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명품 가격 비교 >> 홍콩 ‘쇼핑 여행’ 영양가 없다
나라별 명품 가격 비교 >> 홍콩 ‘쇼핑 여행’ 영양가 없다
서울 평창동에 사는 주부 L씨(36)는 평소 점찍어뒀던 에르메스 버킨 백을 사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소가죽 35사이즈 가격은 1236만원. 가방에 어울릴 만한 액세서리를 고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프랑스에 사는 조카였다.
버킨 백 쇼핑을 위해 에르메스 매장에 왔다고 하자 조카는 가격을 묻더니 깜짝 놀랐다. 파리보다 무려 300만원가량 비싸다는 거다. 거기에 현지 10% 세금 환급을 받으면 한국보다 400만원가량 저렴했다. 한국에 들어올 때 세관신고를 한다고 해도 많이 남는 가격이었다. 물론 프랑스 왕복 항공료를 감안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조카를 보기 위해 가끔 파리에 가는 L씨로서는 당장 한국에서 버킨 백을 사는 게 망설여졌다. 포브스코리아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 10가지를 뽑아 한국, 홍콩, 중국, 일본과 해당 브랜드의 본사가 있는 국가 가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프랑스 브랜드의 베스트셀러인 가방들은 본국 가격이 한국은 물론 관세가 없는 홍콩보다 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계, 보석류는 본국에서 세금을 높게 책정한 탓인지 무관세인 홍콩의 가격이 오히려 낮았다. 브랜드 및 품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은 대체로 가격이 비슷했다. 통상적으로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명품 값이 비쌌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 이후 명품 열기가 식으면서 최근엔 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반면 중국은 명품 소비 인구가 늘면서 값이 오르고 있다.
‘에르메스 버킨 백 소가죽 소재 35사이즈’는 한국 백화점에서 1236만원에 판매된다. 본국인 프랑스의 가격은 940만6000원으로 295만4000원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현지에서 10% 세금 환급을 받으면 846만5400원에 살 수 있다. 이를 한국에 가지고 들어올 때 공항 세관에 20%의 세금을 내면 최종 가격은 약 1015만8000원이 된다. 한국에서 구매한 것보다 220만원가량 이익을 보는 셈이다.
까르띠에 탱크 프랑세즈 시계 M 모델은 본국인 프랑스보다 홍콩이 오히려 싸다. 홍콩에서 433만7000원에 사 온 시계를 인천공항 세관에 신고할 경우 고급시계로 분류해 전체 금액의 185만2000원까지는 20%, 초과 금액은 50%의 세금이 부과된다. 총 161만2900원(37만400원+124만2500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결국 600만원가량에 시계를 구매하는 셈이다. 이 시계가 한국에서 54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까르띠에에서 사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발은 나라별 신체 특성이 반영돼 품목별로 다양하다. 그중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판매되는 구찌의 마라케시 펌프스는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홍콩이 가장 저렴하지만 세금 환급 후 최저 가격은 본국인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정가 70만9000원에 샀더라도 12% 환급을 받고 나면 62만3920원에 사는 셈이다. 이를 한국에 가지고 들어오면 25%의 신발 관세 15만5980원이 더해져 77만9900원이 나온다. 국내 가격이 78만5000원이니 별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다.
선글라스는 일반 잡화와 달리 세목이 따로 되어 있다.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워낙 많이 사오기 때문에 별도로 분리해 놓은 것이다. 선글라스 관세는 20%다. 펜디의 최신형 셀러리아 선글라스는 국내에서는 57만5000원이지만 이탈리아에서는 37만원이면 살 수 있다. 여기에 12% 세금 환급을 받으면 32만5600원이 된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관세를 더한 최종 가격은 39만720원.
앞에서 보았듯이 외국 가격이 싸더라도 국내에 들여올 때 부과되는 세금을 계산해 봐야 한다. 단순히 드러난 가격만 가지고 외국에서 명품을 구입했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가죽 제품은 본국, 시계·보석은 홍콩이 저렴조사 결과 명품 값이 싼 곳은 역시 파리나 밀라노다. 명품이 생산되는 곳이라 물류비, 인건비 등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미화 400달러 이상 물건을 들여올 땐 신고를 해야 한다. 허위신고나 신고하지 않을 경우엔 납부세액의 30%에 달하는 가산세가 부과된다. 자진신고를 할 경우 20~30%의 세금을 낸다고 보면 된다.
관세율은 물품별로 다르다. 따라서 관세청에서 공시한 ‘간이세율정보’를 미리 숙지하고 국내 가격과 비교해 물건을 구입하는 게 좋다. 가방은 20%, 의류나 신발은 25%, 선글라스 20%, 시계·귀금속류는 50%까지 관세가 부과된다.
싱가포르나 홍콩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싼값에 명품을 살 수 있다. 세금이 붙지 않아서다. 여름·겨울 홍콩 세일기간에 가면 평상시보다 70% 이상 싸게 판다. 이 때문에 쇼핑하러 당일치기로 홍콩에 다녀오는 한국 여성이 많다. 일명 ‘도깨비 쇼핑’이라고 부른다.
홍콩에 도깨비 쇼핑을 갔다가 여러 가지 물품을 한꺼번에 가지고 들어올 땐 어떨까? 홍콩에 가서 루이뷔통 백과 까르띠에 시계, 구찌 구두를 샀다고 가정해 보자. 루이뷔통 스피디 백 80만5000원, 까르띠에 탱크 시계 433만7000원, 구찌 마라케시 구두 65만500원이다. 전체 합계는 579만2500원. 부문별로 정해진 관세를 적용하면 루이뷔통 백 96만6000원, 까르띠에 시계 594만9900원, 구찌 구두 81만3125원이 된다.
여기서 무관세로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최대 한도인 400달러(약 43만6000원, 5월 17일 환율)를 제외하면 총액은 729만3015원이다.
이와 똑같은 품목을 한국에서 구입했을 경우엔 루이뷔통 백 96만5000원, 까르띠에 시계 540만원, 구찌 구두 78만5000원으로 총 715만원이 든다. 홍콩 쇼핑 금액보다 14만3015원을 절약할 수 있다. 홍콩을 오가는 비행기 삯까지 따진다면 굳이 홍콩에 명품 쇼핑을 갈 이유가 없다.
이번 조사 결과 중국의 명품 가격이 예상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까르띠에 탱크 프랑세즈 시계 M 모델은 일본이 534만2000원인 데 비해 중국은 563만3200원이었다. 한국은 540만원이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명품이 미국보다 51%, 프랑스보다는 72%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EU FTA 효과 있을까오는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잠정 발효되면 명품 가격이 곧 떨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양자 간 FTA가 발효되면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산 직물이나 가죽 소재 제품은 8~13%의 관세율을 적용 한다. FTA가 발효되면 의류 제품의 관세는 대부분 즉시 철폐된다. 잡화나 보석류의 경우엔 3년 안에 단계별로 없어진다.
그러나 관세 인하나 철폐가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체들이 수입 원가가 줄어든 만큼 소비자 가격을 내린다는 보장은 없다. 내려간 관세만큼 마케팅에 쏟아부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명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FTA 잠정발효에 맞춰 브랜드 본사와 가격조정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글로벌 가격 정책이 있기 때문에 얼마나 인하할지는 본사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넬이나 루이뷔통처럼 국내에 지사를 둔 브랜드들의 가격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명품 브랜드는 전략적으로 고가를 유지하는 데다 매출이 해마다 두 자릿수 비율로 늘고 있어 가격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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