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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과 하이닉스 경쟁력 전망>> PC 죽어도 반도체는 산다

반도체 시장과 하이닉스 경쟁력 전망>> PC 죽어도 반도체는 산다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가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가 대중화되고 디지털 기기 간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런 추세는 반도체시장에 긍정적 신호다.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면서 전력소비는 덜하고 용량은 큰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로서는 희소식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비(非)메모리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강하다.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정보 저장용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처리용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된다. 시장조사 회사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매출 기준 3041억 달러였다. 올해는 320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D램·내장형 낸드플래시 쑥쑥 성장2007~2008년이 세계 반도체업계가 경기침체에도 대규모 증설 전쟁을 치른 ‘치킨게임’ 기간이었다면, 향후에는 급변하는 반도체시장에 누가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지에 사활이 걸렸다. 스마트 기기 열풍으로 반도체시장은 변화의 문 앞에 섰다. 그동안 반도체시장은 PC시장 성장과 밀접하게 움직였다. PC가 진화하면 그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도 변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전통적 PC를 밀어내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IDC는 지난해 처음으로 스마트폰 판매량(1억20만 대)이 PC 판매량(9200만 대)을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7000만 대로 PC 출하량 3억6000만 대를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태블릿PC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태블릿PC 출하량은 1614만 대였다. 올해는 전년 대비 113% 증가한 3500만 대로 예상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두수 차장은 “2011년 세계 반도체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기기가 PC 기능을 흡수하면서 ‘고사양화’되는 움직임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를 기준으로 PC 용량은 3.8GB(기가바이트)인 반면 스마트폰은 0.5GB에 불과하다. 앞으로 스마트폰의 메모리 용량이 훨씬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 저장용량도 현재보다 한층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IBK투자증권 남태현 연구원은 “스마트폰 확산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함께 성장하면서 고용량 메모리의 수요 증가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모바일용 D램과 내장형 낸드플래시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모바일 D램은 주로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메모리다. 휴대전화의 배터리 수명을 감안해 저전력으로 설계되며 태블릿PC에도 사용된다. 올해 모바일 D램 수요는 31억 개(1GB 기준)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비해 120% 증가한 수치다.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는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점유율은 80%(삼성전자 55%, 하이닉스 25%)에 달한다. 특히 하이닉스는 PC 범용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모바일·그래픽·서버용 D램 등 비(非)PC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액 중 비PC용 매출 비중은 2010년 1분기 51%에서 2011년 2분기 7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서원석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가격 변동이 적고 가격 프리미엄이 높다”면서 “요즘처럼 PC 제품이 가격 조정을 받을 때는 비PC용 제품의 수익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내장형 낸드플래시 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올 하반기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내장형 낸드플래시 제품 비중은 전체의 약 65%를 차지할 전망이다. 4월 삼성전자는 20나노급 낸드플래시 생산에 돌입했으며 하이닉스도 지난해부터 20나노급 64GB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하이닉스에 더 긍정적 시그널을 주는 것은 후발주자들의 추월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바일 D램은 PC D램과 달리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게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돼야 한다. 고객 인증기간도 6개월~1년으로 길다. IBK투자증권 남태현 연구원은 “기술을 개발하고 원가를 맞추기에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다”며 “후발업체들이 진입하기엔 어려운 분야”라고 지적했다.



하이닉스, 메모리에 주력·비메모리는 보완반도체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또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이다. 반도체의 수요처는 모바일 기기에서 IT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태블릿PC, 스마트TV를 넘어 하이브리드카에도 적용될 것이다. 반도체 수요처가 이처럼 다변화되면 메모리보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휴대전화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칩이나 PC에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 칩처럼 컴퓨터, 가전기기, 통신용 기기 등에 필수적으로 내장된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비메모리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다. 스마트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비메모리 반도체의 영향력도 더욱 커진다. 글로벌 IT(정보기술) 리서치 회사 가트너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2010년 2320억 달러에서 2014년 29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은 하이닉스에 득이 되지 않는다. 하이닉스는 매출 중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작다. 긍정적 변화라고 한다면 하이닉스는 2008년 6월 이미지센서 전문회사인 실리콘화일을 인수해 비메모리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월 매출 1000만 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현재 청주 공장에서 CIS(CMOS 이미지 센서)와 DDI(디스플레이 구동 칩)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초 5% 정도였지만 2010년 들어 20%로 늘어났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앞으로 1~2년 안에 M8 라인은 비메모리 공장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올인하기는 어렵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잘못하는 것은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겠다는 게 하이닉스의 포석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더욱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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