동생 피파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TINA BROWN 뉴스위크 편집장 영국의 왕실 결혼식은 언제나 비슷하다.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늘 같은 일을 반복한다. 다만 결말이 다를 뿐이다. 아무리 냉소적인 사람들이라도 이 의식이 지니는 역사적 결속력을 부인하긴 어렵다. 얼굴에 베일을 드리운 채 평민에서 왕자비로 탈바꿈하는 신비로운 여정에 올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신부. 주홍색 군복을 입고 제단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훤칠하고 늠름한 왕자. 자그마한 체구에 노란 수선화색 코트 드레스(코트 느낌을 주는 원피스 드레스)를 입은 여왕. 웨일스의 럭비 관중이 즐겨 부르는 성가 ‘전능하신 여호와여’가 성당 안에 울려 퍼진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이 성대하고 엄숙한 의식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이 뭔지를 곰곰이 따져보게 된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두 사람 사이의 애정과 교감은 TV 화면을 환하게 밝힐 정도로 빛났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마다 보였던 어색한 몸짓과는 대조적이다.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결혼서약을 하던 도중 케이트의 눈이 윌리엄의 눈과 마주쳤을 때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인상이 짙게 풍겼다. 케이트의 시선은 안정되고 침착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윌리엄의 사랑을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윌리엄의 눈빛에도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넘쳤다.




미들턴 가족 케이트의 어머니 캐럴은 그동안 비행기 승무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의 조롱을 받아 왔지만 이제 그런 비웃음에서 벗어나게 됐다. 왕실 결혼식에서 그녀가 입은 캐서린 워커의 코트 드레스는 그녀에게 멋지게 어울렸다.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은 자녀에게 큰 뜻을 품도록 가르친 그녀의 양육 방식이 완벽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언론이 8년 동안이나 그녀의 뒤를 바싹 뒤쫓았지만[언론에서는 캐럴에게 ‘출입문은 수동조작 상태로’(비행기가 착륙한 뒤 기장이 승무원에게 지시하는 말로 승무원 출신인 그녀의 배경을 비꼬는 표현)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서로를 아끼고 신뢰하는 미들턴 가족 누구에게서도 윌리엄과 케이트에 관한 말이 새나오거나 왕실을 비난하는 말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캐럴의 태도에서도 사회적 신분 상승으로 우쭐거리는 듯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사랑하는 딸을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며 수심에 잠긴 듯했다. 모녀 관계가 아무리 돈독하다 해도 이제부터 케이트는 윈저가 사람이다. 사람들은 케이트를 ‘왕자비 마마’라고 부르리라. 그녀는 이제 왕실과 국가의 사람이다.



웨딩드레스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와 고혹적인 매력을 완벽히 표현했다. 영국 패션하우스 알렉산더 매퀸의 디자이너 새라 버튼의 작품이다. 몸통 부분이 타이트하고 드레스 자락이 긴(약 2.7m) 이 드레스는 매혹적인 동시에 왕자비로서의 위엄을 드러내줬다. 얇은 베일 속에서 케이트의 얼굴이 화사하게 빛났다. 다이애나의 앳되고 홍조 띤 얼굴을 가렸던 투박한 태피터(평직 비단) 베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케이트가 어설픈 올림머리 스타일을 하지 않은 것도 천만다행이다. 그녀는 평소처럼 반짝이는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다이아몬드 왕관(1936년 카르티에 제품)을 썼다. 그녀의 타고난 패션감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그녀가 윌리엄을 향해, 또 그를 위해 취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당신 나 잘 알죠?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듯 평온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결혼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케이트가 매우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왕실의 일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이다.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케이트의 공식 칭호)의 태도는 세련되고 침착했다. 그녀는 귀족의 혈통을 이어받지 않았지만 공작부인과 왕자비는 물론 장차 영국의 왕비로서도 이미 준비가 된 듯하다. 그녀의 강점은 바로 보잘것없는 평민 출신이라는 배경에 있다. 미국인에게는 친숙하지만 영국인에게는 새삼스러운 역설적인 이야기다. 그녀는 영국 북부의 강인한 석탄 광부 가문 출신이다. 그녀의 할머니 도로시는 늘 “굴뚝의 가장 높은 자리에 얹힌 벽돌”이 되고자 했다. 또 어머니는 소규모로 시작한 파티용품 통신판매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활동파다.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윌리엄과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케이트가 참을성 많은 성격을 지녔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그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대공습 중에도 런던을 지켰던 여왕 모후(윌리엄의 증조할머니)처럼 매력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그녀의 이런 면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사람이 바로 윌리엄이었던 듯하다.



하객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마음이 꽤 상했을 듯하다. 보수당 출신의 존 메이저 전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는 초대하고, 노동당 출신의 두 전 총리는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융통성 없고 보수적인 영국의 나쁜 측면을 보여줬다. 이들 두 전 총리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은 처사는 사려 깊게 숙고를 거친 듯한 초청 하객 결정과정에서 유일한 실책이라고 여겨진다. 윌리엄은 블레어가 최근 회고록에서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개인적인 기억을 털어놓은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를 하객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알려졌다. 여왕이 그를 하객 명단에 집어넣지 않은 이유는 다이애나비가 사망한 뒤 민심이 왕실에 등을 돌렸을 때 당시 총리였던 그의 조언이 왕실을 “살려냈다”는 오해(스티븐 프리어스가 감독하고 헬렌 미렌이 주연한 영화 ‘더 퀸’에서 이렇게 묘사됐다)에 짜증이 나서다. 하지만 블레어는 3선 연임한 총리로 영국을 10년 넘게 통치했다. 그가 과연 믿지 못할 외국 왕족이나 반체제 시위로 휘청거리는 중동 독재국가의 대표들보다 덜 중요할까? 심지어 코미디 ‘미스터 빈’의 주인공 로언 애킨슨보다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친구들결혼식에 참석한 윌리엄의 친구 이름에서도 과거의 반복이 나타난다. 그중 대다수는 다이애나가 ‘거추장스러운 가구’ 혹은 하이그로브파(하이그로브는 찰스 왕세자의 별장이 있는 지역이다)로 부르던 과거 영국 대지주 가문의 자녀나 친척이다. 윌리엄도 아버지 찰스처럼 밴 커셈, 밴 스트로벤지, 파커 볼스, 팔머-톰킨슨 가문 사람과 어울렸다. 이들[윌리엄과 케이트의 새로운 공식 호칭(케임브리지 공작 부처)에 따라 케임브리지파로 불릴 듯하다]이 과거 세대와 다른 점은 인터넷 콘시어지 서비스(일종의 심부름 대행업)나 파티 플래닝 회사 등 그럴 듯하고 기업가처럼 들리는 직업을 가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맥을 밑천으로 돈을 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바 없다.

모자는 여성들이 사회적 신분을 과시하는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신분이 높을수록 더 괴상한 모자로 눈길을 끄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오랫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요란한 깃털 장식 모자나 외계인과 통신할 때 쓰이는 기기처럼 보이는 괴상한 모양의 모자로 푸는 듯하다. 찰스 왕세자의 부인 카밀라(콘월 공작부인)는 돛이 한껏 부풀어오른 대형 범선을 연상케 하는 모자를 쓰고 결혼식에 참석했다(찰스 왕세자와 불륜의 연인 관계였던 그녀가 이제 어엿한 왕실의 일원이 돼 신분을 과시하는 입장이 됐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앤드루 왕자와 이혼한 전 부인 새라 퍼거슨의 큰딸 베아트리스 공주는 괴상한 차림으로 눈길을 끌려고 작정한 듯하다. 새우 색깔의 내장이 뒤엉킨 듯한 괴상망측한 모자를 착용했다. 이 두 사람(카밀라와 베아트리스)의 모자를 제작한 패션 모자 디자이너 필립 트리시를 누군가 체포해야 하지 않을까? 반면 케이트의 여동생 피파의 옷차림은 훌륭했다. 네크 라인에 늘어진 주름이 들어간 이 아이보리색 새라 버튼 드레스는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스펜서 가문왕실에서 스펜서가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진 않다. 다이애나의 남동생 스펜서 백작은 다이애나의 장례식 추도사에서 누나가 왕실로부터 당한 부당한 처사에 대한 앙갚음으로 왕실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제 세 번째 부인을 맞아들일 참인 그는 엘턴 존처럼 살이 찌고 쾌활한 모습이었다. 윌리엄의 동생 해리 왕자는 윈저가의 자손이지만 붉은 머리색이나 성격이 영락없이 스펜서 가문의 일원임을 드러내준다. 근위기병대 대위의 군복을 입었지만 장난스럽게 흐트러뜨린 듯한 그의 머리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미래의 국왕영국 왕실의 왕자 중 윌리엄처럼 민주적인 분위기를 지닌 사람은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 나오는 할 왕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분위기는 윌리엄의 평소 옷차림에서 잘 드러난다. 저민가(런던의 고급 셔츠 상점이 모인 거리)에서 구입한 셔츠 위에 평범한 후드 티를 걸쳐 입고 운동화를 신는다. 결혼식 전날은 배터시 공원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듀카티 오토바이를 타고 클래런스 하우스(찰스 왕세자와 두 왕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가 해리와 함께 거리로 나가 환호하는 군중과 어울리는 장면은 아쟁쿠르 전투(백년전쟁 중 헨리 5세가 이끈 영국군이 프랑스군에 승리한 전투) 전날 밤의 현대판이라고 해도 좋을 법하다. 결혼식 당일 가장 멋진 장면은 결혼식이 끝난 뒤 윌리엄이 미소 짓는 케이트를 옆자리에 태우고 찰스의 애스턴 마틴 컨버터블을 운전해 버킹엄궁을 떠나 클래런스 하우스로 향하던 장면이다.



다이애나 효과결혼식 매순간 그녀의 흔적이 느껴졌다. 방송사들이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당시 장면을 자꾸 보여줘서만은 아니다. 우리가 지난주에 본 광경은 그녀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못했을 일이다. 그녀와 찰스의 결혼생활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녀의 자녀교육은 (캐럴 미들턴의 경우처럼)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다이애나에 관해서는 너무 오랫동안 마지막의 비극적인 상황만 강조돼 왔다. 하지만 윌리엄의 결혼식에 즈음해 방송을 탄 예전의 영상들은 그녀가 윌리엄과 해리에게 얼마나 훌륭한 어머니였던가를 상기시켜줬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소중한 시간 동안 그녀는 매우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왕세자비가 된 후 처음 호주를 공식방문했을 때 9개월 된 윌리엄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그녀 이전엔 왕실 여인들이 해외 공식방문 일정에 자녀를 데리고 간 적이 없었다)과 소프 파크(영국의 유명 놀이공원)에서 두 아들과 함께 워터 슬라이드를 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 줄 아는 멋진 어머니였다. 그리고 2007년 버킹엄궁 근처의 가즈 채플에서 열린 다이애나 추도예배에서 해리가 말했듯 “세계 최고의 어머니”였다. 윌리엄이 본능적으로 가족 간의 유대가 긴밀한 반려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다이애나의 은연 중 가르침 때문이었다. 다이애나는 자신의 가족과도, 찰스 왕세자(다이애나를 배신했지만 두 아들에겐 좋은 아버지가 됐다)와도 그런 관계를 맺지 못했다. 어머니날(미국의 어머니날은 5월 둘째주 일요일)을 앞둔 지금 ‘훌륭한 어머니’로서의 다이애나를 떠올려 보자.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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