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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도입한 LG전자 사례] 어떤 자회사 포함할지 가장 고심

[최초 도입한 LG전자 사례] 어떤 자회사 포함할지 가장 고심

LG전자는 매출이 26조원에 달하는 LG디스플레이를 종속회사에서 제외했다. 외형보단 내실을 추구했다는 평가다.

“IFRS(국제회계기준)의 조기 정착 및 재무정보의 대외 신뢰도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2010회계연도에 K-IFRS를 조기 도입하겠다(2009년 12월 18일 LG전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내용).” 그로부터 1년 후인 2010년 1월, LG전자는 2009년 실적을 약속대로 IFRS로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으로선 최초였다.

IFRS 도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각 사안의 해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인회계법인 허정 회계사는 “IFRS는 기업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회계기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허 회계사는 “기업 회계 담당자는 IFRS가 정착될 때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전자는 하이프라자(매출 1조1616억원)·하이비지니스로지스틱스(매출 3426억원) 등 규모가 제법 큰 자회사 7곳을 거느리고 있다. LG전자는 어떻게 IFRS를 조기 도입했을까.

LG전자는 IFRS 구축을 위해 2008년 3월부터 2009년 말까지 TF(태스크포스)팀을 운영했다. LG전자 정도현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주관했고, 70여 명의 팀원이 실무를 맡았다. 삼일회계법인·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파트너 계약을 맺고 조언을 받았다. 이 기간 1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LG전자 회계팀의 김민교 부장은 “IFRS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최고경영진의 이해와 관심이 무척 높았다”고 말했다.

LG전자 TF팀이 IFRS 도입과정에서 가장 애먹은 건 어떤 자회사를 연결재무제표에 포함하느냐였다. IFRS를 도입하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의무적으로 분기·반기·연간 재무제표를 연결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 연결재무제표에 속하는 자회사의 조건은 모기업의 지분이 50% 초과하는 곳, 50% 이하라면 모기업이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자회사를 종속회사라고 한다. 종속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기업에 연결된다.

매출 26조원의 LG디스플레이(LG전자 지분율 38%) 처리가 가장 고민거리였다. LG디스플레이를 종속회사에 넣으면 LG전자의 매출은 불어난다. TF팀은 투자자에게 실적 착시 효과를 주지 말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LG디스플레이는 독자경영을 하기 때문에 종속회사라고 보기 힘들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LG전자가 ‘IFRS를 도입하면서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했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TF팀의 과제는 또 있었다. 무엇보다 토지 등 기업 자산가치를 재산정해야 했다. IFRS에선 기업자산이 시장가격(공정가격)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자산 규모가 훌쩍 늘어나 투자자가 현혹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LG전자는 투자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토지의 시가를 미리 반영했다. 2009년 1월 태평양 감정평가법인의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2009년 재무제표에 선반영했다. LG전자 투자자들이 회계기준이 바뀌었음에도 큰 혼란을 겪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민교 부장은 “IFRS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인트벤처를 포함한 국내외 자회사를 어떻게 연결할지, 주요 자산의 시가평가와 더불어 각종 충당부채(퇴직급여 등)의 회계처리는 어떻게 할지 등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며 “하지만 IFRS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결과 LG전자의 회계시스템은 선진화됐고, 국내외 공신력이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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